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4조원 자금 확보…“숨통 트이나”

기내식·기내면세점 사업권 사모펀드에 매각 추진
유상증자·정부 기안기금 등으로 자금 마련
화물 운송 선방으로 2분기 실적도 장밋빛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영악화로 유동성 위기에 몰렸던 대한항공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자산매각·유상증자 등으로 올 연말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 4조원가량을 확보할 예정이다. 2분기 화물 매출도 분기 사상 최대로 예상되면서 최악의 고비는 넘겼다는 분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기내식·기내면세점 사업부 매각과 1조127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에 이어 정부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과 지난 4월 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에서 1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으며 4조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여력이 생긴 셈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말까지 상환 또는 차환해야 하는 차입금이 약 4조원 정도다.

대한항공 내에서 현금을 창출하는 ‘알짜배기’ 사업인 기내식과 기내면세점 사업부를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경쟁력 약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지원 조건으로 내세운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 지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대한항공의 기내식은 자사를 포함한 30여개 글로벌 항공사에 공급되며 연 매출 1000억원대로 영업이익률도 20~30%대로 높은 편이고, 기판사업 역시 지난해 매출액 1600억원을 기록한 대표적 수익사업 중 하나다.

대한항공 측은 “기내식 및 기내면세점 매각으로 인한 자본확충 효과는 송현동 부지 매각 대비 재무구조 개선 기여도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기내식 및 기내면세점 매각뿐 아니라 항공정비(MRO)와 마일리지 사업부 역시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항공사의 핵심 사업으로 ‘마지막 보류’로 남겨 놓고 있다.

대한항공은 일단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계속해서 송현동 부지와 왕산 마리나 등 부동산 자산 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최근 증권사 리포트에서 화물 운송 매출에 힘입어 대한항공의 2분기 실적 전망치를 높게 보고 있다. 대신증권과 KTB투자증권 등은 2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까지 예측하고 있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화물 매출액이 전년 대비 131% 증가한 1조4000억원을 기록, 사상 최대 매출액이 예상된다”면서 “여기에 항공유가가 극단적으로 낮아져 화물 부문이 여객 공백을 만회하고도 남아 전사 영업이익 95억9000만원으로 흑자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도 “대한한공의 2분기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 1조8917억원, 영업이익 105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사들이 전망한 실적 컨센서스(시장 평균치)도 한달 전 1109억원 영업손실로 예측했던 것이 653억원 감소한 456억원으로 적자폭을 줄였다.

업계 관계자는 “화물이 버티며 어느 정도 손실을 상쇄하고 있지만 항공사 주요 매출을 차지하는 여객 부문 회복 속도가 더딘 만큼 대한항공은 계속해서 비핵심자산 매각 또는 유동화를 진행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