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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명가] 정릉 스카이 아파트 “붕괴 위험에 목숨 걸고 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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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우 기자

승인 : 2013. 11. 23. 20:12

*영화 '세븐 데이즈·빈집' 등장...사업성 떨어져 재개발도 어려워
사진 아래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서울 성북구 정릉 스카이 아파트, 정릉 스카이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영화 '세븐 데이즈·빈집'의 한장면.

영화 '세븐 데이즈·빈집' 등에 등장하며 스릴러 영화 촬영의 메카로 꼽히는 서울 성북구 정릉 스카이 아파트. 1969년 지어져 40여년의 세월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이주를 못 한 거주자들의 경우 붕괴 위험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23일 찾은 정릉 스카이 아파트는 세월의 흔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아파트 벽은 곰팡이로 얼룩져있었으며 복도 난간은 곳곳이 부서져 있었다. 

서울 성북구 정릉 스카이 아파트 복도에 서울시가 붕괴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응급처치용 철근 공사를 진행했다.

아파트 붕괴 위험 탓에 빨간 쇠기둥이 복도에 촘촘히 박혀 있었다. 정릉 스카이 아파트는 붕괴우려 수준인 'E등급'을 받은 상태다.

모든 건물은 시설상태에 따라 A~E등급이 매겨진다. A등급은 안전시설, B등급은 간단한 보수정비 필요, C등급은 조속한 보강 또는 일부 시설 대체 필요, D·E등급은 재난위험시설로 각각 구분된다. 특히 E등급은 안전에 위험이 있는 상태로 사용이 금지되거나 개축이 필요하다.

인근 거주자들은 정릉 스카이 아파트의 경우 붕괴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정릉 스카이 아파트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씨(62)는 "정릉 스카이 아파트의 경우 비가 많이 오는 여름엔 붕괴 위험이 높다. 축대 붕괴 위험도 있지만 아파트 내부 붕괴 위험이 있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위험 탓에 정릉 스카이 아파트의 경우 매물 등록이 금지돼 있다. 


서울 성북구 정릉 스카이 아파트 뒷면은 토사 유실 방지를 위한 천막이 덮여있다.

정릉 스카이 아파트는 현재 철거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이주 보상 문제 등으로 여전히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모씨(70)는 "정릉 스카이 아파트에는 아직 이주를 못한 몇 가구가 살고 있는데 겨울이면 다른 곳에 가서 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날이 풀리면 다시 이곳으로 올 수밖에 없다. 보상 등 이주 대책이 뚜렷하게 없어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는 재난위험시설물에서 다른 곳으로 이주할 경우 이주비 융자 3000만원, 임대 아파트 우선 입주권을 지원한다.

하지만 3년이 지나면서 이자를 붙여 상환해야 하는데 이곳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자리가 없는 노인들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구제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재개발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릉 스카이 아파트는 정릉 3구역 재개발 구역에 포함돼 있다. 2005년 재개발 승인이 났지만 이 구역이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돼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되면 지구 용도에 따라 고도제한이 생기는데, 자연경관지구는 4층까지만 건물을 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재개발 사업성이 떨어져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것.

한편 서울시는 정릉 스카이 아파트 거주민들 대부분이 영세민이라는 점에서 강제철거명령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만 아파트 붕괴 위험에 대비해 응급조치용 철근 공사를 진행했다.
신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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