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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통화정책이 시장의 흐름과 조화를 이루었고 메시지도 정교했다는 점에서 이 총재의 연임 1년차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취임 초와는 달리 시장에 명확한 금리 시그널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높이는 성과를 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총재는 작년 11월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 이사로 선임되는 등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를 확대했다.
다만 지난해 금리인상 ‘타이밍’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라는 상반된 평가도 나온다. 좀 더 일찍 금리를 올렸더라면 경기둔화 국면에서 돈줄을 죄는 모순에 직면하지 않았을 거라는 주장이다.
한은의 중립성은 과거보다 잘 지켜지고 있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 총재는 지난해 10월 금통위를 앞두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과 국회의원들이 금융안정을 이유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한은은 그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앞으로도 이 총재가 통화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최근 미국의 통화정책 급선회를 기점으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확산되며 한은의 금리인하론에 무게가 실리자 시장은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총재는 이날 “지금이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해야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현재 금리 1.75%는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는 수준”이라고 일축했으나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요구가 거세질 경우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