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과 함께 가면 행복할 것 주장
달라이 라마, 곧 후계자 발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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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의 이번 언급은 달라이 라마가 90번째 생일을 앞둔 내달 2일 후계자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제기된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그가 지명한 후계자를 절대로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미리 선수를 쳐서 피력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분석은 지난 6일 시 주석이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 집무실에서 중국 정부가 티베트 불교 2인자로 인정한 판첸 라마 기알첸 노르부(35)를 만나 "티베트 불교의 활불(活佛)이 되기 위해 노력하라. 민족 단결과 종교 평화, 티베트의 안정적 발전과 진보에 더 크게 기여하도록 노력하라"면서 힘을 실어준 사실만 봐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현재의 달라이 라마가 아니라 그가 티베트 불교의 정통성을 잇고 있다고 본다는 얘기가 된다.
판첸 라마는 티베트 불교에서 달라이 라마에 이어 서열 2위의 지도자로 꼽힌다. 달라이 라마가 열반할 경우 그의 환생자를 찾아 후계자를 옹립하는 데 결정적 권한을 갖는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기알첸 노르부는 1995년 중국 정부가 선정 과정에 개입해 11대 판첸 라마로 일방적으로 지명한 인물로 유명하다.
때문에 중국 통치에 반대해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우고 비폭력 독립운동을 이끌어온 달라이 라마는 그를 '가짜 판첸 라마' 내지는 '관제 판첸 라마'라고 간주해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1989년 10대 판첸 라마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그의 환생자로 당시 어린 소년이던 최키 니마를 지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키 니마는 판첸 라마에 지명된 직후 돌연 실종된 바 있다. 여러 정황에 비춰볼 때 중국 당국에 의해 연금된 상태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이 달라이 라마가 사망할 경우 후계자 지명이 중국 당국의 소관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때문에 하나 이상할 것이 없다. 달라이 라마가 최근 자유가 없는 땅에서는 환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온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한다. 지난해 출간한 자서전에서는 아예 중국이 아닌 자유세계에서 환생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중국과 달라이 라마를 수장으로 하는 티베트 불교의 팽팽한 기싸움이 예사롭지 않다고 단언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