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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교육] “개교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는게 꿈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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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욱 기자

승인 : 2013. 04. 07. 06:02

[희망100세]야학 30년 외길 인생, 박영도 수원제일평생학교 교장을 만나다
수원제일평생학교 박영도 교장(57)이 칠판에 '사회적 나눔'이란 글씨를 쓰고 미소짓고 있다. /사진 = 허욱 기자

 대학교 2학년이던 한 학생은 아무것도 모른 채 고등학교 동문 선배의 뒤를 따라 조그만 교실에 들어갔다. 교실 안 자그마한 책상에는 어르신들이 한글쓰기 연습을 하고 있었고 이 학생은 선배가 시키는 허드렛일만 도맡았다.
 
군 복무를 마쳤을 때 우연히 야학교사 모집 공고를 발견한 건 이 학생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그 때 야학을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칠판을 떠나본 적이 없어요. 수원이랑 서울을 오가며 직장도 바뀌고 사업을 시작하면서도 야학은 제 삶의 중심이 되더라구요.”

30여 년이 흘렀고 그 청년은 48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수원제일평생학교의 교장이 됐다. 대한민국 야학 역사 115년 이래 수많은 야학이 재정 등의 이유로 문을 닫았지만 수원제일평생학교는 화재 등 숱한 위기를 겪으면서도 박영도 교장(56)의 헌신으로 50년 동안 배움을 나누고자하는 정신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수원제일평생학교는 문해 교실 뿐 아니라 학교 부적응 아동을 위한 교육과정, 다문화가정과 이주노동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검정고시과정은 수원제일평생학교의 가장 큰 성과다. 여기서 검정고시과정을 거친 교육생들의 검정고시 합격률이 초·중·고등학교 과정별로 각각 100%·97%·93%에 달하고 있다.

내년에는 수원제일평생학교 과정을 거치면 국가에서 중등학교 졸업을 인증해주는 시스템도 도입된다.

수원제일평생학교 박영도 교장이 교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 허욱 기자


박 교장은 수원제일평생학교의 내실이 많이 다져졌다면서도 국가적 지원부족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경기도 교육감이 졸업식까지 찾아오는 등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비정부기구(NGO)활동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교육은 헌법상 권리입니다. 배울 권리를 포기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 대한 보상도 당연히 이뤄져야 합니다. 그들이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배움을 나중에라도 제공해줘야죠."
    
그래도 박 교장은 30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본인의 역할이 필요 없어지는 날까지 50년은 더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우리 학교에서 졸업하시는 분들이 나중에 모교를 후원해주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모습들을 볼 때마다 내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뿐입니다. 사회적 나눔의 선순환 고리가 실천되고 있죠. 우리 학교가 개교 100주년까지 절반을 걸어왔네요. 뚜벅뚜벅 걸어가서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싶은게 저의 꿈이랍니다. 요즘은 100세 시대니까 가능하지 않을까요?”
 
허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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