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서쪽 3개 섬 장악이 관건"
이란 TV "이라크식 침공 재현 불가, 죽음의 수렁 될 것"
이란 "불태운다. 상어 먹잇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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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가 수주간의 지상작전 계획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의 7개 섬이 핵심 공략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란은 "미군이 지상에 도착하기를 기다린다"며 결사항전 의지를 천명하고 나섰다.
◇ NYT "중동 미군 5만명 집결…트럼프, 지상작전 카드 저울질"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중동 전역에 배치된 미군 총원이 5만명을 넘어 평시보다 약 1만명 더 많은 수준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중동에는 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이라크·시리아·요르단·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 등지의 기지와 함정에 통상 약 4만명이 배치돼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확대하면서 5만명을 넘어섰다.
제31 해병원정대 소속 수병과 해병대원 약 2500명이 수륙양용 강습상륙함을 타고 이날 중동에 도착했으며, 지난주에는 육군 제82공수사단 약 2000명도 추가 파견됐다.
미국 관리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섬이나 다른 지역을 장악하는 대규모 공격을 시도할지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
다만 NYT는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5만명은 어떠한 주요 지상작전에도 적은 수"라고 지적했다.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미국 주도 연합군이 약 25만명에 달했으며,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가자지구 작전에 30만명 이상을 투입했다. 이란은 미국 본토의 약 3분의 1 크기에 인구 약 9300만명에 달하는 나라로, 군사 전문가들은 5만명으로 이런 복잡한 나라를 점령하거나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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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날 복수의 관리를 인용해 국방부가 수주간의 지상작전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작전은 전면 침공이 아닌 특수작전부대와 일반 보병을 결합한 기습 작전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WP에 따르면 내부 논의에서는 하르그 섬 점령과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안 군사시설 타격이 주요 옵션으로 거론됐다. 한 전직 고위 관리는 "점령 자체보다 병력 보호가 더 어려운 과제"라며, 지상전이 구조적으로 위험한 선택지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최고사령관에게 최대한의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일 뿐,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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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방송은 이날 지상작전이 실제 전개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의 7개 섬이 핵심 공략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학계에서 이 섬들을 연결한 곡선을 이란군의 '아치형 방어선'으로 부르며,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를 통제하는 데 있어 이란에 전략적 우위를 제공하는 곳"으로 평가한다.
이란은 이 섬들을 '움직이지도 침몰하지도 않는 항공모함'이라 부른다. 이란 남부 해역에서 페르시아만으로 이동하는 미국 해군이 먼저 마주치는 섬은 해협 동쪽의 호르무즈(Hormuz)·라라크(Larak)·케슘(Qeshm)·헨감(Hengam) 등 4곳으로, 이란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있어 본토와 가깝다.
해협 서쪽에는 아부무사(Abu Musa)·대(大)툰브(Greater Tunb)·소(小)툰브(Lesser Tunb) 섬이 있으며, 이란과 UAE가 영유권을 다퉈온 곳이다. 대형 유조선과 군함이 폭이 좁고 수심이 얕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면 이 서쪽 3개 섬을 거칠 수밖에 없다.
기존에 가장 주목받은 공략 대상은 하르그 섬이었다. 이란 석유의 약 90%가 이 섬을 통해 수출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음만 먹으면 이 섬을 "제거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CNN은 이 과정에서 석유 인프라가 파괴될 경우 이란의 전후 복구가 수년 지연되고 세계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칼 슈스터 전 태평양사령부 합동정보센터장은 자신이라면 현재 배치된 해병원정대 병력 약 5000명 전원을 서쪽 3개 섬 장악에 투입할 것이라고 CNN에 밝혔다. 그는 하르그 섬보다 아부무사 등 서쪽 3개 섬 점령이 전략적으로 이로울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하는 "미래의 이란 정부 경제를 훼손할 위험이 더 적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해병대 상륙작전을 위해 군함이 해협 동쪽부터 통과해야 하는 만큼, 동쪽 섬들이 위협적이라고 CNN 군사분석가 세드릭 레이턴은 지적했다. 그는 라라크 섬에서 발사되는 미사일과 소형 공격정으로 이란이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것을 차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함정 탑재 CV-22 오스프리(Osprey)와 헬리콥터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지만, 이동 속도가 느려 이란 방공망의 표적이 되기 쉽다.
섬을 점령한 지상군 역시 이란 본토에서 날아오는 드론·미사일·포병 공격에 노출돼 추가 사상자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CNN은 또한 서쪽 3개 섬 점령 이후에도 외교적 딜레마가 남는다고 짚었다. 이 섬들이 전후 이란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영유권을 주장해 온 UAE로 돌아갈지를 놓고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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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영방송 프레스TV는 이날 테헤란 기반의 작가·미디어 자문역 세이다 이슬라미의 분석을 통해, 미국의 이란 지상 침공 시나리오가 2003년 이라크 침공 방식을 재현할 수 없으며 '전략적 수렁(strategic quagmire)'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레스TV는 이란 관영 메흐르(Mehr) 통신을 인용해 육군 소속 제65 공수특전여단과 혁명수비대(IRGC) 지상군 소속 '사베린(Saberin) 특수부대여단'이 미군을 상대로 신속하고 기습적인 작전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1980년대 인질 사건을 본뜬 미군 군인·관리·기업인 납치 시나리오도 언급됐으며, 이 작전의 잠재적 실행 지역으로 이라크 쿠르디스탄에서 바레인·UAE·쿠웨이트까지를 제시했다.
