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전문가들 “담뱃세, 형평성과 함께 유해성도 따져 세율 결정해야”

전문가들 “담뱃세, 형평성과 함께 유해성도 따져 세율 결정해야”

기사승인 2020. 08. 13. 16:15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액상형 전자담배 증세 논란 <下>
-향후 개선방향과 대책
clip20200813174303
정부가 내년부터 액상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율을 2배로 인상하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자 액상형 전자담배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권고로 이미 위기를 경험한 액상형 전자담배 업계는 ‘세율 인상’이라는 또 하나의 악재가 밀려오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12일 소비세에 이어 액상형 전자담배에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도 2배로 올리는 방안을 추가로 밝히는 등 단호한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영세상인·소비자들의 끝없는 한숨…“터무니 없이 높은 세율로 시장 몰락·소비자 권리 침해”

13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의 액상형 전자담배 A판매점(이하 판매점)에는 평소처럼 몇몇 손님이 가게 주인으로부터 액상 전자담배의 종류와 관련한 상담을 받고 있었다.

기자가 이들에게 ‘액상형 전자담배 세금 인상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자 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세금 2배는 너무나 과하다” “우리나라 액상형 전자담배 세금은 이미 세계 상위권이다” “더 올린다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등의 불평을 쏟아냈다.

해당 가게 주인은 “다른 사장님이랑 ‘이렇게 되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농담을 자주 해왔다”며 “근데 이젠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영업을 못 하게 될까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영등포구의 또 다른 B판매점 주인도 “세금이 인상되면 한 달에 액상 값으로 9만~10만원을 쓰던 흡연자들이 30만~40만원을 쓰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3배 이상으로 오르는 꼴인데 손님들도 당연히 싫어하지 않겠느냐”며 정부를 원망했다.

이들은 액상형 전자담배가 연초·궐련형 전자담배의 대체재로 인기를 얻자, 정부가 이를 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불신감마저 드러냈다. 또한 이번 세법개정안이 ‘소비자 선택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해당 가게에 있던 손님 이모씨(24)는 “연초나 궐련형보다 더 싸고 몸에 덜 해롭다고 해서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것인데, 결국 정부가 연초를 더 권장하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며 “흡연자가 액상형 전자담배를 안 피우면 연초밖에 더 피겠냐”고 흥분했다.

용산구의 C판매점 주인은 “액상형 전자담배는 연초를 끊으려는 이들이 대체재로 선택하는 최종 정착지”라며 “당연히 너무 많은 세금이 부과된 액상형 전자담배는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국민건강을 위한다면 액상형 전자담배에 적절하게 과세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흡연자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의 이연익 대표도 “급격한 세금 인상은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정부가 소비자를 덜 해로운 선택지에서 더 해로운 선택지로 유도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기획재정부 “전자담배협회 대표성 없어…요구 수용 어려워”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했다.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는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세율 인하’와 관련한 논의 요구를 피해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가 니코틴 함량이 아닌 용액을 기준으로 하는 과세체계를 고집하고 있고, 과세 전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법안을 우선 마련하지 않는 등 비전문적인 ‘주먹구구식 결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전자담배협회는 대표성이 없는 단체”라고 일축하고 “지금까지 세금을 내지 않은 단체가 이제 와서 ‘세금 비싸서 못 내겠다’고 하니 도저히 수용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액상형 전자담배의 약 89%가 줄기,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현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규정돼 있지 않아 지금까지는 부과세만 내왔다”고 강조하고, “이는 액상형 전자담배 업체 가운데 11%만 제대로 된 세금을 내고 있었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용액 기준의 액상형 전자담배 과세체계를 우리나라만 갖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해외 사례를 예시로 들며 과세체계를 바꿔 달라고 요구하면 매우 곤란하다”며 “영국은 액상형 전자담배 세율이 0%지만, 미국의 어떤 주는 우리나라 세법개정안보다 더 높은 세율을 도입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영세상인을 위한 대책이 마련돼 있는지” “액상형 전자담배 생산자도 연초 50억개비 생산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하던데 관련 법 개정 계획은 없는지” 등의 질문에는 아예 답을 하지 않거나 “기재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 “담뱃세, 형평성·유해성으로 정해야”…적정 세율 의견은 ‘분분’

액상형 전자담배와 달리 궐련형 전자담배는 이번 세금 인상안에서 제외됐다. 이미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는 2017년 연초와 비슷한 수준으로 한 차례 인상됐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로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는 “궐련형 전자담배 회사를 건드리는 건 KT&G 등 대기업을 건드리는 것과 같으니 정부는 꺼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7년 당시 정부는 “일본·이스라엘 등 해외 사례를 통해 궐련형 전자담배가 연초보다 덜 유해하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이에 따라 연초의 90% 수준으로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히고 인상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적정한 액상형 전자담배 세율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라면서도 “형평성뿐만 아니라 유해성을 근거로 세율을 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형수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객원교수는 “담뱃세는 일종의 ‘교정세’로, 정부가 소비자 선택의 권리를 제한할 때 ‘국민 건강’을 근거로 교정세를 부과한다”며 “액상형 전자담배 세율 인상을 위해서는 유해성에 대한 문제를 먼저 제기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최재욱 한국위해감축위원회 이사도 “담뱃세와 관련한 논의에 유해성이 빠지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일반 공산품 등의 규제도 유해성에 따라 차등을 둔다”고 설명했다.

최 이사는 “미국 식품의약처(FDA)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에는 발암물질, 건강 유해물질 등이 일반 담배보다 85~95% 적다”고 주장하고, “미국은 액상형 전자담배의 위해 감축 효과를 인정하고 ‘위해가 저감됨’이라는 광고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율을 낮춰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미묘한 의견 차이를 드러냈다.

최 이사는 “위해 감축과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세율을 낮춰야 한다”며 “이를 통해 소비자 선택의 권리 또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액상형 전자담배도 담배는 담배이니만큼 국민 건강 차원에서만 보면 사회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며 “충분한 논의를 거쳐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의 적절한 세금을 부과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


댓글
기사 의견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