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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배움을 통한 젊음…안티에이징을 넘어 액티브에이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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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3. 04. 07. 06:00

[희망100세-행복교육] 이희수 중앙대학교 글로벌인적자원개발대학원 원장
이희수 중앙대 글로벌인적자원개발대학원 원장


제자들과 점심을 들면서 다가오는 스승의 날 행사 이야기를 나눴다. 벌써 그렇게 됐구나 하면서 전에 받은 선물이 떠오른다. 

막 지천명에 들어서는 6년 전에 1호 제자로부터 화장품을 선물 받았다. 딸아이가 열어보더니 노화 방지 화장품으로 좋은 거라고 한다. 물끄러미 쳐다보니 까만 용기에 ‘안티 에이징(Anti-aging)’이라고 쓰여 있다. 

세면장에 갖다놓고 여태껏 쓴 적이 없다. 지금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제자한테 미안한 마음이 살짝 든다. 안경점에서 ‘노안’이 상당히 진행됐다는 진단에 작은 충격을 받은 그 심정과 비슷했다. 

제자의 눈에는 내가 벌써 ‘노인’으로 보이는가? 인정하고 싶지 않아 애써 나이 들어가는 것을 기억하지 않으려고 떼쓰는 심정이라고나 할까. 누구나 나이 들어가는 것을 거부한다. ‘노인’도 싫고 ‘어르신’도 싫고 ‘실버’도 싫고 ‘골드’도 싫고 다 싫다. 그저 ‘동안’만 좋다.

그 무렵 피터 드러커 선생을 만난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한국에 드러커 선생님 상을 만들려고 겸사겸사 제자들이 댁으로 찾아뵀는데 계속 독수리 타법으로 타자만 치시더란다. 떠날 시간이 돼 ‘저희들 가야하는 데 뭐 좋은 덕담이라도 하나 달라’고 했더니 하던 일을 멈추시고 물끄러미 쳐다보시더니 ‘시방 내 나이가 얼마나 되는지 아나?’라고 갑자기 물으시더란다. 

내가 내 나이를 가끔 모르듯이 제자들이 당황해 멈칫했단다. 그랬더니 ‘내 나이가 지금 아흔 다섯인데 지금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문을 쓰는 중이라고 했단다. 그러시면서 ‘지금 이 나이에도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평생학습하기 때문’이란다. 

남들은 당신을 보고 경영의 신이니 뭐니 하면서 많은 수식어를 붙이지만 당신은 그저 평생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부른단다. 그러시면서 한 말씀 하셨단다. ‘평생학습하면 젊어진다(Lifelong learning keeps people young)’고. 배움을 통한 젊음의 비결을 몸으로 보여주셨다.

그러다가 연구실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 하여 ‘액티브 에이징(Active-aging)’이었다. 오나가나 노화가 문제다. 노화(aging)에 안티(Anti)를 걸지 않는 게 신기하고 신선했다. 

말인즉 나이는 들어가나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니 가장 적극적으로 일하고 정치에 참여하며 사회 활동을 하라는 메시지다. 인터넷 사전을 찾아보니 ‘노화 과정을 완만한 쇠퇴가 아닌 정력적인 헌신과 성장의 기간으로 바꾸기 위한 육체적, 정신적 노력의 결합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용어’란다. 노인이라고 경로당에 모시기보다는 오늘이 최고로 젊은 날이니 평생학습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활동을 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Anti-aging 화장품 선물을 마뜩치 않게 여긴 것은 내 나이 들어감에 안티 거는 것 같아서였나보다. 

나는 예스맨이다 보니 안티 거는 것을 천성적으로 싫어한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다. 나이 들어감에도 적극적이다. 자신의 나이 들어감에 안티를 걸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향유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젊어야 한다. 그래야 향유한다. 

보약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의 성향의 원천에는 젊음에 대한 동경이 자리한다. 어려서 마을 아저씨들이 불렀던 노래 중에 ‘노새 노새 젊어서 노새, 늙어지면 못 노나니’가 생각난다. 그 만큼 젊음은 부러운 것이다. 

인류의 신약개발의 역사에는 불노장생을 위한 ‘불노초를 찾아서’가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진시황과 제주도의 서복공원만을 연상할 일만도 아니다. 실은 우리들 각자의 마음에는 불노장생을 위한 불노초를 향한 염원이 자리한다. 

100세 시대를 맞이했다고 하면서도 불노초에 대한 열망은 식을 줄 모른다. 문제는 필자를 울렸다 웃겼다 하는 어머님의 치매다. 이 글을 쓰는 나 자신도 치매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배찬 소리 할 형편이 못된다. 치매만 늦추고 줄이고 예방해도 인류에 크나 큰 공헌을 하는 것이다. 

기초자치단체 예산의 70%가 법정 복지 예산이라 손을 못 댄단다. 이중 복지 예산을 반만 줄일 수 있다면 경제부흥과 문화융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해법은 있다. 예산의 10%만 평생학습 예산으로 편성하는 것이다. 평생학습이 최고의 불노초요 치매예방제이기 때문이다. 

평생학습을 하면 젊어진다. 젊은 사람은 요양시설과 병원신세를 질 가능성이 줄어든다. 평생학습으로 평생젊음을 향유한다. 드러커 선생의 유언적 명언인 ‘평생학습하면 젊어진다’를 이 땅에서 실현해 영원한 젊음의 봄이 되기를 4월에 소망해본다.

이희수 중앙대 글로벌인적자원개발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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