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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과 유럽연합, 새로운 10년을 준비한다

[칼럼] 한국과 유럽연합, 새로운 10년을 준비한다

기사승인 2020. 06. 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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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구 주벨기에 유럽연합 한국대사
한-EU FTA 10년…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 과제 직면
민주주의·시장경제, 한-EU 공유 가치
한-EU 정상회담, 미래 10년 지속적 협력 모색
윤순구
주벨기에 유럽연합 한국대사 / 외교부
유럽의 중심 브뤼셀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내려진 봉쇄조치가 6월부터 본격적으로 완화되고 있다. 폭풍 같은 수개월이 지났다. 사람들의 표정에서 희망과 활력이 되살아나고 있다. 세계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고 있지만 희망적 기대감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유럽의 피해는 컸다. 정치·경제·사회적 상흔은 크고 깊다.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브뤼셀도 예외는 아니었다. 외교단의 규모가 6만명, EU본부에만 27개 EU 회원국 3만명의 공무원이 근무할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니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10년 전 전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한국과 EU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자유무역을 위한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FTA와 기본협정, 위기관리참여협정 등 3대 주요협정을 맺고 한-EU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 광풍은 보호주의와 자국중심주의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과 EU는 코로나19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10년의 협력 파트너십을 제시해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미·중 갈등 속 EU, 한국 지원군 될 수 있어

코로나19는 미·중 간 경쟁 구도의 심화를 불러왔다. 유럽과 미국의 전통적인 협력관계도 예전 같지 않다. 방위비 분담 문제, 주독 미군 감축 문제는 변화하는 대서양 협력 관계를 보여준다.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도 복잡하다. 2019년 EU의 전략보고서는 중국을 협력 파트너이자 경제적 경쟁자, 체제 라이벌로 규정했다. 유럽은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과 경제적으로 필요한 중국 사이에서 최적의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우리와 고민이 상당 부분 겹친다.

유럽과 한국은 민주주의·인권·시장경제의 가치에 있어 외적 도전에 대한 인식과 정책의 방향성이 유사하다. 강대국 간 전략적 이익이 충돌하는 혼돈의 시기일수록 원칙이 중요하다. 다자주의와 규범기반의 국제질서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 기반 위에서 유럽은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추구하며 이익의 균형을 맞춰 나간다. EU는 우리의 대외정책과 궤를 같이 할 뿐 아니라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추구하는 우리 정부의 지원군이기도 하다.

30일 한-EU 정상회담, 새로운 10년과 공동번영

EU는 우리에게 이미 제1투자 상대이자, 제3위 교역 파트너로서 미래 공동번영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할 최적의 동반자다. 공동시장의 크기 이상으로 국제사회의 규범형성에 영향력을 보유한 EU와의 협력은 절실하다. ‘그린딜’을 핵심 정책 과제로 제시한 EU의 새로운 지도부가 지난 12월 출범했다. 당면 과제는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EU 국가들 간 공조이지만 그린딜, 디지털 경제 등 핵심 공약을 병행해 추진한다. 우리 정부의 그린뉴딜과 디지털뉴딜과 같은 맥락이다. EU가 고령화 등 후기 산업사회의 문제에 대해 취하고 있는 정책은 유용한 참고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는 유럽인들이 한국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K방역의 성공은 유럽이 존중하는 다양성의 가치를 부각시켰다. 유럽인들이 거의 착용하지 않던 마스크는 이제 상호 배려의 마음으로 통한다. 유럽인은 코로나 사태에도 민주적 선거를 치루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코로나에 대처하는 한국 사회를 존중한다. K방역 성공사례가 일과성 성과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 협력으로 이어지도록 구체적 협력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한국과 EU는 30일 화상 정상회담을 연다. 코로나 국면 이후 외교 정상화로 전환하는 올해 첫 양자 정상회담이다. 화상회의는 코로나 시대 뉴노멀이 됐다. 양측 정상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협력방안에 대해 협의한다. 무역과 투자, 교통 등 양자 현안과 디지털 기반의 저탄소 경제정책 분야에서 상호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방안도 논의한다. 한-EU 전략적 동반자 관계 10년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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