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역사 왜곡이 부를 미래의 재앙

기사승인 2008. 08. 2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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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과 공동교과서 집필”
한국인에게 2차세계대전 1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는 반성하지 않는 일본제국주의의 상징이다.
지난 2006년 출간돼 세계적인 화제를 뿌렸던 독일과 프랑스의 공동 역사 교과사가 이르면 9월 번역돼 출간된다. 영원한 앙숙이던 독일과 프랑스가 공동 교과서를 발행, 잿빛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미래를 선택한 것이다. <연합뉴스 2008년 7월 17일 보도>

역사 교과서를 들러싼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고,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한국 고대사를 통째로 부정하려는 현 시점에서 이 소식은 한. 중. 중 3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울러 많은 숙제도 던져 주고 있다. 동북아 3국이 그릇된 역사 인식에서 비롯된 해묵은 문제들로 인해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현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당장 일본과 우리가 공동 역사교과서를 만들 수는 없겠지만 교과서 출판으로 양국 모두 역사를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공동 교과서는 역사 갈등 극복의 참고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한ㆍ일 역사 문제 체계, 일관적 대응으로 신뢰 쌓아야
지난 4월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양국은 공동 언론발표문을 통해 “양국 정상은 한.일 양국이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국제사회에 기여함으로써 한.일 신시대를 개척해 나간다”는 결의를 확인하였다. 이것은 새 시대를 개척해 나가려면 먼저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한 것으로, 양국 관계에 역사 문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사실 근.현대사만 보더라도 일본 정부 요인들의 야스쿠니 참배부터 식민 지배, 일본군 ‘위안부’, 역사 교과서 검증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마찰 요인은 산재해 있다. 역사의 시계바늘을 한참 더 뒤로 돌리면 임나일본부설(說), 광개토왕릉비문 해석 등 일본 측에 의해 왜곡되고, 잘못 씌여진 우리 역사가 너무 많다.

조환복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은 “역사 문제는 단기적인 조치로 해결하기 어려우며 장기적인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역사 문제에 관한 한 우리의 체계적이고 일관성이 있는 대응을 통한 신뢰회복이 무엇보다 긴요하다는 지적이다. 조 사무총장은 이를 위한 구체적 방법론으로 양국간 공동 교과서 집필, 청소년 교류 등을 제시했다.

■ 中의 동북공정에는 새로운 전략 모색해야
이제 촛점의 방향을 중국으로 돌려 보자. 우리나라 고대사 연구에서 고구려에 대한 역사는 매주 중요하다. 고구려 역사가 없다면 우리나라 발전 과정에 하나의 큰 구멍이 생기게 된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지난 2002년부터 이른바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 발해 등 우리 고대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해 오고 있다. 중국은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이 오랜 역사 과정을 통해 통일적으로 형성된 국가라는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의 관점과 ‘신 중화주의 문명사관’에 기반을 두어 우리 고대사를 왜곡하고 있다.

중국이 역사 교과사에 한국사를 삭제하거나 왜곡한데 대해 국내 역사학자들은 “역사에 타협은 없다”며 정부와 학계가 모두 나서서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중국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감정적 대응은 득보다 실이 많다며 긴 안목을 가지고 체계적이면서도 치밀한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국사학과 송기호 교수는 “중국의 역사 왜곡 문제는 단순한 역사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라 정부 차원의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 고구려, 발해사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를 많이 양성해야 한다” 덧붙었다. 고구려, 발해 유적은 지표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어서 새로운 자료의 발굴과 연구 성과는 중요하다는 의미다.

한신대 국사학과 안병우 교수는 “눈앞의 사안에만 매몰되지 말고 원대한 동북아 경영프로젝트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변화된 시.공간적 조건을 통찰하고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라는 얘기다.

■ 동북아 3국, 새로운 역사 인식으로 미래 설계해야
지난해 6월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들은 유럽헌법 ‘개정조약’에 합의하면서 EU는 대통령과 외교안보고위대표를 갖춘 정치공동체로 거듭나게 됐다. 인구 4억9000만명, 국내총생산(GDP) 11조 유로의 거대 공동체가 탄생한 것. 이 같은 거대 공동체의 탄생이 가능했던 것은 무엇보다도 유럽 대륙의 두축이자, 역사적으로 적대 관계를 지속했던 독일과 프랑스가 각국의 이해를 반영한 협력과 통합의 장을 마련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특히 글로벌 무대의 한 국가가 단일체로는 설수 없을 만큼 정치.경제적 관계가 밀접해 짐에 따라 지역공동체는 세계적인 추세다.
하지만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은 그릇된 역사 인식에서 비롯된 해묵은 논쟁들로 인해 지역공동체 논의는 발제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야스쿠니 신사, 일본군 ‘위안부’, 교과사 문제 등은 3국 간에 얽히고 설킨 대표적 걸림돌이다.

전문가들은 역사의 갈등을 넘어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중.일 3국이 역사 바로 잡기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윤성학 한국외국어대 연구교수(정치학)는 “역사적 교훈을 현재와 미래를 위한 의제(어젠다)로 끌어내는 선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일본은 경제대국이지만 과거사에서 자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국제사회에서 주요 국가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동북아 3국이 함께 풀어야 할 공동과제에 앞서 우리가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가 있다. 바로 우리의 역사부터 제대로 잡는 것이다. 이와 관련, 고려대 한국사학과 정태헌 교수는 “우리가 가진 역사를 세계 무대에 제대로 알리는 일이야말로 과거에 갇힌 인식과 전략적 사고를 미래지향적으로 바꾸는 단초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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