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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곳 없는 청년세대]<하> “공공근로 해봤자 스펙 도움 안돼”…날아간 ‘취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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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차민 기자

승인 : 2021. 10. 08. 06:00

정부 4조 넘게 쏟은 청년일자리사업
디지털인재 외쳤지만 단순업무 그쳐
4대보험 미가입, 경력 증명 안되기도
"취업 위한 공부시간까지 뺏겨"
직업교육·일자리 훈련 투자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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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청년세대를 위한 공공일자리 사업 규모를 늘리고 있지만, 공공일자리가 취업으로 연계되기 어려워 청년들이 따로 취준(취업 준비)을 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청년 일자리 사업에 5조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올해 예산이 4조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1조5000억원 대폭 늘어난 것이다. 취업취약계층 청년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는 중소기업에 연 최대 960만원을 지원하는 일자리도약장려금을 신설하고, 취업활동비용 등을 제공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 사업 대상도 17만명으로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예산이 커진 만큼 청년 일자리의 규모나 질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첫 월급을 받은 청년들 가운데 4명 중 3명은 한달에 200만원을 채 못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청년 대부분이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단기 일자리를 더 만들어내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던 셈이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10대 사업 중 하나인 디지털 댐 구축을 돕는 공공빅데이터 청년인턴십을 마련했다. 정부는 이 사업에 대해 단순알바가 아닌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인재를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선발된 청년들은 2주간 온라인 교육을 받은 후 4개월 동안 인턴 자격으로 중앙정부기관 등에 배정돼 공공데이터 개방 업무를 수행하며 최저임금인 18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일자리를 강조한 것과 달리, 스마트화를 위해 자료 가공 등 단순 업무만 반복하는 유령노동이었다.

실상이 이러니 청년들 역시 공공일자리가 취업에 도움이 되리라곤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청년층에게 공공일자리는 취준 기간 동안 적게나마 돈을 벌 수 있고, 취업을 위한 공부 시간도 확보할 수 있는 ‘꿀알바’였다. 실제로 공공빅데이터 청년인턴십을 수료한 청년들은 취업 스펙을 기대하기보단 취준을 위한 공부 시간 확보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지방에 위치한 공공기관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턴십을 하고 있다는 A씨는 “전공이 토목 쪽이라 준비 중인 직무와 현재 하는 일이 연관성은 없어 취준에 도움은 안 될 것 같다”며 “인턴십 교육과 화상 멘토링에 시간을 많이 뺏겨 취준을 위한 공부 시간이 줄어든 게 아쉽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인턴십을 통해 공공데이터 개방 전 품질관리 업무를 했다는 B씨는 “단순 업무의 반복이라 직무 경험 쌓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라며 비슷한 평가를 했다. B씨는 “취준에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알바와 비교해 업무강도가 낮아 공부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게 메리트였다”고 설명했다.

올해 8월부터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C씨 역시 “IT와 관련 없는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지금 하는 업무가 스펙쌓기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며 “심지어 올해부턴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경력증명서 발급이 안 되는데 경력으로 인정이 안 되니 더욱 취업에 스펙으로 쓰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 전문가는 공공이 주도하는 일자리 창출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 예산만 뿌리는 걸 일자리 정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고용은 기업이 만드는 것이니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배우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 훈련이나 직업 교육 등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차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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