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성·적정성 적용되면 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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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지난달 26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에서 배제하고 잔금 대출을 중단없이 지속하기로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필요성은 여전하다고 판단해, 은행의 실수요 대출만 가능하도록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0일 열린 ‘입주사업장 점검 TF’에서도 “올해 4분기 입주 단지 110여곳에 대한 잔금대출 취급 정보를 주 단위로 모니터링해 금융권 간 공유할 계획”이라면서 “다만 불요불급한 대출이 취급되지 않게 꼼꼼하게 여신심사를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현재 시중 은행은 잔금 지급일 이후 전세자금 대출 취급을 원칙적으로 중단했고, 1주택자 대상 비대면 전세자금 대출 취급도 중지했다. 전세 갱신 시에 대출 가능 금액은 보증금 증액 이내로 축소했다. 이처럼 금융권이 ‘실수요’를 제외한 전세자금 대출을 더 강하게 제한하는 것은 전세 대출 자금이 부동산·주식 등 자산 투자에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은행들은 전세대출뿐만 아니라 잔금대출도 필요한 만큼만 내주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은 지난 9월29일부터 집단대출 중 입주 잔금대출의 담보 기준을 기존 KB시세 또는 감정가액에서 분양가격·KB시세·감정가액 중 최저금액으로 바꿨다. 변동된 담보 기준을 적용하면 잔금대출 한도가 상당폭 줄어든다.
신한은행은 분양 아파트의 현 시세를 기준으로 잔금대출 한도를 산출하되, 최대 분양가까지만 대출을 내준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대전 유성구의 한 아파트 분양 관련 잔금대출 한도를 분양가의 70% 이내로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다른 사업장에 대해서도 잔금대출 한도를 분양가 기준으로 책정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은행은 DSR이 높은 고위험 대출자에 대한 잔금대출 한도를 세밀하게 심사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올해 연말까지 잔금대출을 제한하고, 앞서 중도금 대출을 내준 아파트 사업장의 대출만 취급한다. 연말까지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제외된 전세자금 대출과 달리 잔금 대출은 총량 관리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들 은행이 자체적으로 까다로운 심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 희망자들은 가계부채 관리에 나선 금융당국의 정책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높아진 대출 문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곧 아파트에 입주 예정인 A씨는 “서민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굉장히 힘들어졌다”면서 “중도금 대출은 시행사 보증이라 한숨 돌렸는데, 잔금대출 등에선 대출 심사가 강화돼 마음을 졸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년 1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적합성·적정성 원칙이 적용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적합성·적정성 원칙이 적용되면 은행은 대출에 앞서 차주의 자산·부채·지출 등 경제적 상황과 대출 상환 계획 등을 확인해 적정한 대출 규모를 권해야 한다. 그간 고객의 재직증명서, 소득 증빙자료, 신용등급 등을 바탕으로 대출 여부나 한도 등을 산출해왔던 방식보다 훨씬 엄격해진다.
추후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신용 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의 원금 분할 상환 비중을 높일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처음부터 가계대출 원금을 나눠 갚기로 선택하는 대출자에겐 한도 확대, 금리 인하 등 인센티브를 검토하고 이를 은행들이 고객들에 안내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