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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집’ 건설사도 수요자도 꺼리는 집 되나?

‘누구나집’ 건설사도 수요자도 꺼리는 집 되나?

기사승인 2021. 06. 1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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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수익성에 민간 건설사 사업 참여 꺼려해
부지 확보 어려운 데 분양가도 갈등 소지 있어
'누구나 집' 시범사업 부지 발표하는 민주당 부동산특위
‘누구나 집’ 시범사업 부지 발표하는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장이 지난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누구나 집’ 시범사업 부지로 인천·안산·화성·의왕·파주·시흥시 등 6개 지역을 선정했다고 밝히고 있다./연합
더불어민주당이 야심 차게 준비한 ‘누구나집’ 프로젝트가 현실성이 떨어져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안대로면 낮은 수익성에 부지 확보의 어려움, 분양전환을 둘러싼 잡음 등으로 건설사와 수요자 ‘모두가 꺼리는 집’이 될 가능성이 커서다.

13일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누구나집’은 인천 검단(4225가구), 안산 반월·시화(500가구), 화성 능동(899가구), 의왕 초평(951가구), 파주 운정(910가구), 시흥 시화(3300가구) 등 6개 지역, 1만785가구 규모로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분양은 내년 초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공급은 민간임대주택법상 공모를 통한 공공지원민간임대 사업인 ‘누구나집’ 방식으로 이뤄진다. 집값의 6~16%를 지급한 후 10년간 시세의 80~85% 수준의 임대료를 내며 거주하다가 입주 당시 집값으로 분양받는 방식이다. 임대 요건은 △의무임대 기간 10년 △임대료 인상 5% 이내 △초기임대료 시세의 85~95% 이하 △무주택자 우선공급(청년·신혼 등 특별공급 20% 이상) 등이다.

앞서 민주당은 “6월에는 상상도 못 할 정도의 부동산 공급 정책을 제안해 청년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고 호헌장담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 후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설익은 정책’이란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발표 안대로 사업이 추진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이 사업에 건설사들이 참여할 지부터가 미지수다. 기존 공공임대·뉴스테이에선 사업시행자가 분양전환 시 발생한 시세차익을 모두 가져갈 수 있었다. 통상 임대주택 사업은 임대료로 얻는 수익이 낮아 분양전환에서 발생하는 분양 수익으로 수익성을 만회한다. 그러나 ‘누구나집’에선 입주자가 시세차익을 가져가고, 사업시행자는 적정 개발이익 10% 정도만 얻을 수 있다. 또 사업시행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분양전환 때까지 투자금(전체 사업비 5% 이상)과 시행자 이익(전체 사업비 10%) 회수를 금지하고, 집값이 하락하면 우선 충당하도록 했다. 사실상 사업 성공에 따른 보상은 없으면서 실패 시 손실 부담만 지는 구조다. 인기 아파트 브랜드를 지닌 1군 건설사가 이 사업에 손사래를 치는 이유다.

대형 주택건설사 관계자는 “발표한 구조대로면 우리 브랜드 아파트 정도의 질로는 짓기 어렵다”면서 “그나마 택지를 아주 저가로 공급해주면 가능한데 감정평가를 무시하고 택지를 저가로 공급하는 건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건설사가 참여를 꺼린다는 점과 함께 ‘누구나집’ 프로젝트의 치명적인 문제는 부지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누구나집’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도한 프로젝트로, 송 대표는 인천시장 재직 시절 누구나집 프로젝트를 도입해 1.0에서 5.0까지 발전시켰다. 가장 최근 사례는 영종도 미단시티에 있는 ‘누구나집’ 3.0 사업이다. 이 사업은 인천도시공사가 보유한 땅을 매입하는 구조라 부지 확보가 매우 수월했다. 그럼에도 당초 시공사인 두산건설이 수익성 문제로 사업에서 발을 빼면서 새 시공사(동원건설)를 찾느라 지난 2월에서야 착공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앞으로 진행할 ‘누구나집’ 5.0은 3.0과 달리 부지부터 확보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2기 신도시 내 유보용지를 활용해 약 5800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유보지의 경우 대학, 연구소, 문화·복지시설 등이 들어설 수 있는 자족시설용지로 활용하게 돼 있다. 해당 용지에 공공 분양·임대주택을 지으려면 지자체와 입주민의 동의를 얻어 주택용지로 변경해야 한다. 주민들이 임대주택을 공급을 위해 편의시설을 포기할리 만무하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해 8·4공급 대책을 통해 발표한 사업부지 모두 현재 주민 반발로 무산 위기에 처해 있다. 태릉CC·용산 캠프킴·정부 과천청사·서부면허시험장 등에 3만3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지만, 올해 말 사전청약에 들어가야 하는 태릉CC 개발의 경우에도 현재까지 진척이 없다. 최근 과천정부청사 부지에 아파트 4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계획은 주민 반발로 전면 취소됐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주민반발이 적은 외곽 지역에서 주택 부지를 찾아야 한다. 과거 정부 사례들을 비춰볼 때 비선호 지역의 임대주택 공급은 정책 실패로 귀결됐다. 수요자들의 외면으로 서민 주거안정 효과는 적고 투입된 비용만 많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2·4 공급 대책 발표 이후에도 공공주도보다 민간개발을 선호하는 게 여전하다”면서 “1군 건설사들이 참여를 꺼려서 중소건설사들이 ‘누구나집’을 지을 경우 좋은 부지를 찾는 건 더욱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 기준으로 분양가를 정하는 방식 또한 ‘누구나집’ 사업의 걸림돌이다. 이는 사업자에게만 불리하고 입주자에게는 혜택 같지만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 의무임대 기간 10년 뒤 분양전환으로 비싼 분양가를 냈던 다른 임대주택 주민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누구나집’처럼 민간임대주택 분양가 산정 시기를 분양전환 때에서 전부 입주 시로 바꾼다면 수익성 악화를 꺼려한 사업자들의 기피로 임대주택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지 확보나 민간 참여 문제를 다 떠나 다른 임대주택 단지 주민들이 형평성을 이유로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주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이 정책을 정부와 정치권에서 계속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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