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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군사적 저항 대신 경제붕괴 새 위협에 직면...온건 정부 구성 논의 압박

탈레반, 군사적 저항 대신 경제붕괴 새 위협에 직면...온건 정부 구성 논의 압박

기사승인 2021. 08. 2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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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탈레반, 아프간 경제 붕괴 새 도전 직면, 온건 정부 구성 압박받아"
은행·상점·생필품 가격 폭등...카불 경제활동 중단
미, 달러 수송·원조 제공 차단...은행, 아프간 송금 중단
IMF, 특별인출권 보류
MILITARY CONFLICT AFGHANISTAN
아프가니스탄 시민들이 22일(현지시간) 수도 카불 시내를 걷고 있다./사진=카불 UPI=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의 새로운 통치자인 탈레반이 심각한 군사적 반대 대신 경제적 붕괴라는 새로운 위협과 씨름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이같이 전하고 경제적 붕괴는 탈레반의 통치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촉발할 수 있고, 이미 권력을 공유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과 대다수 장관이 카불을 탈출하면서 합법적인 정부가 부재한 상황에서 은행과 환전소, 그리고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았으며 생필품 가격을 급등하는 등 경제 활동이 중단됐다.

이런 상황에서 1996년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했을 때와 달리 지금까지 어떤 국가도 탈레반을 새로운 정부로 인정하지 않아 경쟁적인 정치 세력을 포함하는 보다 포괄적이고 온건한 정부를 구성하도록 강요할 수 있는 경제적 고통을 가하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아울러 아프간 경제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 해외 원조와 해외 아프간인들의 송금이 끊기는 등 탈레반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WSJ은 밀가루·식용유·가스 등 카불의 기본 생필품 가격이 최대 50%까지 폭등했다고 주민들을 인용해 전했다.

카불의 은행과 대부분 상점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 현금인출기(ATM)의 하루 인출 한도는 3만 아프가니(Af)에서 116달러(1만3000원)에 해당하는 1만 아프가니로 축소됐고, 이마저도 작동하는 곳이 많지 않다고 한다.

일부 운영 중인 거리 환전소에서의 아프가니의 달러 대비 환율은 약 10% 하락했으며 달러 환전은 점점 더 어려워졌고, 일부 수입품은 상점 진열대에서 사라졌다.

건설사 재무 담당자로 일하던 카불 시민 바히르는 WSJ에 “사람들은 돈이 있지만 은행에 있어 더 이상 돈이 없고, 현금 구하기가 어렵다”며 “그래서 카불의 모든 비즈니스가 중단됐다”고 말했다.

카불에서 유일하게 내려가는 것은 임대료이다. 많은 사람이 카불을 떠났고, 일부 임대주는 집이 비어있을 경우 탈레반이 그냥 차지할까 두려워 세입자에게 무료로 머물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카불 환전상 파이만이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Afghanistan
미군들이 2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아프간인들의 대피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 해병대 제공 AP=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아프간에 대한 달러 수송과 원조 제공을 차단했다. 아프간 디아스포라(이민자)가 널리 이용하는 주요 송금회사인 웨스턴유니온과 머니그램 인터내셔널은 22일 미국의 제재를 우려해 아프간으로의 송금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국제통화기금(IMF)은 18일 아프간에 예정된 약 4억4000만달러에 대한 특별인출권(SDR)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또한 아즈말 아흐마디 아프간 전 중앙은행 총재는 탈레반이 인수하기 전 90억달러 준비금 중 중앙은행이 아프간 내에 보유하고 있던 것을 사실상 없었다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이 같은 아프간 경제적 상황이 탈레반이 보다 포괄적이고 온건한 정부를 구성하도록 압박하는 환경이라는 게 WSJ의 설명이다.

이번주 카불로 돌아와 탈레반과의 권력 분담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오마르 자킬왈 전 아프간 재무부 장관은 “정치적 해결을 더 빨리 추진할수록 다가오는 심각한 경제적 결과로부터 아프간을 더 빨리 구할 것”이라며 “우리는 탈레반과 협력해 은행·사무실·정부 부처 재개 등 카불을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프간을 떠난 고위관리를 대체하기 위해 주요 경제기관의 기존 공무원을 승진시키는 것이 업무를 모르거나 국제사회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사람들을 기용하는 것보다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22일 새로운 중앙은행 총재에 이슬람주의 운동의 고위 구성원인 하지 모하마드 이드리스를 임명하는 등 지금까지는 자킬왈 전 장관의 주장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WSJ은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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