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새 국내거래액 15%, 해외 256%↑
고객 유치경쟁 과열… 규제는 느슨
"정책 방향·투자 현장 정반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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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고환율에 대한 책임이 해외주식 투자에 나선 개미들에 있다고 지적한 가운데 증권사들이 해외주식 무료 수수료 이벤트를 벌인 사이 직원들은 해외주식을 집중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요 증권사 10곳 중 메리츠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의 임직원들이 해외주식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개미들이 '국장'으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며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을 펼친 정부의 의도와는 반대로, 두 증권사들의 임직원들 상당수가 '서학개미'로서 해외 시장에 자금을 1조7000억원 가까이 늘린 것이다.
29일 국회 정무위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최근 3년간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 임직원의 국내주식과 해외주식(삼성증권 제외) 거래규모 현황에 따르면, 국내주식 거래액은 2023년 12조6776억원, 2024년 12조9071억원, 2025년 10월 말 14조5587억원으로, 2년 사이 거래규모는 14.8%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주식 거래액은 2023년 1조6565억원에서 2024년 3조3938억원으로 급증한 데 이어 올해 10월 말에는 5조9039억원을 기록해 2년 사이 256.4% 폭증했다.
증권사별로 보면 한국투자증권이 가장 두드러진 해외 집중 사례로 꼽힌다. 3년 누적 기준 임직원 거래 가운데 해외주식 비중은 31.8%에 달한다. 이어 미래에셋증권(30.8%)·키움증권(29.0%)·KB증권(26.4%)·신한투자증권(25.8%) 등 4개사가 해외 자산 배분에 비교적 적극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달리 NH투자증권(16.3%)·대신증권(15.8%)·메리츠증권(15.7%)·하나증권(13.5%) 등 4개사의 해외주식 비중은 10%대로 여전히 국내 주식 거래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거래 규모의 절대적 상승폭에서는 메리츠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타사를 압도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올해 메리츠증권 임직원들의 해외주식 거래액은 2023년 대비 9349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11월부터 진행 중인 완전 무료 수수료 이벤트가 임직원의 주식 매매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다음으로 신한투자증권 7620억원, 미래에셋증권 5941억원, 한국투자증권 5624억원 순이었다. KB증권(4530억원)·NH투자증권(2751억원)·하나증권(2627억원)·대신증권(2622억원)·키움증권(141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삼성증권은 임직원의 해외투자 규모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관련 현황 파악에서 빠졌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국내주식의 경우 내부통제 기준에 따라 임직원의 매매내역을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면서도 "해외주식은 자본시장법에서 정하고 있는 규제대상 금융상품이 아니므로, 매매내역을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남근 의원은 "증권사들이 해외투자를 고도화하고 마케팅에 집중하는 동안, 정작 직원들의 부적절한 거래를 걸러낼 내부통제는 국내주식에만 머물러 있는 수준"이라며 "당국은 증권사들로 하여금 해외투자에 부합하는 내부통제·점검 체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금감원은 증권업계가 전반적으로 해외투자 고객유치 및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이벤트를 경쟁적으로 실시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거래금액과 비례한 현금 지급, 신규·휴면 고객매수지원금 지급, 수수료 감면 등을 통해 해외투자 확대를 유도함으로써 투자자 유치를 위한 과당 경쟁을 벌였다고 꼬집었다. 지난 18일 이찬진 금감원장은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증권사들이 투자자 보호는 뒷전으로 한 채 눈앞의 단기적 수수료 수입 확대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닌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에 증권업계는 해외투자 관련 신규 현금성 이벤트와 광고를 내년 3월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아울러 내년 사업계획 수립 시 해외투자 이벤트·광고를 둘러싼 핵심성과지표(KPI)가 과도하게 반영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