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대출길 막혔다”…중·저신용자 자금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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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을 찾는 고객 중 상당수가 생활비나 소규모 사업자금 등 생계 목적의 대출을 신청하는 만큼 실수요자에 대한 충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저축은행을 통한 정책금융 공급을 확대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저축은행들은 지난 27일 정부가 발표한 가계대출 규제 방안과 관련해 대책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가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라고 요구하면서, 저축은행들도 하반기 영업 전략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저축은행업계는 강화된 신용대출 규제로 인한 직접적인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그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큰 어려움을 겪은 저축은행들은 중금리 대출 중심으로 신용대출을 확대해 왔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저축은행업권의 민간 중금리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사잇돌2 제외)은 2조65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1% 증가했다. 그러나 정부가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 연소득의 1~2배 수준에서 연소득 이내로 축소하면서, 저축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실수요자 피해도 우려된다. 저축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는 차주 대부분이 이미 제1금융권이나 카드사 등에서 빚을 지고 있는 다중채무자이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저축은행 14곳의 차주 중 3개 이상의 금융사에서 대출을 보유한 다중채무자 비중은 75%에 달했고, 5곳 이상의 금융사를 이용한 차주도 42%로 집계됐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미 대출이 있는 상황에서 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고객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저축은행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 대부분은 생활비 등 생계 목적의 대출을 필요로 하는 저소득·저신용 차주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연소득 이내로 대출을 제한하면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제도 시행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정책금융 공급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법 개정을 통해 정책금융 상품 취급 시 여신비율 산정에 더 높은 가중치를 부여해 공급을 유도하고, 중금리대출의 10%를 예대율 산정에서 제외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의 서민금융 공급 기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저축은행업계는 이 같은 인센티브가 수익성 개선이나 실수요 대응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책금융의 경우 수혜 대상을 정하는 기준이 까다로워 저축은행을 찾는 많은 고객이 혜택을 받기 어려운 데다, 수익성도 저축은행의 자체 재원을 통한 대출보다 낮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총량 규제로 인해 정책대출을 얼마나 활성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포괄적인 규제보다는 업권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