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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업체, 옵션으로 배불린다

완성차업체, 옵션으로 배불린다

기사승인 2008. 09. 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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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없는 것도 구매 하는게 옵션?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이 소비자 편의보다는 편법으로 배불리기에만 열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옵션을 통합 패키지 방식으로 판매해 개별 부품을 합한 가격보다 비싸게 팔아먹고 있다. 그동안 메이커들은 수차례 이같은 지적을 받아왔지만 수단과 방법을 바꿔가며 지능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7일 자동차 부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ㆍ기아차 등 업체들은 통합 패키지 구성을 통해 개별 부품의 납품가보다 훨씬 부풀려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며 "결국 이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무시하고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 공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생명과 직결되는 안정성 관련 에어백은 차량의 등급과 관계없이 모두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개별 옵션가를 안받는 것도 아니면서 업계가 생산비용을 핑계로 옵션을 패키지화하는 것은 교묘한 상술"이라고 말했다.

◇옵션은 옵션이어야
자동차를 살때 옵션으로 네비게이션이나 에어백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처럼 소비자들이 차량 운행의 안전성, 편의성 향상을 위해 필요한 부품을 선택해 구입하는 것을 메이커들이 악용하고 있다. 옵션은 말 그대로 운전자들이 사정에 따라 고를 수 있는 편의장치임에도 불구하고 업체에서 패키지로 묶어놓은 것들을 고를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옵션제도 속에 숨은 얄팍하고 교묘한 상술이다.

현대차의 카다로그를 보면 특정 모델 이하의 차종에서는 특정 사양 품목을 선택할 수 없어서 고급 차종으로 변경해야 하고, 특정 모델 이상의 차종에서는 특정 품목을 개별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패키지 선택 사양 품목으로 정해 소비자의 개별 품목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특정 모델 가운데 차량 가격이 낮은 경우에는 조수석 에어백 등을 사양 품목으로 선택할 수 없도록 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 선택 사양 품목은 현대차에서 일방적으로 정하고 있으며 선택 사양 품목을 1개씩 개별적으로 판매하는 경우와 2개 이상의 선택 사양 품목을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현대차의 경우 성능ㆍ기능상으로 연관성이 적은 품목까지 패키지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안전과 직결된 에어백이나 ABS 등의 부품을 기본형 차량에서 옵션으로 선택할 수 없도록 해 높은 사양의 차를 구입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고 있다.

◇패키지 방식이 문제
자동차 옵션의 정확한 가격을 알기가 쉽지 않다. 이는 수십개의 옵션이 디럭스, 프리미엄, 럭셔리 등의 이름으로 패키지화 돼 소비자가 특정 장치의 가격을 파악하기 어렵게 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옵션의 경우 안전과 관련된 것은 제조사별로 기본차량 가격에 포함돼 변별력을 높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으나 안전과 관계없는 옵션의 경우는 개별적으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소비자들의 중론이다.

현대차 뉴클릭 1.4 DOHC n VALUE 764만원인데 조수석에어백을 설치할 수 없다. 조수석에어백을 택하려면 뉴클릭 1.4 DOHC w LUXURY 873만원의 모델을 골라야한다. 고객은 편의성을 떠나 메탈그레인, 크롬도금도어인사이드핸들 등이 포함된 차량을 109만원을 더주고 사야 에어백을 달수 있는 셈.

그리고 력셔리 모델 조수석에어백옵션 50만원 속에는 사이드에어백까지도 패키지로 묶여있다. 현대차 제네시스 BH380 로얄의 판매가격이 5395만원인데 이 차종에 들어가는 풀옵션 가격은 916만원. 네비게이션을 포함된 최소 옵션도 460만원이다. 네비게이션 외 후방주차모니터용 카메라, 스피커 등이 포함돼 고객은 불필요 하더라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최고급사양의 네비게이션 포함 DVD 풀세트의 가격과도 2배이상 차이가 난다. 풀옵션 가격이 풀 옵션을 갖춘 경차 한 대 값에 해당된다.

◇외국은 어떻나
미국의 경우 완성차의 옵션 치중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럽차는 안전에 관한 옵션을 그리고 일본차는 편의에 관한 옵션을 강조한다. 이들 선진국 메이커들은 소비자 위주의 선택권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메이커들도 소비자를 위한 옵션으로 개선하고 옵션의 투명한 가격공개도 해야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최근 차를 구입한 A씨는 "미국수출용 차량은 에에백을 6개나 기본 장착하면서 정작 내수용에는 운전석 1곳에만 적용하고 패키지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는 “글로벌화는 생존의 필수요건"이라며 "옵션 끼워팔기 행태는 오히려 글로벌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현대ㆍ기아차 옵션 관행과 관련한 조사가 이미 진행중"이라며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곧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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