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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국왕 아닌 국민 것” 태국 시민 목소리 담긴 기념판 사라져

“나라는 국왕 아닌 국민 것” 태국 시민 목소리 담긴 기념판 사라져

기사승인 2020. 09. 2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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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iland Protests <YONHAP NO-3424> (AP)
지난 20일 반정부 집회 측이 왕궁 옆 사남 루엉 광장에 설치한 “이 나라는 국민의 것. 그들이 우리를 속여온 것처럼 군주의 것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기념판이 사라졌다./사진=AP·연합
지난 2개월동안 계속된 태국 반(反)정부 집회에서 그간 금기로 여겨졌던 왕실과 군주제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전면에 나오고있다.

21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전날 사남 루엉 광장에 집회 주최 측이 설치한 기념판이 사라졌다. 외신에 따르면 이 기념판은 지난 1936년에 설치된 민주화 혁명 기념판을 닮은 것이다. 이 기념판은 1932년 태국이 절대왕정을 종식하고 입헌군주제를 도입하게 된 계기인 무혈혁명을 기념하는 패인데, 현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국왕이 즉위한 이후인 2017년 4월 갑자기 사라졌다. 기념판이 소리 소문없이 사라진 그 자리에는 국왕에 대한 충성 메시지를 담은 금속판이 대신 있다.

집회 주최측은 20일 “이 나라는 국민의 것. 그들이 우리를 속여온 것처럼 군주의 것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기념판을 설치했다. 설치 당시 반정부 활동가인 빠릿 치와락은 “봉건제 타도, 국민 만세”라는 구호도 외쳤다.

이같은 시민들의 움직임은 ‘금기’를 깨뜨렸다는 평가다. 태국에서는 형법으로 국왕·왕비·왕위 계승자 또는 섭정 등을 비방·모욕하는 경우 최대 15년의 징역형에 처한다. 그간 불문율처럼 국왕이나 왕실, 군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고, 군주를 존경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졌던 태국에서 ‘이 나라는 국왕이 아닌 국민의 것’이란 기념판을 설치한 것은 곧 군주제 개혁에 대한 비판이자 적극적인 요구이기 때문이다.

이 기념패가 사라지자 일각에서는 당국이 철거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삐야 따위차이 방콕시 경찰청 차장은 21일 로이터 통신에 “기념판이 사라졌다는 보고를 받았으며 누가, 어떻게 철거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삐야 차장은 “경찰과 방콕시 당국이 조사하고 있다”면서 “불법으로 설치된 기념판은 반정부 집회 주최 측을 처벌할 주요 증거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당국이 철거한 것이 아니라는 해명인 셈이다.

태국 당국도 이 기념판을 설치하고 지난 주말 집회를 이끈 지도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여러 혐의를 고려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방콕포스트는 당국이 공공집회법·재산 훼손 혐의 적용을 검토하는 한편, 40명의 경찰이 지난 주말 시위에서 나온 연사들의 모든 발언 녹음을 분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군주제 개혁과 의회 해산 등을 요구하는 반정부 집회 참석자들은 19~20일 왕궁 근처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특히 19일의 경우 주최측 추산 10만명, 경찰측 추산 2만명의 대규모 인원이 모였다. 경찰측 추산으로만 놓고 봐도 2014년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다.

반정부 집회 참석자들은 20일 기념판 설치 이후 군주제 개혁 등 요구안을 전달하겠다며 왕실 자문기관인 추밀원으로 행진하다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요구안을 전달하겠다는 경찰측 입장을 지도부가 수용하며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으나, 이들은 다가오는 24일 의회 근처에서 의회 해산·헌법 개정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예고했다.

또한 다음달 14일에는 1973년 10월 14일 민중봉기를 기념하는 차원에서 전역의 파업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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