프레스TV는 이란과 2003년 이라크의 근본적 차이로 네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물류 취약성이다. 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이라크 남부를 거쳐 후제스탄(Khuzestan)으로 이어지는 '남부 회랑'의 대부분이 개활지 사막이어서 장거리 보급선이 미사일·드론 공격과 비대칭 병력의 매복에 극도로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둘째, 이라크의 정치적 현실 변화다. '인민동원군(Hashd al-Sha'abi)'의 광범위한 존재로 인해 미군의 이라크 영토 통과 자체가 직접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프레스TV는 분석했다.
셋째, 하르그 섬과 부셰르(Bushehr) 핵발전소 점령의 위험성이다. 하르그 섬은 점령 이후에도 해안 대함 미사일·자폭 드론·고속정 공격에 지속 노출되며, 부셰르 핵발전소 파괴는 러시아 등 새로운 행위자를 분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넷째, 이란의 '모자이크 방어' 체계다. 방어 단위가 전국에 분산·독립적으로 운용돼 지휘 본부 하나가 파괴돼도 전체 방어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이란 매체는 설명했다.
프레스TV는 이러한 요인들을 종합할 때 "전면적 지상 침공의 가능성은 낮으며, 긴장 고조 시 미국은 제한 타격·특수작전·경제적 압박·사이버전을 결합한 복합전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현재 이란 국민의 높아진 결속력을 근거로 이란 굴복 계획이 "지금까지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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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지도부의 경고도 잇따랐다. IRGC 출신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마즐리스(의회) 의장은 "적은 공개적으로 협상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은밀하게 지상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결사항전 의지를 천명했다고 이란 관영 IRNA통신이 보도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우리 병사들은 미군이 지상에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그들의 목숨을 불태울 작정"이라며 "미국이 이란의 항복을 추구하는 한, 우리는 결코 굴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혁명수비대 카탐 알안비아(Khatam al-Anbia) 중앙본부 대변인 에브라힘 졸파가리 중령은 미국의 도서 점령 야망이 "한낱 꿈(pipe dream)에 불과하다"며, 이란군이 지상 공격 개시를 섬멸의 카운트다운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세계 대통령 중 가장 큰 거짓말쟁이'이자 '완전히 신뢰할 수 없는 인물'로 규정하며 그가 미국 병사들을 '죽음의 수렁(quagmire of death)'으로 이끌었다고 비난했다.
혁명수비대 항공우주군 브리가디에르 제너럴 세예드 마지드 무사비 준장은 엑스(X)를 통해 "이란의 정보 우위와 정밀 타격은 미국이 이란 국경에서 철수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를 남기지 않을 것"이라며 "미군 조기경보통제기(AWACS)의 잔해와 공중 급유기, 파괴된 격납고가 스스로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혁명수비대는 별도 성명에서 중동 내 미국 관련 대학을 합법적 공격 목표로 지정하고, 30일 정오까지 미국 정부가 이란 대학교 폭격을 공식 규탄하지 않으면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WSJ에 따르면 혁명수비대는 UAE의 뉴욕대학교(NYU) 캠퍼스와 카타르 내 조지타운대·카네기멜론대·노스웨스턴대·텍사스 A&M대 등이 대상으로 지목하며, 해당 대학 교직원·학생들에게 반경 1km 이내 접근 금지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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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 안팎에서도 반응이 엇갈렸다. 한국계인 앤디 김 민주당 상원의원(뉴저지주)은 이날 CNN에 출연해 "우리는 이란에 지상군을 배치해서는 안 된다. 이는 너무 위험한 작전"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미군 병사의 절반 이상이 이란이 지원하는 민병대가 자주 설치한 급조폭발물(IED)에 의해 죽었다"며 "따라서 지상군을 이런 방식으로 투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제임스 랭크퍼드 상원의원(오클라호마주)은 특수작전부대의 단기 기습 작전은 지지할 수 있지만 장기 점령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출신의 데릭 반 오든 하원의원(위스콘신주)과 낸시 메이스 하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주)도 지상전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주)은 하르그 섬 점령을 촉구하며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이오지마(硫黃島) 상륙작전을 예로 들어 논란을 빚었다.
WP에 따르면 AP통신과 시카고대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2%가 이란 지상군 투입에 강하게 반대했으며, 지지한다는 응답은 12%에 그쳤다. 현재까지 이번 전쟁의 미군 전사자는 13명, 부상자는 300명 이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