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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마음 넉넉해지는 ‘예술마을’ 여행

[여행] 마음 넉넉해지는 ‘예술마을’ 여행

기사승인 2020. 08. 1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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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천 예스파크·전북 완주 삼례문화예술촌
여행/ 예스파크
220여 개의 공방이 모여 있는 국내 최대 도자예술마을 ‘예스파크’. 학암천을 따라 산책로도 잘 조성돼 있다.
문화와 예술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이러면 일의 이치나 순서를 따지는 일이 조금 선명해진다. 경기도 이천에 도자예술마을 ‘예스파크’가 있다. 도자를 포함한 다양한 공예품을 전시·판매하는 공방들이 모여서 마을을 이뤘다. 마을 자체가 거대한 갤러리다. 전북 익산의 삼례문화예술촌은 역사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한 곳이다.

여행/예스파크
‘예스파크’의 공방 건물마다 작가의 개성이 묻어난다.
◇ 경기 이천 ‘예스파크’

일단 ‘예스파크’ 이야기부터. 경기도 이천 신둔면에 있는데 ‘다양한 기술과 예술이 모여 만들어진 마을’이라고 예스파크(藝‘s Park)다. 공예공방 220여 개가 모여 있고 이들 중에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많다. 이천은 예부터 도자의 중심지였다. 흙이 기름지고 물이 맑은 데다 뗄감까지 풍부했다. 서울과도 가까워 많은 도요장들이 일찌감치 이 땅에 터를 잡았다. 지금도 이천 일대에는 400여 곳의 도요장이 운영 중인데 이를 한곳에 모은 곳이 예스파크라고 생각하면 된다.

도자공방만 있은 것이 아니다. 유리공예, 옷칠공예, 목공예, 섬유공예 등 분야가 다양하다. 체험거리도 여러가지다. 도자공방에서는 도자기 제작과정을 구경하고 컵이나 컵받침 등 간단한 생활용품을 만든다. 물레를 돌려보고 전통 장작가마에 불을 지피는 것도 구경할 수 있다. 목공방에서는 나무로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 수 있다. 나무 레고, 나무 보트, 고무줄 총, 서핑 보드 등이 가능하고 심지어 우쿨렐레 만들기를 진행하는 곳도 있다. 뭐든 직접 해보면 관심이 생기고 애정도 커진다. 함께 하는 사람끼리 정(情)도 든다.

여행/ 예스파크
‘예스파크’에는 220여 개의 공방이 모여있다.
여행/ 예스파크
‘예스파크’에는 도자공예, 유리공예, 목공예, 섬유공예 등 다양한 공예 체험이 가능하다.
예스파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예술마을이다. 이러니 한나절 나들이 장소로 손색이 없다. 공방마다 개성 넘치는 작품과 소품을 선보이니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곳에서 촬영한 예쁜 소품과 거리 사진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작가의 ‘친절한’ 설명을 들을 기회도 많다. 공방 대부분은 1층이 작업·전시·판매를 위한 공간, 2층이 작가의 거주공간이다. 작가가 공방에 상주하는 시간이 많다는 이야기다. 눈길 가고 마음 끌리는 공방에 들어가면 시간이 훌쩍 지나는 이유다. 카페거리가 조성돼 있고 학암천을 따라 산책로도 잘 정비돼 있다. 야외 대공연장에서는 플리마켓(벼룩시장)이나 버스킹 공연이 열린다. 숙박이 가능한 곳도 있다. 작가와 소통하고 교감하며 하룻밤 묵는 ‘아트스테이’가 가능하다. 예스파크 관광안내소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여행/ 설봉공원
산책로가 잘 갖춰진 설봉공원.
예스파크말고 이천에서 즐길 거리는 없을까. 물 좋은 땅이라 온천이 제법 유명하다. 이천온천, 설봉온천, 테르메덴, 장천온천 등이 예스파크에서 가깝다. 특히 테르메덴에는 현대식 스파시설과 캐러밴 캠핑단지가 있다. 스파시설은 지난해 리뉴얼해 쾌적하다. 야외 스파도 반응이 좋다.

이천 설봉산(394.3m) 아래 설봉공원은 산책하기 좋다. 호수를 에둘러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다. 설봉산 중턱에는 영월암이 있다. 대웅전 뒤편 자연 바위에 새긴 마애조사상(보물 제822호)이 유명하다. 설봉공원에서 영월암까지 자동차로 갈 수 있다. 토질 좋고 기후 좋은 곳에서 생산되는 이천쌀도 이름났다. 예스파크와 함께 둘러보기 좋은 곳들이다.

