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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가’ 김남구 vs ‘승부사’ 박현주, 라이벌戰…올해 승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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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희 기자

승인 : 2021. 04. 13. 06:00

[투자영토 넓히는 김남구]③
성장 과정서 수 차례 정면 대결
외적 성장면에서 金보다 朴우세
자기자본이익 등 내실은 金우위
한투, 디지털 무기로 경쟁력 강화
미래, 강점인 해외사업 개척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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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가’ vs ‘승부사’. 업계 선두를 다투는 김남구(58)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과 박현주(63) 미래에셋 그룹 회장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핵심 키워드다. ‘동원가 장남’인 김 회장이 뛰어난 책사였던 제갈공명 스타일이라면, ‘샐러리맨 신화’를 쓴 박 회장은 공격형 장수인 관우로 비유할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증권 중심 금융그룹 오너로서 자본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IB를 목표로 투자 영토를 넓히는 김 회장에겐 박 회장이 강력한 라이벌일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은 고려대 선후배 사이로 한때 동원증권에서 함께 근무했지만, 박 회장이 독립하면서 경쟁 관계에 놓였다. 정글의 왕이 둘 일수 없는 법. 성장 과정에서 두 사람은 번번이 맞붙었다. 과거 베트남 펀드 투자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고, 대우증권 등 증권사 M&A, 핀테크 사업 진출 등에서 승부를 펼쳤다.

외적인 성장만보면 김 회장이 박 회장보다 상대적으로 열세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력 계열사인 미래에셋증권의 몸집(자기자본)은 한국투자증권 대비 1.6배 크다. 작년 당기순이익 또한 1000억원 이상 차이로 한국투자증권이 미래에셋증권에 왕좌를 빼앗겼다. 반면 자기자본이익률로는 한투증권이 앞서 지나치게 몸집을 키우기 보다 내실을 꾀한 김 회장의 운용 능력이 더 돋보인다는 반론도 있다.

올해도 두 사람은 자본시장에서 격돌한다. 한국투자증권은 ‘디지털’을 무기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미래에셋은 강점인 해외 사업 개척에 주력한다. 최후에 웃는 승자는 누가 될까.

◆ 동지서 라이벌로…외나무다리 승부

두 사람은 고려대 선후배 사이로 한때 한솥밥을 먹던 사이였다. 김 회장은 모회사인 동원그룹 장남으로서 1991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대리로 입사했고, 박 회장은 최연소 지점장으로 승승장구하며 같은 회사에 몸을 담았다. 그러나 박 회장이 이른바 ‘박현주 사단(8명의 동원증권 직원)’을 이끌고 독립하면서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됐다. 특히 박 회장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김 회장의 부친 김재철 동원그룹(한국투자증권 모그룹) 회장에겐 상처로 남을 일이었다.

미래에셋 창업(1997년) 후 박 회장과 김 회장은 외나무다리에서 여러 번 정면으로 마주쳤다. 2006~2007년 베트남펀드 투자 붐이 일던 시기 벌인 신경전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은 베트남펀드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운 반면 미래에셋은 베트남 증시가 과열이라고 진단해 비중을 축소하겠다고 공언했다. 증권업계에선 양사 간 갈등으로 비춰졌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폭락했던 베트남 증시는 2018년에서야 낙폭을 만회했다.

정면 승부는 2015년 KDB대우증권 인수전이다. 증권가 최대 매물이던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맞붙었고, 결과는 박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KDB대우증권 인수가는 2조원대 안팎으로 예상됐지만 박 회장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2조3000억원을 제시했다. 박 회장의 공격적인 승부사 기질이 잘 드러난다.

이듬해 김 회장은 ‘핀테크 사업’이란 반격 카드를 꺼내들었다. 디지털 시대의 신성장 동력이라 판단한 김 회장의 전략적 판단이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설립 때 대주주로 참여했다.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현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28.6%)을 통해 카카오뱅크의 2대 주주로 있다. 같은 해 우리은행 지분 4%도 인수해 과점주주 지위에도 올랐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지분을 보유 중이다. 박 회장도 이에 맞서 네이버와 손을 잡아 시장 선점 경쟁에 불을 지폈다.

◆ 외형은 미래에셋-수익성은 한투 ‘톱’

두 사람의 경영 성과를 단순 비교하면 김 회장보다 박 회장이 우위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이후 3연속 업계 당기순이익 1위를 지키다가,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에 자리를 내줬다. 2020년 미래에셋증권의 연결 당기순이익은 8343억원으로 전년 대비 25.6% 증가하며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증시 호황에 따른 수혜도 입었지만, 해외사업·자산관리(WM)·투자은행(IB)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실적을 달성한 결과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7078억원을 기록했다.

별도기준 자기자본규모 또한 미래에셋증권이 8조9587억원으로 압도적 1위다. 한국투자증권은 5조5918억원으로 업계 3위다. 양사 간 3조원 이상 차이난다. 자기자본은 증권사의 사업 규모와 시장 지위를 직관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자본 규모에 따라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 등의 업무가 달라진다.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한 자본력은 신사업 확장의 실탄으로 활용된다. 덕분에 박 회장은 일찌감치 해외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글로벌 투자에 집중할 수 있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의 해외법인은 11곳, 한국투자증권은 6곳이다.

반면 자기자본을 얼마나 잘 활용해 수익성을 끌어올렸느냐란 기준에선 김 회장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이익률(ROE)로 대표되는 ‘수익성’ 면에서 우위를 차지한다. 지난해 말 별도기준 ROE는 한국투자증권이 10.8%, 미래에셋증권이 6.5%다. 이는 각각 20대 증권사 중 5위, 18위에 해당한다. ROE는 기업이 보유한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높을수록 기업의 수익성이 좋다는 의미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김 회장의 전략가적 면모가 돋보이는 지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은 자수성가형 CEO란 점에서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는 반면 자기자본을 늘려서 지나치게 몸집을 키웠고, 수익성 있는 성장 측면에서 고민해야 한다”면서 “김 회장인 경우 안정적 성장을 꾀했지만 미래에셋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올해 전략은 ‘디지털 vs 글로벌’

김 회장의 올해 필승 카드는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와 디지털 사업 경쟁력 강화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혁신금융으로 지정된 ‘온라인 금융상품권’과 1000원으로 해외주식거래를 할 수 있는 ‘미니스탁’ 서비스를 내놓았다. 또한 카카오뱅크와의 협업으로 비대면 주식거래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다만 토스증권·카카오페이증권 등 디지털 기반의 신생 증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만큼, 또 다른 신사업을 발굴해야 하는 것은 과제다. 디지털 성장에 더해 위탁매매 부문 중심에서 벗어나 자산관리 부문 비중을 높이는 등 수익원을 다각화해야 한다.

박 회장은 ‘2025년 글로벌 톱티어 IB’를 목표로 현지화와 나라별 맞춤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베트남은 디지털 전환을 통한 점유율 확보, 인도네시아와 홍콩은 IB 확장, 뉴욕은 브로커리지에 집중하는 등이다. 미래에셋증권이 글로벌 증권사 도약을 꿈꾸지만, 해외 증권사 골드만삭스가 연간 순이익 약 10조원을 내는 것과 비교해선 아직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타 금융그룹 대비 적극적으로 해외투자에 앞장서는 자세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다만 이러한 시도는 추진 중이거나 진행 중인 것이 대부분이며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판단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디지털 강화로 MZ세대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올바른 투자문화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며 “올해는 세분화되고 업그레이드된 고객 디지털금융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내부적으론 전사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앞으로도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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