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미얀마, 군경 또 다시 시민 ‘집단학살’…군부는 “죽이려면 한 시간에 500명 죽었을 것”

미얀마, 군경 또 다시 시민 ‘집단학살’…군부는 “죽이려면 한 시간에 500명 죽었을 것”

기사승인 2021. 04. 11. 14:1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Myanmar <YONHAP NO-3361> (AP)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미얀마 전역에서 반(反) 쿠데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군경의 유혈진압으로 사망한 시민의 수가 700명을 넘어섰다고 미얀마 정치범지원연합(AAPP)가 밝혔다./제공=AP·연합
미얀마 군부가 또 다시 민간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해 최소 85명이 사망하는 등 집단학살을 방불케 하는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이번엔 자동화기를 동원해 시민들 ‘학살’에 나섰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군부는 “죽이고자 했다면 한 시간에 500명도 죽였을 것”이란 경고와 함께 시위에서 체포한 시민 23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11일 AP통신 등 외신과 현지언론 등에 따르면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는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 인근의 바고 지역에서 8일 밤~9일 오후 사이 최소 85명의 시민이 군경에 의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날 바고에서 벌어진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군경은 소총이나 수류탄은 물론 자동화기·박격포와 유탄발사기 등 중화기를 동원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된 당시 바고 상황에서도 벽이 파괴된 모습이나 박격포탄 파편 등 중화기가 동원된 흔적이 역력했다.

바고에서 벌어진 시위 진압은 지난달 14일 양곤에서 100명 이상이 숨진 이후 한 지역에서 가장 많은 시민이 학살당한 사건으로 남게 됐다. 현지 언론인 미얀마 나우는 지역 주민들을 인용해 군경이 해당 지역을 봉쇄했다고 밝혔다. 시위에 참가했던 예 후트는 이날 상황에 대해 “그림자만 보여도 총을 쏘아댔고 마치 집단학살과도 같았다”고 묘사했다.

군부는 ‘살해’·‘학살’이란 표현을 거부하며 오히려 책임을 시민들에게 돌리고 있다. 시위 진압에 자동화기를 사용한 적이 없다며 “만일 자동화기를 사용했다면 한 시간도 안 돼 500명은 죽었을 것”이란 위협에 가까운 해명을 내놓았다. 어린이들이 사망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시위대가 고의로 어린아이들을 최전선에 세우고 있다”고 반박했다.

군부는 당초 1년으로 선포했던 비상사태 기간을 최소한 6개월 이상 연장할 수도 있으며 2년 내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각계 전문가들은 군부가 비상사태 기간을 연장할 경우 차기 선거가 군부에 유리하도록 헌법이나 선거제도를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부는 유명 인사를 포함한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체포 명령을 확대하는 한편 시위에서 체포한 시민 23명에게 군경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씌워 군사제판에서 사형을 선고했다.

이 같은 행보는 시위대를 향한 강력한 경고로 풀이된다. 이에 시민들과 소수민족 무장단체도 반격에 나서며 내전 양상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얀마 나우는 전날 중부 사가잉주의 따무 지역에서 매복하고 있던 주민들이 시위 진압을 위해 진입하던 군인들에게 사제 수렵 총을 발사, 교전 끝에 최소 군인 3명과 주민 1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주민들은 “군부에 맞서 우리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게릴라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아라칸군(AA)·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타앙민족해방군(TNLA) 등 3개 소수민족 무장단체는 전날 아침 북부 샨주(州) 라시아 보근의 나웅 몬 경찰서를 습격했다. 앞서 군부는 지난달 31일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을 상대로 일방적인 휴전 선언을 했지만 이들은 민주진영과 연대할 것임을 시사하며 응하지 않았다. 이들 3개 단체는 와주 연합군(UWSA)이 이끄는 ‘연방 정치협상 자문위원회’(FPNCC)에 참가하고 있다. FPNCC의 카친 독립군도 경찰서와 군 기지에 대한 공격을 수차례 감행하며 맞서고 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