여행/ 삼례문화예술촌
일제강점기 양곡창고를 개조한 삼례문화예술촌.
◇ 전북 완주 삼례문화예술촌

삼례문화예술촌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양곡창고 몇 개를 개조해 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한 곳이다. 전북 완주 삼례읍에 있다.

우선 삼례읍에 대해 짚고 넘어간다. 한때 “호남은 삼례로 통한다”는 말이 있었다. 교통의 요지였고 그래서 호남 최대 규모의 역참이 설치되기도 했다. 또 비옥한 호남평야(만경평야)의 쌀 수확지 중 한 곳이었다. 호남평야의 젖줄인 만경강이 마을 인근으로 흐른다. 물길이 연중 마르지 않고 곡식도 풍부했다. 이러니 일찌감치 상업과 문화의 중심지로 번성했고 먹고살기에도 넉넉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이런 환경이 오히려 화가 됐다. 전북 군산, 익산, 김제와 함께 양곡수탈의 핵심지역이 됐다. 일제는 호남평야에서 수탈한 농산물을 삼례에 저장했다. 이때 양곡창고도 많이 지었다. 저장된 쌀을 철도로 군산까지 옮겼고 여기서 뱃길로 일본으로 빼돌렸다. 당시 지어진 삼례역 일대의 양곡창고는 2010년까지도 사용됐다. 이후 저장기술 발달 등으로 기능을 잃고 방치됐다.

여행/ 삼례문화예술촌
삼례문화예술촌 책공방 북아트센터.
여행/ 삼례문화예술촌
삼례문화예술촌 문화카페 뜨레.
여행/ 삼례문화예술촌
삼례문화예술촌 김상림목공소.
삼례문화예술촌은 이 창고들을 개조해 만들었다.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 현대인의 마음을 풍요롭게 살찌우는 멋진 공간이 됐다. 삼례양곡창고는 미술관이 됐다. 삼례농협창고는 공연 등이 열리는 소극장이 됐다. 여기에 디지털체험관, 문화카페, 김상림목공소, 책공방 등도 들어섰다. 미술관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작가가 멋진 전시를 연다. 소극장에서는 공연이 펼쳐지고 영화상영도 진행된다. 책공방에서는 활판인쇄기와 제본기 등 책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장비와 기계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문화카페의 분위기도 매력적이다. 오래된 건물이 풍기는 곰삭은 시간의 향기에 은은한 커피 향이 오버랩된다. 야외 데크도 마음 편안해지는 공간이다. 마지막으로 김상림목공소는 김상림 작가의 작업실이자 전시·판매 공간이다. 다양한 가구와 소품을 만날 수 있다. 여기서 목공예 체험도 가능하다. 나무목걸이, 연필꽂이, 받침세트, 도마, 독서대, 액자 등을 만들어볼 수 있다. 삼례문화예술촌 옆에 위치한 삼례책마을도 볼만하다. 고서점, 헌책방, 북카페가 자리 잡았고 공연 등 문화행사도 수시로 열린다. 이 건물 역시 양곡창고였다.
여행/ 삼례책마을
양곡창고를 개조해 만든 삼례책마을. 삼례문화예술촌 옆에 있다.
여행/ 비비정마을
비비정마을. 왼쪽 언덕에 보이는 정자가 ‘비비정’이다.
여행/ 비비정마을
비비정마을 옛 만경강 철교에 자리잡은 ‘비비정예술열차’에서 본 만경강 풍경.
삼례문화예술촌에서 비비정마을이 가깝다. 만경강을 굽어보는 언덕에 ‘비비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원래의 정자는 조선시대에 지어졌다. 현재의 것은 1998년 복원된 것이다. 어쨌든 옛 선비들은 비비정에서 만경강 강변 백사장에 내려 앉은 기러기를 바라보며 풍류를 즐겼단다. 이를 ‘비비낙안(飛飛落雁)’이라 하는데 지금도 완주8경에 든다. 다만 강 하류에 수문과 보가 설치된 후 강변의 풍경이 전과 달라졌다. 그러나 저녁 무렵 하늘에 노을이 드리우는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다. 이를 보기 위해 찾는 이들이 제법 많다.

비비정마을에는 폐철교가 된 옛 만경강 철교가 있다. 일제는 삼례에 저장했던 양곡을 군산 등으로 옮기기 위해 만경강 철교까지 국유화했다. 만경강 철교는 2011년 폐철교가 됐다. 폐철교 위에는 객차를 카페, 갤러리 등으로 꾸민 ‘비비정예술열차’가 자리 잡았다.

문화를 벗삼고 예술과 한바탕 뒹굴고 나면 고단한 일상을 버틸 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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