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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울릉군 ‘터무니없는 요구인가, 터무니없는 행정인가’

[기자의 눈] 울릉군 ‘터무니없는 요구인가, 터무니없는 행정인가’

기사승인 2020. 07. 0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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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전국부 조준호 기자
우리말 중에 ‘터무니없다’란 말이 있다. 무엇을 해 달라고 막무가내로 떼를 쓸 때 우리는 흔히 ‘터무니없다’라는 말을 쓴다. ‘터무니’의 ‘터’는 ‘자리’를 뜻한다. 요즘 이 자리(터)간 입장차 때문에 경북 울릉군정이 어수선하다.

울릉군청 공무직 분회는 고정수당 12만5000원 신설과 체불임금 해결 등을 요구하며 한달여간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양쪽에서는 “터무니없는 요구”, “터무니없는 대응”이라며 주장을 한다.

문제는 파업이 장기화돼 가곤 있지만 서로간 입장차 때문에 협상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파업으로 인해 공공인프라 운영과 관광서비스 등의 차질도 예상된다. 또 울릉군정의 이미지도 추락 중이며 이런 일로 인해 주민 및 관광객 등의 불편도 예상된다.

불과 한달 전만 하더라도 같은 사무실에서 웃으며 담소 나누던 동료들이었지만 입장 폭을 줄이지 못하는 모습이 더욱 답답하다. 협상의 기본은 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하며 작은 부분이라도 공감하며 협상의 불씨를 살려 협상으로 이어지게 노력해야 하지만 공감보다 서로 다른 이유만 찾고 주장하는 듯하다.

한 예로 울릉군은 공무직 분회 요구에 타 시·군과 현 공무원 급여 등을 비교하며 형평성을 이야기한다. 형평성을 가지고 이야기 한다면 울릉군의 공무원 정원은 타 시·군과 비슷한지 묻고 싶다.

또 공무직에게 지급되는 임금 비율이나 급여 인상폭이 타 시·군보다 군정에 부담이 크다고 이야기도 한다. 울릉군은 도서 지방 특성상 특수성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공무원 정원도 인구대비해 타 시·군보다 월등히 많다. 인상분 요구에 부담을 느낄 정도로 열악한 군 재정상태라면 그동안 공무직 직원을 늘리지 않고 조정하거나 타 시·군 보다 업무강도가 약한 공무원으로 대체했어야 했다. 또 필요에 의해서 채용했다면 직원의 사기를 올리는 것도 군정의 할 일이다.

울릉군은 대안으로 공무직 전담팀을 구성해 향후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물론 팀을 전담해 능동적으로 대응하면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공무직을 보는 군정의 시각전환이 우선돼야 할 듯하다.

팀만 신설하고 적극적으로 대응치 못하면 이 또한 행정력 누수다. 행정이란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행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작용을 말한다. 행정의 중심은 주민이어야 한다.

직원의 만족도가 높아야 주민이 느끼는 행정의 만족도 또한 높아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울릉군의 공무직은 군정의 손발같은 존재다. 폭설이 내리거나 폭우가 쏟아지는 등의 피해상황이 발생하면 제일 먼저 일선현장에 투입되는 직원이 바로 이들이다.

한달여간 군정을 지켜보면 안타깝다. 협상을 전담하는 공무원이 쓰러져 입원하고, 파업을 벌이는 직원들은 가족과 일을 뒤로한채 거리로 나와 쪽잠을 자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넓게 보면 이들 모두가 주민이며 모두 공적인 일을 담당하는 신분이다. 서로간 감정대립보다 이성적인 사고로 하루빨리 해결점을 모색해야 한다. 이성적이지 못한 대응은 끝이나도 앙금이 남는다.

서로간 명분에 얽매여 주민을 뒤로한채 제 살 깍아 먹기를 이어가다간 자승자박(自繩自縛)을 면치 못할 것이다.

민선 후반기에 접어 들었다. 새로 선출된 울릉군의회 후반기 의장단은 주민을 대표해 해결점 모색과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할 때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혼란 속에 빠져 있다. 무엇보다도 강력한 행정력을 바탕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예측하기 힘든 불안한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기에 행정력이 혼란을 겪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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