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주의를 대표하는 19세기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굴곡진 생애를 앙드레 지드의 시선으로 바라본 ‘오스카 와일드에 대하여’가 출간됐다.
“예술작품과 자연의 작품이 각기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나? 둘이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예술작품만큼이나 수선화의 꽃봉오리도 아름답지. 따라서 아름다움으로는 둘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어. 그렇다면 무엇이겠는가? 예술 작품은 반드시 유일무이해. 반면, 자연은 자신의 영원하지 않은 작품을 보존하려고 끊임없이 복제를 하네.”(35~36쪽)
이처럼 예술작품의 아름다움을 문학의 척도로 내세운 와일드의 삶은 그의 달변만큼이나 화제에 올랐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런던에서 성공한 예술가이기도 했지만, 동성애 혐의로 고소당해 2년간 옥에서 중노동을 해야 했던 그는 출소 후 가난과 조금씩 사라져가는 문학적 재능 탓에 고통에 시달렸다.
알제리에서 지드를 만났을 때만 해도 “내가 이 도시를 문란하게 만들고야 말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와일드는 출소 후 ‘쾌락’보다는 ‘연민’에 방점을 둔다.
“감옥에 들어갈 때만 해도 내 심장은 돌멩이같이 단단했고, 쾌락만을 좇았지만 이제는 완벽히 깨져서 연민이 내 속에 자리 잡았다네. 이제야 연민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감정이라는 것을 깨달았지.”(62쪽)
출소 후 조금씩 망가져 가던 와일드를 지드는 책망한다. 희곡을 완성하지 않고는 다시 파리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왜 지키지 않았느냐고 따져 묻는다.
“그때 와일드는 가만히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더니 몹시 슬픈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원망하지 말게. 무너진 사람에게 그래서는 안 된다네’”(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