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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초밥머니’에 흔들리는 땅 위에 반도체공장 짓는 TSMC

[취재후일담] ‘초밥머니’에 흔들리는 땅 위에 반도체공장 짓는 TSMC

기사승인 2021. 10. 2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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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자국 생산능력 키워라' 일본 정부 공격적 지원
TSMC, 마이크론 일본 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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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대만 2팹 전경/제공=TSMC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 대만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22~28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습니다. TSMC에 이어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최대 8조1924억원(8000억엔)을 투자해 일본 히로시마현에 D램 공장을 신축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마이크론은 기존에 운영 중이던 히로시마현 공장 인근 시설을 매입해 규모를 키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TSMC와 마이크론 모두 오는 2024년 양산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TSMC와 마이크론이 일본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공격적인 지원이 있습니다. TSMC는 구마모토현에 1조엔(약10조38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인데요. 일본 정부가 이 가운데 절반인 5000억엔을 지원합니다. 이 때문에 일본 의회에서 왜 대만 기업의 공장 설립에 세금을 쓰느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마이크론도 히로시마현에 새 공장을 짓는데 6000억~8000억엔가량을 투자할 예정인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을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정부의 투자는 ‘제1수출품’인 자동차 산업의 생산 안정성을 확보하고, 한참 뒤처진 반도체 자국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한국 ‘제1수출품’은 반도체지만 일본은 자동차입니다. 그만큼 올해를 강타한 ‘차량용 반도체 부족난’은 일본 자동차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죠. 일본 요미우리신문 보도를 살펴보면 일본 8개 자동차 기업들의 올해 생산 감축 규모는 130만대에 이릅니다.

더욱이 일본의 지리적 위치도 TSMC에 막대한 지원 카드를 내밀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꼽힙니다. 일본은 환태평양조산대에 자리해 세계적으로도 지진이 잦습니다. 반도체 공장의 입지 조건인 인프라, 인재, 세제 혜택을 다 갖췄더라도 흔들리는 땅 위에 공장을 짓고 싶은 기업은 없을 것입니다. 올해에도 일본에서는 지진에 따른 반도체 공장 가동 중단 사태가 있었습니다. 지난 2월 13일에는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발생한 7.3 규모의 강진으로 세계 3위 차량용 반도체 회사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공장이 가동을 멈췄습니다. 이 공장은 르네사스의 차량용 반도체 주력 생산공장으로 12인치 웨이퍼 조립라인이 자리한 곳이었죠. 일본에는 미국 마이크론 D램 공장(히로시마현), 키옥시아 낸드 공장(요카이치현) 등이 자리해있는데요. 이들 공장도 한때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했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로선 TSMC 공장을 유치하려면 보다 매력적인 지원 조건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던 셈입니다.

TSMC가 일본의 환경에 익숙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대만도 일본 못지않게 지진이 자주 나는 곳이긴 하니까요. 바로 전날에도 대만 타이베이 남동쪽 62㎞ 지역에서 6.5 강도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여우를 피해 호랑이굴로 떠나는 속담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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