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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숲 좋고 걷기 편한 ‘우이령길’

[여행] 숲 좋고 걷기 편한 ‘우이령길’

기사승인 2021. 05. 1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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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우이령길
북한산 우이령길은 40년간 출입이 금지된 덕에 자연이 오롯이 보존됐다. 우이동 쪽 길은 숲이 좋다./ 김성환 기자
양주 글·사진 김성환 기자 = 북한산 우이령길을 가끔 걷는다. 경기도 양주 장흥면 교현리와 서울 강북구 우이동 사이에 있다. 총 길이 6.8km의 참 순한 길이다. 우이령(牛耳嶺)은 ‘소귀고개’다. 소의 귀처럼 길게 늘어져 있다고 붙은 이름이다. 지세가 거칠거나 세지 않다는 것이 이름에서도 드러난다. 숨이 가빠지는 ‘깔딱고개’가 없고 폭도 제법 넓다. 여럿이 가면 두런두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걷게 된다. 힘이 부치면 입을 닫고 앞사람 꽁무니만 쫓아가기 마련이다. 이러면 ‘사람’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 이 길에선 앞뒤에 서서 걷는 사람들보다 옆으로 나란히 서서 걷는 이들이 더 자주 눈에 띈다. 이들은 사는 얘기를 하며 꽃과 나무의 이름을 두고 머리를 맞댄다.

편한 길은 혼자 걸어도 좋다. 마음을 살필 수 있어서다. 바쁜 도시생활에서 일상의 궤적을 곱씹어 보는 시간이 찰나에나 미칠까. 가끔 흙을 밟고 알싸한 나무향을 맡으면서 걸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정신이 맑아지고 마음도 다잡게 된다. 이럴 때 우이령길이 괜찮다.

여행/ 우이령길
북한산 우이령길에는 마을 오솔길 분위기의 조붓한 숲길도 있다./ 김성환 기자
일단 숲은 고개 정상을 기준으로 우이동 방향이 좋다. 키가 큰 나무가 많고 중간중간 ‘숲터널’도 있다. 숲터널은 가을에 단풍 터널이 되는데 이거 보려고 애써 찾아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단풍이 좋으면 신록(新綠)도 예쁘다. 지금이 바로 초록이 화사할 때다. 단풍 빛깔이 천차만별이듯 초록도 다 같지 않다. “.../ 둥근 초록, 단단한 초록, 퍼져 있는 초록 사이,/ 얼굴 작은 초록, 초록 아닌 것 같은 초록,/ 머리 행구는 초록과 껴안는 초록이 두루 엉켜/...젊은 초록은 늙은 초록을 부축하여 나온다/...”(마종기 ‘마흔두 개의 초록’). 봄날 이 길은 수만 가지 형태의 초록이 볕을 받아 수만 가지 빛깔로 오글거린다. 키가 큰 아까시나무에선 이제서야 ‘젊은 초록’이 움트는 중이다.

여행/ 우이령길
우이령길 입구 안내판의 오색딱따구리 모형. 오색딱따구리는 북한산 전역에 고루 서식한다./ 김성환 기자
숲에는 오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곤줄박이, 딱새, 굴뚝새, 붉은머리오목눈이 같은 새들이 산다. 특히 오색딱따구리는 우이령을 비롯해 북한산 전역에 고루 서식하는데 긴 혀를 이용해 나무속의 애벌레를 잡아먹어서 ‘숲속의 의사’라는 별명도 붙었다. 꽃도 반긴다. 손톱만한 나비가 노란 민들레꽃에 날아들고 병꽃나무의 분홍빛 꽃잎은 봄바람 타고 하염없이 흔들린다.

여행/ 오봉전망대
전망대에서 본 오봉. 다섯 개의 암봉 꼭대기에 커다란 바위가 놓여 있는 형태가 기묘하다./ 김성환 기자
교현리 쪽에서는 크고 작은 계곡과 오봉(五峰·660m)을 볼 수 있다. 비가 온 후에 걸으면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물소리는 몸을 가볍게 만든다. 계곡을 끼고 가는 길은 분위기가 더 청량하다. 힘이 덜 들고 기분도 훨씬 상쾌해진다. 오봉은 도봉산 서쪽 능선에 걸친 다섯개의 봉우리다. 북한산국립공원은 우이령을 중심으로 남쪽의 북한산 지역과 북쪽의 도봉산 지역으로 나뉜다. 우이령은 도봉산의 오봉과 북한산의 상장봉 사이를 지난다. 고개 아래에서 보면 오봉과 상장봉이 소의 귀를 닮았다고 우이령이라 이름 붙었다는 얘기도 전한다.

