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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릭 러시아대사 “대북제재 완화로 한반도 평화 견인” 선상신“남·북·러 삼각협력 중요”

쿨릭 러시아대사 “대북제재 완화로 한반도 평화 견인” 선상신“남·북·러 삼각협력 중요”

기사승인 2020. 09. 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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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릭 대사-선상신 아시아투데이 사장 특별대담
9월 30일 한·러 수교 30돌 기념
쿨릭 "한국의 러시아 투자 확대 필요,
문재인 대통령 '나인 브릿지' 구상 지지,
한·러 교역량 300억 달러 달성 목표"
선상신 쿨릭 대사 대담 111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오른쪽)와 선상신 아시아투데이 사장이 오는 9월 30일 한·러 수교 30돌을 앞두고 20일 러시아 대사관에서 특별대담을 하면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오는 9월 30일 한·러 수교 30돌을 맞게 된다. 새로운 시대에 미래지향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할 훌륭한 조건이 마련된 만큼 한·러 관계의 전망은 밝다고 확신한다.”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는 20일 한·러 수교 30돌을 맞아 가진 선상신 아시아투데이 사장과의 특별대담에서 이 같은 한·러 청사진을 밝혔다. 2018년 7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주한 대사로 임명된 쿨릭 대사는 한반도 등을 담당하는 외무부 제1아주국장을 지낸 동아시아 외교관계 정책통이다.

쿨릭 대사는 한·러 관계 발전 문제가 러시아의 동북아시아 정책 중 우선 순위로 꼽힌다며 협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리적 인접성의 이점과 상호 보완적 경제구조를 갖고 있어 한·러 관계가 한반도 정세 변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했다. 쿨릭 대사로부터 한·러 수교 30돌의 성과와 두 나라의 주요 현안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선상신 아시아투데이 사장 “오는 9월 30일 한·러 수교 30돌을 맞는다. 지난 30년 간의 주요 성과는 무엇이며 두 나라 관계의 발전 전망을 어떻게 보나.”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 “한·러 수교 30돌을 맞는 2020년은 두 나라의 외교 관계에 있어 중요한 해다. 러시아는 한·러 수교가 시작되기 전인 1884년 조·러수호통상조약 때부터 한반도에 평화적이고 건설적인 노선을 취해 오고 있으며 한국의 발전과 국가체제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특히 한·러 외교 관계가 수립된 이후 30년 동안에도 우정과 상호 존중, 호혜적인 협력 원칙 속에 교류를 위한 다양한 관계들이 형성됐다. 무역과 투자, 어업,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군사기술 협력, 문화, 교육 분야의 60개 이상의 정부 간 협정을 체결하면서 광범위한 법적 여건이 조성된 것이 그 예로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과의 관계 발전은 러시아의 동북아 정책 우선 순위 중 하나로 꼽히며 장기적인 공동 이익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독자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에 미래지향적인 상호 호혜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격상시키기 위한 훌륭한 조건이 마련된 만큼 한·러 관계의 전망이 밝다고 확신한다. 러시아는 한국과 광범위한 두 나라와 국제 이슈에 대해 협력을 발전시킬 준비가 돼 있다.”

선상신 “한·러 수교 30돌을 맞아 준비한 광범위한 공동 행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획된 행사들의 성과와 향방은 어떻게 보는가.”

쿨릭 “2018년 6월 한·러 정상은 수교 30돌인 올해를 한·러 상호 교류의 해로 정하고 수교 기념 행사를 열기로 합의했다. 이에 맞춰 두 나라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유리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가 각각 위원장을 맡는 준비위원회를 발족해 정치와 경제·통상, 군사, 문화, 인문 분야에서 다양한 행사를 기획했다.

러시아 측과 한국 측은 각각 180여 개, 150여 개 이상 행사를 기획했다. 한·러 협력 속 포럼과 전시회, 발표회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러시아의 예술 집단과 예술가들의 한국 투어도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면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는 지난 6월 3일 전화 통화를 통해 한·러 상호 교류의 해 개막식을 취소하고 관련 행사들을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펜데믹 상황에도 한·러 상호 교류의 해 슬로건인 ‘우정과 신뢰로 함께 빚는 미래’는 낙관적인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슬로건은 서로의 풍부한 전통과 역사, 문화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우호와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자 하는 두 나라 국민들의 공동의 염원을 반영하고 있다.”

선상신 “한·러 두 나라 정상들은 정치적 대화를 통해 주요한 관계를 형성해 왔다. 이러한 두 나라 관계의 정치적 측면이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앞으로 예정된 정상과 고위급 대화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쿨릭 “러시아는 한국과의 정치적 대화를 모든 수준에 걸쳐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러 관계를 점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기본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활발한 정치적 대화다.

