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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원 쓰려고 왔는데” H&M·발망 콜라보 사다 멱살까지(종합)

“800만원 쓰려고 왔는데” H&M·발망 콜라보 사다 멱살까지(종합)

기사승인 2015. 11. 0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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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처
한 여성 소비자가 자신이 산 H&M·발망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 소비자는 이날 280만원어치를 구매했다. /사진=박성은 기자
“웹디자이너라 시간 사용이 자유로워 회사에 5일 휴가 내고 H&M 매장 앞에서 노숙했어요. 800만원 쓰려고 왔는데 인기 제품은 이미 소진돼 280만원 밖에 못썼어요. 1그룹인데도 원하는 제품을 못사 일부는 욕하고 멱살잡고 분위기가 살벌해 미리 빠져나왔습니다.”

5일 오전 8시 30분 서울 중구 명동 SPA 브랜드 ‘H&M’ 눈스퀘어점 앞에서 만난 엄모씨(여·25)는 원한 만큼의 물량을 못해 아쉬워했다. 지난 달 30일부터 매장 앞에서 노숙하며 줄을 서 가장 먼저 쇼핑을 마치고 나왔다는 엄씨는 발망 브랜드로 가득찬 쇼핑 백 4개를 양손에 들고 오느라 상당히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엄 씨는 “H&M 측에서 옷이 떨어질 경우 바로 채워준다고 했는데 안전상 문제로 취소했다”면서 “이 때문에 6일 동안 매장 앞에서 밤 새운 사람들은 옷을 채워줄 때까지 기다린다고 버팅기거나 직원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서로 싸우고 있는 모습도 많다”고 귀뜸했다.

엄 씨는 “다들 최소 15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쓰려고 온 사람들인데 원하는 아이템을 못 사니 화난 상태”라며 “나도 1순위로 생각했던 옷은 전혀 못사고 전부 2순위만 샀다”고 덧붙였다.

이날 H&M 명동 눈스퀘어점과 압구정점 앞에선 각각 300~350여명의 소비자들이 줄을 섰다. H&M은 기다린 순서대로 30명씩 그룹을 나눠 팔찌를 부여했으며, 그룹별로 10분 간의 쇼핑 시간을 제공했다. 한 그룹이 10분의 쇼핑을 마치면 5분 동안 제품을 채워놓고 그 다음 그룹이 쇼핑을 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날 이 규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첫 번째 그룹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항의로 인해 8시 10분에 끝났어야 할 쇼핑은 8시 40분까지 지연됐다.

정혜진 H&M 실장은 “이런 문제는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도 동시에 일어난다”면서도 “그러나 5분 정도 지연될 거로 예상됐는데, 이렇게 강한 항의와 지연은 처음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이번 한정판 제품을 사기 위해 출시 전주부터 매장 앞에서 노숙을 하며 밤을 새웠다. 추운 날씨에도 이들이 노숙을 감수한 것은 유명 디자이너의 옷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협업에는 발망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올리비에 루스텡이 참여했다.

‘하이엔드(최고급) 스트리트’ 패션을 지향하는 발망의 티셔츠와 재킷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반면 이번에 H&M과 함께 내놓은 제품들은 티셔츠 4만9000원, 블라우스 11만9000원, 재킷 13만~54만9000원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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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길게 줄이 늘어선 가운데, 한 소비자가 구매한 H&M·발망 제품을 중국인에게 판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박성은 기자
그러나 문제는 ‘리셀러’에서 불거졌다. 리셀(Resell)은 인기 있는 상품을 구매한 후 웃돈을 받고 되팔아 수입을 올리는 방식으로 최근 쉽게 돈을 버는 방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쇼핑을 마치고 나온 한 20대 남성은 “노숙하며 기다린 사람들 대다수가 전문적인 리셀러”라면서 “11만원대 바지와 30만원대 코트가 가장 인기 품목인데 이를 인터넷에서 되팔면 3~4배 정도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만 기다리면 어지간한 직장인 월급이 나와 한정판 찾아다니면서 되파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 10시 40분 께 한 남성은 매장 바로 앞에서 사온 제품을 되팔고 있었다. 중국 여성 두명이 남성에게 2배 정도 비싼 가격을 놓고 “디스카운트(할인)” 등을 말하며 흥정하고 있었다. 이 남성은 “내가 쓰려고 산 건 없고 전부 다 되팔 생각”이라며 “4명이 팀을 짜서 왔다”고 말했다. 줄을 서 기다리는 일반 소비자들이 이에 대해 항의하자 직원들이 나서 리셀러들을 찾아다니며 판매를 제지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혜진 H&M 실장은 “리셀러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1인당 1품목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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