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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이재용 부회장, 반도체 투자 요청에 가전 언급한 이유는?

[취재뒷담화]이재용 부회장, 반도체 투자 요청에 가전 언급한 이유는?

기사승인 2020. 10. 2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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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베트남 총리 예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은 20일 베트남 하노이 총리실에서 응우옌 쑤언 푹 총리를 예방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제공=VNA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만났습니다. 삼성전자와 베트남의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이 자리에서 푹 총리는 “베트남은 삼성전자가 투자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들 것이다”, “베트남에 투자하면 ‘천시지리인화(하늘의 때, 땅의 이로움, 사람의 화합)’를 얻는다” 등의 말로 삼성의 베트남 추가 투자를 독려했습니다.

특히 이날 푹 총리가 강조한 분야는 반도체였습니다. 푹 총리는 “앞으로 삼성이 베트남에서 반도체 생산 공장을 투자해 전기·전자 공급 체인을 강화하기를 희망한다”며 반도체에 투자해 달라는 본심을 솔직하게 드러냈습니다.

현지 언론에 공개된 내용만 본다면 푹 총리의 적극적인 반도체 러브콜에 대한 이 부회장의 답변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 부회장이 “삼성 호치민 법인(SEHC)을 방문해 생산 활동을 점검한 다음, 투자 확장 수요를 체크하겠다”고 발언한 점은 눈에 띱니다. 호치민 법인은 TV·생활가전 생산시설이 있는 곳인데, 이 부회장의 베트남 투자 청사진에 가전이 있는 것은 아닌가 추측하게 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삼성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가전 특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쏟아지는 수요에 삼성전자의 국내 가전 생산기지인 광주사업장은 생산능력을 최대한 동원해 풀가동 중입니다. 이 때문에 증권가는 3분기 삼성전자 가전부문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배에 달하는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로 중단된 삼성의 중국 쑤저우 PC공장, 11월 철수가 예정된 텐진 TV 공장이 베트남으로 이전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 외에 삼성이 경기도 평택에 일찌감치 반도체 라인 6개를 만들 수 있는 땅을 확보했다는 점도 베트남보다는 국내 반도체 투자가 우선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입니다.

반도체냐 가전이냐 삼성의 투자 최종 방향은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부회장과 푹 총리의 이번 만남을 계기로 삼성과 베트남의 협력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탈중국’의 대체지로 베트남이 떠오르고 있는 지금, 이 부회장이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으로 베트남에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삼성의 행보가 여타 국내 기업의 베트남 투자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를 뚫고 출장을 강행한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가 삼성을 넘어 한국의 외교적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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