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통계를 봐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징지르바오(經濟日報)를 비롯한 관영 언론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의 외채 규모는 일단 안정적인 것처럼 보인다. 1조9000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15% 전후에 불과하다. 하지만 깊이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선 단기 외채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무려 전체의 62%에 이른다. 올해에만 갚아야 하는 외채가 1조2000억 달러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3조5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해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더구나 외채 증가 속도 역시 무척이나 가파르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전년 대비 35% 늘어났다. 올해에는 50%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경우 전체 외채는 2조5000억 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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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상황도 희망적이라고 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외환보유고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3개월 연속 줄고 있다. 이 상태로 갈 경우 올해 상반기에 외환보유고 3조 달러 붕괴는 필연적이라고 해도 좋다. 더구나 미국에 비해 현격히 높은 금리가 부추길 기업들의 차입액, 거국적으로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추진에 따라 자연스럽게 누적될 부채까지 더할 경우 현실은 더욱 비관적이다.
현재 중국 경제는 정부·기업·가계가 지고 있는 소위 ‘트리플 부채’로 악전고투하고 있다. 비공식적으로 GDP 대비 300%가 넘는다는 설까지 불거질 정도. 여기에 외채 문제마저 비관적 상황에 봉착할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재야 경제 평론가 왕하오(汪浩) 씨는 “중국 경제는 빚으로 이뤄진 신기루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실은 끔찍하기만 하다. 그런데 여기에 외채 문제가 더해지면 상황은 정말 어려워진다”면서 ‘부채 공화국’이라고 해도 좋을 중국이 직면한 현실을 진단했다. 중국 경제가 여리박빙(如履薄氷), 즉 얇은 얼음 위에 올려진 어려운 상황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