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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창구 업무 100% 디지털화”, 소외되는 고령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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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창구 업무 100% 디지털화”, 소외되는 고령층

기사승인 2020. 07.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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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효율화로 종이서류는 없애
태블릿 등 익숙지 않아 불편 호소
큰글씨체 적용 등 대응 마련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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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에 보이시는 화면에 30만원 입력하세요.” 지난 10일 오후, 서울 시내 우리은행 한 영업점. 한 노인 고객이 창구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직원의 친절한 안내에도 노인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어떻게 하는지를 알려줘야...” 노인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앞에 30만원이라고 쓰시면 돼요.” 하지만 귀까지 잘 들리지 않는 노인은 “네?”라며 계속 되물을 뿐이다. 답답해진 행원은 눈짓으로 청원경찰에게 도움을 청한다. 청원경찰은 노인의 옆으로 와 손가락으로 30만원을 키패드에 입력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삼십만원이요.” “삼십…. 삼십이 어딨어?” “삼. 십. 여기 만. 원. 확인. 네.”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창구 업무 역시 빠르게 디지털화 되고 있다. 은행 영업점 창구마다 고객용 태블릿PC가 놓여있는 모습은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종이서류를 없애고 리테일 업무 대부분을 전자문서 형태로 처리하고 있다. 불필요한 서식을 줄여 업무처리 효율성을 높이고 주 52시간을 맞아 근로시간을 단축하겠다는 취지다. 방카슈랑스(은행의 보험판매 업무) 등 법적으로 디지털 서식 처리가 어려운 업무 외에는 대부분 디지털 서식으로 소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해 3월 전자문서시스템 2단계까지 오픈을 마치고, 기업여신 업무 전체를 포함한 대고객 업무에 100% 전자문서시스템을 적용했다. KB국민은행도 보험사가 디지털 서식을 지원하지 않는 방카슈랑스나 업무 특성상 방문 처리가 많은 무역금융 업무를 제외한 전체 업무를 디지털 서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2017년 3월 일찌감치 디지털 창구를 전체 영업점에 적용한 신한은행도 수신·여신·투자상품 등 리테일 고객을 대상으로 한 대부분 업무에서 ‘페이퍼제로(paper zero)’를 적용 중이다. 하나은행 역시 리테일 업무는 대부분 가능하며, 일부 위임거래나 수출입 등 외국환 거래에만 전자서류를 적용하지 않는다. 농협은행도 수신과 여신, 카드, 외환 등 다수 업무에 전자창구를 도입한 상태다. 이들 은행의 전자서식 전환률은 대부분 70%를 넘기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화의 효율성 뒷면에는 디지털 소외의 그늘이 드리운다. 이미 고령사회에 접어든 상황에서 일부 노인세대는 태블릿PC 등 디지털 활용에 어두운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디지털 환경 자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간단한 키패드 입력조차 이들에게는 쉽지 않다. 은행들은 “화면 확대 기능을 활용할 수 있어, 오히려 고령층 고객들이 종이서류보다 편리해 한다”고 주장하지만, 화면을 확대할 수 있는 것조차 모르는 노인계층이 많다. 대부분 은행들에서 디지털 서식 이용이 어려운 고객들을 위해 예전처럼 종이 서식을 이용해 필요 서류를 작성하는 옵션을 남겨두고 있지만, 이 역시 제대로 안내가 되지 않고 있다. 빠른 디지털화 속에서 고령층이 역차별 받는 ‘디지털 디바이드(디지털 정보 불균형)’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은행 창구를 찾았던 한 여성 고객은 “내가 곁에 있는데도 어머니가 태블릿PC 이용에 익숙하지 못해 서류 작성 과정에서 크게 당황해 했다”며 “뒤에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어머니가 자신이 전자서류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해 뒷 사람에게 폐가 될까봐 주눅 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속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이 디지털화 과정에서 고령층에 대한 배려가 충분치 않았던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최근 은행들은 디지털 디바이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안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고객이 작성해야 하는 항목의 개수를 고객용 태블릿PC 상단에 미리 보여줘 빠지는 부분이 없도록 하고, ‘설명을 듣고 이해 했음’과 같이 고객이 자필로 작성해야 하는 필수 항목은 흐린 글씨로 안내해 고객이 이를 보고 따라 쓸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은행도 전 직원이 형광펜 사용 등을 통한 시니어 고객 대응 노하우를 전 직원이 공유하고 전자문서 역시 보다 직관적으로 구성해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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