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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계랭킹 1위와 올림픽 메달리스트

[칼럼] 세계랭킹 1위와 올림픽 메달리스트

기사승인 2021. 04. 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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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영 용인대 유도경기지도학과 교수
전기영
세계랭킹 1위가 수시로 바뀌는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1위 자리를 지키려는 의지와 이를 차지하기 위한 도전은 강한 멘탈과 승부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런 모습이 있기에 톱 랭커 선수들은 많은 팬으로부터 사랑과 지지를 받는다. 하지만 유도와 같이 올림픽 참가에 비중을 높게 두는 스포츠에서 세계랭킹 1위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2016년 리우올림픽 당시 한국 남자 유도는 올림픽 직전까지 김원진·안바울·안창림·곽동한 등 세계랭킹 1위를 4명이나 보유하고 있었다. 금메달 획득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안바울 선수의 은메달과 곽동한 선수의 동메달로 금메달 없이 대회를 마치는 아쉬운 성적을 냈다. 이를 계기로 모든 유도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세계 랭킹의 의미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 높은 순위를 위한 노력에도 올림픽에서의 좋은 시드배정과 출전 티켓 확보를 위한 잦은 국제대회 출전이 선수들의 피로감과 크고 작은 부상을 초래하고, 경쟁자에게 선수정보를 쉽게 노출시키는 등 잃는 것이 더 많다는 지적이었다.

다만 국제대회 출전은 올림픽 출전을 향한 대륙별 출전 티켓 확보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이런 의구심을 해소시킬 방안을 찾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실전에서 얻을 수 있는 좋은 경험과 경기감각, 좋은 올림픽 본선 시드배정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대회 출전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세계랭킹을 올려야 하지만, 이 때문에 오는 전략 노출과 부상은 오히려 올림픽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대한 해답 찾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 일본 유도 남자대표팀도 한국 남자 유도와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다. 당시 1964년 도쿄올림픽 이래 처음으로 ‘노 골드’라는 수모를 겪었다. 일본도 세계랭킹 제도에 따른 선수 관리나 경기력 노출을 염려한 대책 등을 고민했다. 이후 젊은 이노우에 고세이 감독이 이끄는 일본 남자대표팀은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 그리고 동메달 4개 등 7체급의 모든 선수가 메달을 따냈다. 일본유도의 전설이자 현(現) 일본유도연맹 야마시타 야스히로 회장과 사석에서 만난 필자는 일본이 어떻게 이 문제를 극복했는지 질문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야마시타 회장은 소극적인 답변으로 대화를 마쳤다. 어려운 문제였던 만큼 그 해법을 찾은 일본 입장에서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 유도대표팀은 66㎏ 이하 체급 세계 랭킹 1위인 안바울 선수를 비롯해 1월 카타르 도하 마스터스 챔피언십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원진·안창림 선수, 3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김성민 선수 등이 도쿄올림픽 참가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각 체급 선수들은 올림픽 출전을 위해 국내 선발전은 물론 대륙별 주어지는 티켓을 확보해야 하고, 본선에 나가서는 좋은 시드배정을 위한 만만치 않은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세계랭킹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답을 찾기 힘든 문제다. 유도선수로서 세계 랭킹 1위라는 자리에 욕심을 갖는 것인지, 아니면 올림픽에서 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을 위해 세계 랭킹 1위의 욕심을 버리고 되도록 최소한의 대회만 출전해 기술 노출과 피로 누적을 피하는 방법을 택할지를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사안이다. 그럼에도 4년마다 반복되는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은 선수들과 한국 유도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찾아야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림픽이 연기된 지금이야말로 선수, 지도자, 협회 관계자들이 해답을 찾기 위해 의견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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