여행/ 우이령길
우이령 정상을 기준으로 교현리 쪽에는 크고 작은 계곡이 있다/ 김성환 기자
고갯길에 솟은 봉우리가 뭐 그리 대수일까. 생김새가 기묘하다. 다섯 개의 암봉마다 설악산의 울산바위처럼 거대한 바위를 이고 있다. 그래서 전설도 전한다. 어느 마을에 살던 다섯 명의 총각이 원님의 어여쁜 외동딸에게 장가를 들기 위해서 상장봉 능선의 바위를 오봉에 던져 올리는 시합을 했는데 그 결과물이 오봉이란다. 물론 따지고 보면 기묘한 봉우리는 물과 바람이 만들어낸 부산물이다. 지하 깊은 곳에서 솟아 오른 마그마가 식어서 우뚝한 화강암 봉우리가 됐다. 틈을 비집고 스며든 물이 바위를 부수고 물과 바람이 이것들을 씻어내기 마련. 그런데 바위가 단단하면 물이 스며들지 못하고 모서리만 풍화돼 둥글둥글한 형태로 남게 된다. 오봉은 이렇게 탄생했단다. 토르(tor)라고 불리는 지형이다. 교현리 쪽 우이령길은 오봉을 올려다보며 걷는 길이다. 자연의 이치도 재미있고 전하는 이야기도 앙증맞다. 고개 정상에 도착할 때쯤 오봉 전망대가 나온다. 여기가 사진촬영 포인트다.

여행/ 우이령길
우이령 대전차 장애물. 우이령은 원래 우마차가 다니던 작은 길이었지만 한국전쟁 당시 미군 공병대가 작전도로로 개설하며 지금의 모습이 됐다./ 김성환 기자
평온한 우이령길에는 치열한 역사도 흐른다. 원래는 우마차가 다니던 작은 길이었다. 경기북부 지역과 서울을 연결하는 지름길이었다. 농산물과 생필품이 이 고개를 넘어 오갔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 공병대가 작전도로로 개설했다. 길이 넓어지고 차량통행도 가능해졌다. 고개 정상에는 ‘우이령 작전도로 개통비’가 지금도 서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양주와 파주의 주민들이 이 고개를 넘어 피란길에 올랐다. 탱크나 장갑차의 진출을 막는 대전차 장애물도 남아있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걸맞지 않아 이질감이 느껴지지만 그래서 더 애틋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전쟁의 상흔을 지우기 위해 1966년부터 1967년에 이르기까지 정비가 이뤄졌다. 흙이 무너져내리지 않도록 숲도 조성됐다. 그런데 1968년 김신조 일당의 무장공비 침투사건(1.21사태)이 발생했다. 1969년 국가안보와 서울 방어를 목적으로 민간인 출입이 금지됐다가 40년이 흐른 2009년 7월에 다시 열렸다. 우이령의 숲은 사실 볕이 뚫지 못할 정도로 빽빽하지는 않다. 그래도 싱싱하다. 오랜 기간 인공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득이 됐다. 숲은 시간이 흐르면 변하는데 우이령의 숲은 변화를 멈추고 ‘안정적인’ 상태에 진입했단다.

여행/ 석굴암
오봉산 석굴암/ 김성환 기자
여행/ 석굴암
석굴암 삼성각에서 본 풍경/ 김성환 기자
교현리 쪽 우이령길에서 약 1km 벗어난 오봉 기슭에는 (오봉산)석굴암이 있다. 우이령길을 오가다 들르는 사람들이 꽤 있다. 웅장한 암봉 아래 자리잡은 가람들이 눈길을 끈다. 석굴에 만든 나한전이 유명하다. 석조지장보살좌상을 가운데 두고 수많은 석조나한상이 모셔져 있는데 기도 효험이 좋다고 입소문이 났다. 삼성각에서 보는 풍경도 멋지다. 어깨를 견준 준봉들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나한전 옆으로 난 계단을 오르면 삼성각이다. 인적 드문 날에는 계단에 앉아 풍경을 즐기며 게으름을 부려도 좋다.

우이령길은 걷기 편하고 나무와 숲도 좋다. 다만 원점회귀 코스가 아니다. 출발점과 도착점이 달라 불편할 수 있다. 그런데 왕복해서 걷는 사람들이 참 많다. 풍경이 예쁘고 숲이 우거진 구간을 오가며 산책하듯 걸어도 무리가 없다는 얘기다. 중간중간 쉼터도 많다. 이러니 차를 가져가도 부담이 없다. 어쨌든 탐방예약제가 시행 중이라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이 필요하다. 교현탐방지원센터, 우이탐방지원센터를 통해 각각 하루 500명씩만 출입할 수 있다. 예약한 출구로만 입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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