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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유학생에게 듣는 쿠데타와 아웅산 수 치 ②

미얀마 유학생에게 듣는 쿠데타와 아웅산 수 치 ②

기사승인 2021. 02. 2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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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인터뷰에 참여한 재한 미얀마 유학생들. 윗줄 왼쪽부터 쉐레웨이·에에띤·최재희, 아랫줄 왼쪽부터 킨, 테테웨. 최재희씨는 한국인 최초로 미얀마 양곤대학교 박사과정에 진학해 재학중이다. 이들은 부산과 서울에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유학생들의 운동을 이끌며 한국과 국제사회의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민불복종 운동(CDM)’이 이어지고 있다. 공무원들을 위시해 철도와 병원, 은행을 비롯한 사회인프라가 서서히 멈추자 군사 정권도 긴장하고 있다. 군부의 유혈진압과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국민들이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며 아웅 산 수 치 국가고문의 석방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에서 유학중인 미얀마 유학생 5명(쉐레웨이·에에띤·킨·테테웨·익명)과 미얀마 양곤대학교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과정에 있는 최재희(29)씨가 미얀마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해왔다. 이들은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 남아 있는 가족과 친구들 걱정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군정에 의해 인터넷과 통신이 차단되면 불안은 더욱 가중됐다. 그럼에도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단 하나, “하루빨리 미얀마에 평화와 자유가 찾아오는 것”이다.

반(反) 군부 운동의 핵심은 두 가지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대한 규탄과, 아웅 산 수 치 국가고문을 즉각 석방하라는 것이다. 특히 쿠데타 직후 구금돼 있는 수 치 고문에 미얀마 국민들은 눈물을 흘리고 군부에 분노했다. “수 치 고문이 미얀마인들에게 어떤 존재인가?”란 기자의 질문에 이들은 “어머니 같은 존재”라고 입을 모았다.

미얀마인들은 실제로 수 치 고문을 ‘메쑤(어머니 수 치)’라고 부른다. 최재희씨는 한국이나 해외 언론에서는 과도한 우상화라고 오해하기도 하지만 “미얀마인들에게 수 치 고문은 자신의 개인적인 삶을 버리고 20년 넘게 ‘민주화’를 위해 투쟁해 왔기 때문에 어머니로 불리고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수 치 고문에 대한 미얀마인들의 사랑과 지지는 절대적이다. “수 치 고문이 로힝야족 학살을 외면하고 되려 이를 변호하거나, 독재를 했던 군부를 완전히 청산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이들의 흔들리지 않는 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로힝야족은 미얀마 내에서 박해받고 있는 이슬람계 소수민족으로 2017년 미얀마에서 대규모 인종학살을 겪고 난민으로 전 세계를 떠돌고 있다. 미얀마 정부는 이들을 국민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고, 수 치 고문은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ICJ) 법정에서 집단학살 혐의를 부인해 국제사회로부터 큰 지탄을 받았다.

한 유학생은 “미얀마에는 135개의 민족이 있고 로힝야는 옛날부터 미얀마 민족이 아니었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나머지 유학생들도 “학살도 군부가 저지른 것인데 수 치 고문이 대신 비판을 받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고 답을 하거나 “인권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우리에겐 시간이 필요한 문제다”라고 했다. “수 치 고문은 군부가 저지른 로힝야 학살도 자신의 명예를 내놓고 대신 막아냈다며 그 점을 존경한다”는 답변도 나왔다. 국제사회의 비판이 그를 향한 국민들의 지지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 셈이다.

이들은 미얀마 국민들에게 한국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미얀마 국민들은 총파업과 거리시위를 포함한 시민불복종 운동(CDM)으로 군부에 맞서고 있다.

테테웨씨는 “국민들은 낮에는 시위를 하고 밤에는 자경단을 꾸려 순찰을 돌고 있다. 군부 협력기업들에 대한 불매 운동과 납세 거부운동도 한다”고 전했다. 에에띤씨는 “비무장한 국민들이 무기를 든 군부 독재자들을 이길 순 없다. 우리가 기댈 곳은 국제사회의 도움뿐”이라 말했다. 다른 유학생들도 “오늘날의 미얀마에는 한국과 미국처럼 먼저 민주주의를 이뤄낸 국가들의 개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재희씨는 “군부가 지난 2015년 문민정부로 권력을 이양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도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고 압박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쿠데타에도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보태져야 한다. 그래야 8888 민주화 항쟁처럼 수많은 국민들이 총에 맞아 죽어나가는 불상사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재희씨는 기자의 질문 외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덧붙였다. “2015년도에 시작된 민주정권 덕분에 미얀마 국민들은 과거 소수 기득권층만 누리던 해외여행·유학·스타트업·성공에 대한 희망 등 다양한 도전과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무고한 미얀마 국민들이 53년 전 어둠 속으로 다시 끌려들어가지 않도록, 민주화의 가치가 미얀마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한국 국민들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연대하는 것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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