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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사고에 사람 차별하는 현대차

급발진 사고에 사람 차별하는 현대차

기사승인 2008. 09. 2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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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엔 ‘나몰라라’… 고위직은 ‘신차 교체’
  현대차 에쿠스 차량이 급발진 추정 사고로 앞 보닛이 찌그러져 있다.
최근 벤츠 최고급 모델의 급발진 사고로 이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현재까지 급발진 사고에 대한 차량 결함을 인정한 경우는 없다. 때문에 100% 운전자 과실로 판정되어 보험이나 자비로 사고처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단 한 건만이 보상을 넘은 혜택을 받았다. 김영란 대법관의 차가 지난 2005년 급발진 사고를 당했던 사례다. 당시 현대차는 결함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계열 리스사였던 현대캐피탈은 사고차량인 3000㏄ 에쿠스 관용차를 배기량이 더 높은 3500㏄의 신차로 교체해 줬다. 때문에 특혜 논란이 일었다.

일반인들이 급발진 사고를 당한 경우 현대차는 간단한 점검 후 “아무 이상이 없다”는 답변만 할 뿐이다. 소나타 트랜스폼을 운전하던 강모씨(37)는 6월 25일 자녀의 학교 앞에서 주차를 위해 후진기어로 바꾸려는 순간 차가 앞으로 튕겨져 나가 공사자재 더미를 들이받는 사고를 당했다. 구입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은 신차였다. 현대차 정비센터에서는 이상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차수리비는 200만원이 넘게 나왔다. 강씨는 “비용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엄두도 못 냈다”며 탤런트 김수미씨의 예를 들었다. 김수미씨는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시어머니를 잃고 3년간 소송을 진행했지만 패소했다. 강씨는 “대법관의 경우에는 지위가 있다고 해서 배기량이 큰 신차로 바꿔주면서 일반인들에게는 약자라서인지 성의 없이 회사가 대응하니 억울하다”고 분해했다.

구본훈(62)씨가 1월에 구입해 몰던 카렌스 승용차도 5월 12일 급발진 사고가 발생했다. 주유소에서 세차를 한 후 출발하며 가속페달을 밟지도 않았는데 차가 2m 앞의 외벽에 부딪치는 사고가 난 것이다. 다음날 기아차 본사직원이 찾아와 15분 정도 점검 후 이상 없다는 말만 했다. 아버지 대신 사고 수습에 나섰던 아들 구형진(29)씨는 "정밀검사라도 해보는 성의도 보이지 않았다"며 "대법관이 당했던 급발진 사고처리와 비교하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천송정(51) 급발진닷컴 대표는 “급발진 사고로 억울한 사람들의 전화가 하루 8통 가까이 온다”며 “그들을 위해 무료로 소장을 작성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급발진 사고는 차량의 설계적 결함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라며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계상의 결함을 보완만 하면 급발진 사고를 막을 수 있는데 이를 자동차 회사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자동차 급발진이 전자 엔진제어장치(ECU)의 오작동 때문임을 밝혀냈던 박병일 신성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겸임교수도 “급발진은 차량의 결함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며 “전자 엔진제어장치 도입 이후 99년(표 참조) 급발진이 크게 늘어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복잡한 전자시스템을 쓰는 고급차에서 급발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많다”며 “지금은 안전장치를 통해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전자장치가 진동, 습기, 열에 약한데 자동차는 그 조건을 다 갖추고 있어 오작동이 일어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과는 달리 자동차회사는 급발진 현상에 대해 여전히 운전자의 조작 미숙 때문이라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현대차의 경우와 같이 급발진 인정은 고위직에 한해 일부 적용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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