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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세상을 밝히는 따뜻한 기업] 휠체어도 지하철 이용 편해진다, 착한지도 ‘무의’

[시리즈, 세상을 밝히는 따뜻한 기업] 휠체어도 지하철 이용 편해진다, 착한지도 ‘무의’

기사승인 2017. 08. 1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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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유모차로 이동할 수 있는 서울시내 16개 환승역 경로 안내
80여명 자원봉사자 모여 직접 휠체어 타고 전수조사
경험 바탕으로 개선 필요한 점 역사에 제안
“구석구석 문제점 고쳐 ‘무의’없어도 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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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 멤버 송현수 씨와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8월 서울 잠실역에서 휠체어를 타고 리서치를 진행하는 모습./사진=무의
기술이 비추는 미래는 밝지만 기술이 비껴간 곳곳은 어둡다.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이 일어난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이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여전히 부족하다. 구성원 모두가 웃는 세상이 행복을 향한 길임은 분명하다. 다수가 지나친 곳곳에서 낮은 곳을 위한 횃불을 밝히는 이들이 있다. 아시아투데이는 이들이 만드는 ‘없는 세상’보다는 ‘적은 세상’을 위한 여정에 동참해 그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지하철...휠체어 탄 딸과 엄마가 꿈꾸는 장애가 무의미한 세상, ‘무의’

휠체어를 타는 딸과 함께 지하철 나들이에 나섰던 엄마는 고속터미널역 리프트가 고장나 환승에 가로막혔다. 지하 2층 3·9호선에서 지하 3층 7호선으로 이동하는 수단은 에스컬레이터·계단·리프트 3개뿐이었다. 엘레베이터도 없는 상황에서 리프트마저 고장나자 엄마는 역사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각 노선에 따라 담당 공사로 연락하라는 응답뿐이었다. 결국 엄마와 딸은 9호선 고속터미널역에서 7호선 고속터미널로 환승하기 위해, 9호선을 다시타고 총신대입구역에 내려 7호선 동작역을 거쳐 고속터미널역으로 돌아왔다. 40분이 걸렸다.

엄마는 불편함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딸의 세상을, 장애우들의 물리적 환경을 넓혀주고 싶었다. 딸과 함께 2015년 ‘휠체어 타는 아이와 지하철 타기’를 글·영상으로 찍어 다음카카오 스토리펀딩에 도전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은 600만원을 종자돈으로 미국 하버드대학 재학생과 함께 장애인 지하철 환승지도를 제작하는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협동조합 ‘무의’의 홍윤희 이사장의 이야기다. 본업은 이베이코리아 홍보팀 소속이지만 협동조합 무의를 일궈냈다.

무의는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들이 빠르고 편리하게 지하철 환승로를 이동할 수 있도록 시각화된 지도를 제공한다. 한국 지하철 역사가 덧대어 지어져 복잡한 환승로를 갖고 있다는 점에 착안, 직관적인 단면도로 지도를 제작했다. 보건복지부가 장애인 정책 모니터링단과 함께 만든 기존의 입체 지도는 이해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서울 시내 환승이 잦은 16개 역의 환승지도를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 10월 중으로 40여개가 추가 탑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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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 협동조합 멤버인 이민우 씨(사진 앞줄 왼쪽)·홍윤희 이사장(뒷줄 왼쪽)·정보성(뒷줄 오른쪽)·김건호(앞줄 오른쪽) 씨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무의
무의는 ‘장애를 무의미하게 만들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홍 이사장은 스토리펀딩이 마무리되던 시점, 하버드대학 재학생 김건호 씨를 만났다. 김 씨는 휠체어를 타고 미국 20개주를 여행한 도서를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홍 이사장과 함께 한국사회적기업 중앙협의회에서 진행하는 사회적기업 육성프로그램을 거쳐 협동조합 무의를 만들었다. ‘무의’라는 이름도 그가 지었다.

당초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고 싶었지만 물적·인적 자원의 한계에 부딛혔던 때 계원예대 광고브랜드디자인학과 학생들의 졸업작품 제안을 받았다. 4명의 학생이 2016년 7월~9월 14개 지하철역을 돌면서 고객여정지도를 만들었고, 더 많은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올 초 ‘무의’ 공식 홈페이지를 오픈했다.

무의는 조합이지만 비영리를 추구하고, 성격은 공공서비스에 근접한다. 조합원들은 홍 이사장을 비롯해 학생·디자이너 등 모두 본업을 갖고 있다. 추가 지도 제작은 자원봉사 프로젝트로 이뤄진다. 서울시 산하단체인 서울디자인재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3월·7월 80여명의 봉사자가 모여 만든 지도는 10월 중 홈페이지에 업로드된다.

작은 날개짓이지만 무의의 활동은 역내 곳곳에 변화를 가져왔다. 무의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수십의 자원봉사자들은 직접 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니며 문제점을 찾아낸다. 휠체어에 앉아서는 보이지 않는 표지판의 위치, 환승경로 안내문 부재 등은 지도제작뿐 아니라 역내 민원으로도 시시각각 전달된다. 그 결과 지하철을 이용하는 장애인을 위한 편의가 늘었다. 실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경우 장애인 이용 엘리베이터에 5호선에서 2호선으로 가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신당역은 리프트를 3번 갈아타는 환승 대신 역무원이 지상 루트를 이용해 환승로를 안내한다. 장애인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경우의 지도가 완성되면 서울시 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지하철 애플리케이션에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무의의 최종목표는 수백여개의 지도 제작이 아니다.

홍 이사장은 “수적으로 지도를 늘려나가는 것보다 중요한 건 봉사자들이 직접 장애를 경험하면서 장애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이라며 “아울러 그 과정에서 발견한 문제점들을 공공기관에 전달해 신속하게 고칠 수 있는 것들은 퀵픽스(quick fix)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점점 작은 부분들이 고쳐져서 결국 무의의 지도가 없어도 편안하게 지하철 여행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 이것이 무의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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