두 나라 정상들은 지난 30년 동안 30차례 이상 만났다. 2018년 6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 국빈방문 계기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 성명문과 수많은 양자 협정·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또 2018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와 지난해 6월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비롯한 다양한 국제무대에서도 두 나라 정상이 만났다. 두 나라 정상들은 각 국가의 국경일과 공동 기념일에 맞춰 개인적인 편지도 교환했다.

푸틴 대통령은 두 나라 국민들의 공통 기념일이라고 볼 수 있는 8·15 광복절에 문 대통령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구체적으로 푸틴 대통령은 전보를 통해 ‘두 나라 협력을 앞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은 두 나라 민족들의 근본적인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며, 한반도와 동북아 전반의 안정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선상신 “한·러 경제협력 구상은 두 나라의 경제통상에 도움이 되는 객관적 요소들이 많다. 실제로 문 대통령의 ‘이니셔티브’, 극동지역 발전으로 대표되는 러시아 정부 측의 관련 계획 등이 양국의 경제통상 협력을 촉진하고 있다. 두 나라의 경제협력 전개 방향과 향후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경제 협력 분야의 우선 순위는 무엇인가.”

쿨릭 “한·러 관계에서 경제·통상 협력은 필수적인 부분이다. 지리적 인접성과 한·러 간 상호 보완적 경제 잠재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위한 유리한 여건을 조성해 왔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두 나라의 교역량이 꾸준히 발전해 약 250억 달러(약 30조)에 육박하고 있으며, 300억 달러까지 증가시키는 것을 공동 목표로 하고 있다.

두 나라 산업분야 협력 과제로는 에너지 산업을 꼽을 수 있다. 한국 정부의 ‘녹색 에너지’ 개발 방침에 따라 러시아의 국영기업인 가스프롬(Gazprom), 노바텍(Novatek), 로스네프트(Rosneft) 등은 극동·북극 프로젝트 차원의 녹색 에너지 관련 제품 공급량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탄화수소와 이를 원료로 한 제품은 러시아의 대(對) 한국 수출 80%를 차지하고 있고 한국도 러시아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고 있다. 오는 2024년 ‘사할린-2’ 프로젝트 3단계가 완료되고, 연해주의 극동 LNG 플랜트가 가동되면 LNG 수출량을 추가로 증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 북극 대륙 지역의 탄화수소 생산작업에 참여할 경우 관련 에너지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러는 자동차 산업과 조선, 전기공학, 원자력 에너지, 어업, 식료품 등 많은 분야에서도 유익한 협력 경험을 쌓았다. 아울러 한·러 투자 잠재력을 끌어 올리기 위한 문 대통령의 ‘나인 브릿지(9-BRIDGE)’ 구상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러시아에 대한 누적 투자액은 한국의 외국인 직접투자 총액의 약 0.5%(26억 3000만 달러)에 해당하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었다. 또 포스트 코로나시대 글로벌 생산·유통망을 구축하기 위해 러시아와 동아시아 경제 전략과 문 대통령의 ‘신북방정책’의 상호 호혜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새로운 ‘브릿지’들을 모색해야 한다.”

선상신 쿨릭 대사 대담 11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오른쪽)와 선상신 아시아투데이 사장이 20일 한·러 수교 30돌의 주요 성과와 두 나라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대담을 하고 있다.
선상신 “한·러 간 문화·인문·인적 교류는 우호적인 국가 관계를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한국과 러시아의 인문분야 교류 현황과 동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쿨릭 “한·러 인문 분야 교류는 두 나라가 서로의 역사·문화·전통을 이해하고자 하는 열망을 통해 활발한 발전 양상을 보여 왔다. 구체적으로 한국에는 한·러친선협회, 한·러 대화(Korea·Russia Dialogue), 한·러문화예술협회(KORACS), 한·러교류협회(KORUSS), 러시아 교육문화센터 뿌쉬낀 하우스를 비롯한 공공 기관들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기관들의 지원속에는 푸쉬킨 페스티벌과 시 낭송회, 노어노문 학술 컨퍼런스, 슬라브 문자 창제의 날을 기리는 ‘슬라브의 봄’ 페스티벌, ‘백만 송이 장미’, 러시아어 공인시험 ‘토탈 딕테이션(Total Dictation)’, 대학생 러시아어 토론대회와 같은 행사들도 열리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러시아어와 역사, 문화, 응용과학을 공부하고 음악 교육을 받는 한국 학생의 수가 늘고 있다. 현재 약 1500명의 학생들이 러시아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그중 70명 이상이 러시아 연방 예산을 지원받아 유학 생활을 하고 있다.

