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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산업연합포럼 출범…한국판 반곡물법동맹인가

[칼럼] 산업연합포럼 출범…한국판 반곡물법동맹인가

기사승인 2020. 10. 1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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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말처럼 자유가 노력하지 않아도 그저 지켜지는 것이 아니듯이, 경제활동의 자유도 그저 얻거나 유지되는 게 아니라 이를 지키려는 치열한 활동이 필요하다. 지난 13일 산업연합포럼이 출범했는데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자각 때문인지 주목된다. 산업연합포럼이 출범한 계기도 최근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소위 ‘공정경제 3법’안에 대해 이 법안들이 기업들의 경제적 자유를 옭맨다는 이유로 이에 반대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이런 산업연합포럼의 출범은 1839년 영국 맨체스터의 방직업자 리처드 코브던이 주도한 반(反)곡물법동맹(Anti-Corn Law League)의 결성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과연 반곡물법동맹처럼 열정적인 활동을 펼쳐서 반곡물법동맹이 곡물법의 폐지를 이끌어냈듯이, 산업연합포럼이 ‘경제규제 3법’의 입법을 저지해내고 향후 ‘경제적 자유’를 지키는 역할을 해낼 것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반곡물법동맹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간략하게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곡물법은, 잘 알려져 있듯이, 1815년 영국에서 해외의 값싼 곡물의 수입으로부터 자국의 곡물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는데 이는 정치적으로 강력한 지주귀족 계급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국내의 곡물 소비자들의 이익을 희생시킨 특권적 법률이었다. 이 법률이 1839년 결성된 반곡물법동맹의 노력 등에 힘입어 결국 1846년 폐지됐다. 이는 종전의 보호무역 체제를 자유무역 체제로 변화시킨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반곡물법동맹의 코브던 등은 곡물법과 같은 ‘보호정책’의 어리석음과 자유무역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이런 변화를 요구하는 한편, ‘정치적’ 활동에도 전념했다. 무역의 자유와 곡물법 폐지와 같은 자신들의 입장에 동의하는 선거후보자를 지지하는 적극적 활동을 벌였으며, 또 곡물법 수호의 선봉장이자 토리당을 이끌던 로버트 필 총리와도 격렬한 논쟁을 이어갔다. 또 프랑스로 건너가 지금의 자유무역협정에 해당하는 상업협정을 맺어서 양국 간 교역량을 늘리는 데 앞장섰다. 다행히 필 총리는 매우 논리적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계급적 이해관계보다 국민의 장기적 이익을 고려하는 정치인이었기에, 코브던은 필 총리를 설득시킬 수 있었다.

필 총리의 생각 변화로 토리당이 분열되었고 필이 이끄는 토리당원들이 곡물법 폐지에 가담하면서 결국 곡물법은 폐지되었다. 이후 항해법 등이 폐지되면서 자유무역체제가 굳건해졌다. 한때 대공황 때 농민들을 보호하겠다면서 시작된 미국의 관세인상으로 세계무역이 3분의 1로 줄어들고 그 여파로 실업률이 25%로 치솟기도 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부각시켰을 뿐이다. 사실 2차 세계대전 이후 출발한 신생국 대한민국이 이만큼 발전한 것은 이렇게 확립된 자유무역체제를 잘 활용한 덕분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유의해서 볼 부분은 곡물법 수호에 나섰던 로버트 필 수상과 마찬가지로 반곡물법동맹을 이끈 코브던도 자신이 속한 업종의 좁은 이익에 연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코브던은 방직업에 종사했지만 곡물법이 지주들에게 이익을 제공했듯이 다른 이들의 희생으로 정부로부터 방직업의 이익을 얻어내고자 하지는 않았다. 비록 경제적 이해관계가 가로놓여 있었지만 그런 코브던의 태도가 광범위한 정치적 지지를 이끌어내고 필 수상까지 설득시킬 수 있었던 중요한 요소였다.

우리나라 주요 업종을 망라하고 중소·중견기업들과 벤처도 가담한 산업연합포럼이 출범했다. 산업연합포럼의 출범은 한편으로는 현재 여러 경제단체들이 정부의 규제입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 산업연합포럼의 출범이 ‘경제적’ 자유도 이를 지키려는 왕성한 활동이 필요하다는 자각(自覺)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어서 앞으로 ‘반곡물법동맹’과 같은 활동을 보여줄 것인지 자못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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