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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대통령과 대립한 필리핀 부통령 마약퇴치 범정부 위원장 맡아

두테르테 대통령과 대립한 필리핀 부통령 마약퇴치 범정부 위원장 맡아

기사승인 2019. 11. 0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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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ippines Drug Violence <YONHAP NO-4320> (AP)
레니 로브레도 필리핀 부통령(사진)이 ‘마약과의 전쟁’에 중책을 맡게 됐다. 로브레도 부통령은 필리핀 정부 2인자이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주요 정책에 대립각을 세워왔다./ 사진=AP, 연합
레니 로브레도 필리핀 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에 중책을 맡게 됐다. 로브레도 부통령은 필리핀 정부 2인자이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주요 정책에 대립각을 세워왔다.

그는 마약과의 전쟁 캠패인을 주도해 무고한 희생을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두테르테 대통령이 파놓은 정치적 함정에 빠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BBC뉴스의 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야당인 자유당(LP) 소속의 소속 로브레도 부통령은 전날 아론 아퀴노 현 마약퇴치 범정부 위원회(ICAD) 위원장과 ICAD 공동 위원장에 임명됐다. 로브레도 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에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던 인사다. 그는 두테르테 대통령 정권에 “사형제 도입, 형사처벌 연령 하향 조정, 초법적 처형, 여성 학대와 같이 국민에게 해로운 정책에 대해 더 큰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특히 마약과의 전쟁은 “우리가 격분해야 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로브레도 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마약과의 전쟁 캠패인을 바꿀 기회를 잡고 싶었다”며 “무고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내가 세운 원칙과 마음에 따라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공동위원장으로써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한 모든 문서와 정보보고서에 대한 접근권을 얻게 된다. 또한 마약과 관련해 두테르테 정권에 정책 수립에도 참여할 권한을 얻는다. 다만 로브레도는 2022년 6월 30일 이전 언제든지 직책이 취소될 수도 있다.

야당 인사와 로브레도 부통령 지지자들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로브레도 부통령에 무력감, 수치심을 주기 위해 그를 임명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로브레도 부통령은 자신도 회의적이라면서도 “대통령의 제의를 받아들인 것이 조용히있겠다는 뜻이라고 생각하면, 그는 틀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제안이 단지 정치적 함정이고, 정부 기관이 나를 따르지 않아 모든 일에 실패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난 모든 것을 견딜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필리핀을 ‘마약 국가’로 칭하며 ‘마약과의 유혈 전쟁’을 벌이고있다. 필리핀 정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이 캠패인이 시작된 후 약 6600명의 마약 딜러와 마약사범이 사망했다. 다만 인권 단체들은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 용의자를 재판없이 사살하는 ‘초법적 처형’이 거행되며 실제 사망자 수가 2만 7000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쏟아지는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두테르테 대통령은 “아직 내 임기가 2년이나 남았다. 마약범 모두를 위한 지옥을 만들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는 등 그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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