또 학생과 교수진 교류 프로그램에 모스크바국립대와 모스크바 항공대, 모스크바 물리기술원, 바우만 모스크바 국립공과대, 러시아 민족우호대 등 약 25개의 러시아 유수 대학과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경희대, 한국외대 등의 20개 이상의 한국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한·러 수교 30돌을 맞아 ‘한·러 상호 교류의 해’와 ‘한·러 상호 문화교류의 해’, 2021년에 예정된 ‘러시아 시즌’ 등 다양한 문화 행사들도 기획돼 있다. 이를 통해 두 나라 국민들의 우정과 상호 이해의 유대관계가 더욱 강화되고 서로의 문화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포츠 분야 교류도 확대되고 있다. 한·러 스포츠팀 간 교류와 친선 경기, 공동 훈련 캠프 확대, 러시아의 한국 스포츠 대회 참가, 러시아 국기(國技) 삼보의 한국 내 위상 제고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 같은 교류 확대를 견인한 데는 2014년 1월 1일 발효된 한·러 비자면제협정의 역할이 컸다.

앞으로도 코로나19 관련 출·입국 제한 문제가 해결된다면 관광객 수는 2019년의 70만 명에서 연간 100만 명으로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상신 “한반도 정세는 한국과 러시아 국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반도 정세 해결 방안과 이를 위한 러시아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또 두 나라는 어떤 협력을 전개하고 있는가.”

쿨릭 “러시아는 한반도와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로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안정 보장과 한반도 문제의 평화·정치적, 외교적 해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남북, 북·미 대화의 진전이 궁극적으로 남·북·미 관계 정상화를 견인하고, 동북아 지역 국가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러시아와 중국은 군사, 정치, 경제, 인문 분야에서의 포괄적인 대책들과 향후 관련 당사자 모두가 취해야 할 협력의 원칙들을 담고 있는 ‘로드맵’, ‘행동계획’을 수립했다. 러시아는 로드맵과 행동계획을 다양한 측면에서 내실 있게 이행하고 실현하기 위해 모든 관련 당사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다.”

선상신 “남·북·러 삼각협력이 한반도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한다고 보는가.”

쿨릭
“지난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으로) 남북 관계가 첨예화된 것을 포함해 주기적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 (한반도 정세에)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따라서 남북 양측이 협상 테이블 마련을 위해 한반도 상황에 대한 책임감 있고 건설적인 행보를 취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남과 북은 2018년의 군사협정을 비롯해 판문점 선언문과 평양 선언문에 담긴 합의를 바탕으로 외부로부터의 개입 없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협상 과정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남과 북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이니셔티브를 지지한다.

하지만 경험상 국제사회의 일방적인 대북제재 완화 없이는 남북대화와 실질적인 협력이 불가능하다. 이에 남북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동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제재 완화에 대한 점진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한국과 미국의 일방적인 대북 제재를 철폐하는 것이 남북 대화 재개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울러 러시아는 교통·물류, 가스, 전력 분야에서의 한반도 남·북·러 삼각 프로젝트를 주요하게 보고 있으며, 이는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역내 상황을 안정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상신 “주한 러시아 대사로 부임하신 지 2년이 넘었다. 한국에 대한 인상과 소회는?”

쿨릭 “대사직을 수행하다 보면 다양한 일들로 인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2년 동안 러시아 대사로서 여러 행사에 참여했고, 즐거운 기억을 많이 남겼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18년 10월 문 대통령께 신임장을 제출하던 날이다.

이후에도 인연이 이어져 2018년 11월 포항에서 열린 러·한 지방협력포럼 개회식, 2019년 10월 청와대 외교사절단 접견 등을 통해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만났다. 2018년 10월 마트비옌코 러시아 연방 상원 의장의 방한, 2019년 2월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 겸 극동 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의 방한, 2019년 4월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 방한 등의 일도 기억에 선하다.

한국의 국경일이나 역사적인 날들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여하는 일도 무척 흥미롭다. 한국 문화를 한 번 접하고 나면 그 풍성하고 전통적인 매력에 누구든 매료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현대 예술과 문학, 음악, 영화, 미술도 마찬가지다.

2018년 12월 26일에 있었던 남북 철도 연결 기공식 등 남북 관계와 남·북·러 삼각 협력과 연관된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여러 문화 행사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즐기며 기분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던 것 같다.”

선상신 “한·러 수교 수교 30돌을 앞두고 있다. 아시아투데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 달라.”

쿨릭 “우리는 지난 30년간 꾸준히 발전해온 두 나라 협력의 결과에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두 나라는 협력 강화와 확대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을 뿐 아니라 더 큰 결실을 위한 기반을 닦았다.

기쁘게도 올해 수교 30돌 기념일은 가족과 함께하는 대명절인 추석과 같은 날이다. 한국 국민 여러분 모두 풍요로운 추석 명절 보내시기를 바란다. 여러분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며, 계획했던 모든 일이 이뤄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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