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홍콩 언론자유에 조종, 빈과일보 폐간이 불러올 후폭풍

홍콩 언론자유에 조종, 빈과일보 폐간이 불러올 후폭풍

기사승인 2021. 06. 24. 15:18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자체 감열, 홍콩 당국 압박 불보듯 뻔해
반중 매체 빈과일보가 23일 자진 폐간을 선언함에 따라 한때 아시아 최고를 자랑했던 홍콩의 언론자유에 조종이 울렸다. 750만명 홍콩인들은 천지개벽 같은 정치적 급변 사태가 도래하지 않은 한 영원히 과거의 언론자유를 다시 향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홍콩에서는 시민들이 듣고 싶거나 보고 싶은 뉴스들이 가뭄에 콩 나듯 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clip20210624150250
홍콩 시내에 자리잡고 있는 빈과일보 사옥. 20여년 동안 반중 논조를 유지하다 폐간의 비극을 맞았다./제공=홍콩 싱다오르바오(星島日報).
진보적 베이징 언론인들의 24일 전언에 따르면 1995년 유명 패션 기업 지오다노 창업주 지미 라이(黎智英)가 창간한 빈과일보는 금세기 초까지 저가 타블로이드 신문 이미지가 상당히 강했다. 권위지와는 거리가 먼 황색 상업지였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홍콩 행정특구 정부가 급격하게 친중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한 2002년부터 환골탈태의 전환기를 맞는다.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일약 홍콩 민주화를 대변하는 언론계의 기수로 떠오른 것이다. 이후 2014년 우산 혁명 당시에는 ‘홍콩 자치’를 주창하면서 홍콩인들의 열렬한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2019년과 이듬해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입법 반대 시위 때 극단적인 반중 논조를 견지한 것은 당연했다.

상식적으로 중국과 홍콩 당국이 이를 방관할 까닭이 없었다. 실제 2020년 8월 라이 창업주를 구속 기소한 데 이어 최근에는 사옥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편집국장 등 간부 5명을 체포하는 등의 압박을 가했다. 급기야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진 빈과일보는 23일 무조건 항복 입장을 발표했다.

빈과일보 폐간이 불러올 후폭풍은 한두가지가 아닐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시장경제 위축, 더욱 확연해진 중국의 간섭과 통제에 대해 홍콩인들이 가질 공포 확산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언론자유의 위축이다.

현재 신문-방송을 비롯한 홍콩 미디어들은 대체로 친중이거나 중립적인 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적어도 당분간 빈과일보처럼 문을 닫는 비극에 직면할 위험은 없다고 해야 한다. 하지만 아차 잘못 할 경우 한방에 날아갈 가능성은 언제든지 남아 있다. 대부분의 매체들이 앞으로는 자체 검열에 나서면서 중국 및 홍콩 당국에 알아서 기게 되는 것을 예상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이뿐만이 아니다. 빈과일보의 백기 투항에 자신감을 얻은 중국과 홍콩 당국이 시도 때도 없이 언론 자유에 칼을 들이대는 것은 향후 다반사가 될 공산이 크다. 대만의 대륙위원회가 24일 성명을 발표하고 “빈과일보가 폐간되는 불행한 사건으로 홍콩의 신문 및 출판의 언론 자유는 종언을 고하게 됐다”면서 한탄한 것은 괜한 게 아니다. 홍콩 언론자유가 역사의 유물이 되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 되고 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