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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해법은 바로 일상의 실용성에 있었던 것이다.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과 헝가리를 방문한 김정숙 여사가 “한국에서는 집집마다 몬드리안급 예술작품을 밥상보로 쓰고 살았다”고 말했다. 나아가 “형형색색 조각보에는 서로 보듬고 어울려 살아가는 포용과 조화의 정신이 담겼다”고 했다. 헝가리 한국문화원 조각보 강좌에 참여한 헝가리인들에게 한 말이다. 그렇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다.
우리 할머니들의 바느질에는 가족을 위한 정성과 조각보조차 아끼는 실용정신이 배어 있었다. 이 뿐만 아니다. 일상의 손놀림 그 자체가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예술행위였다.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여자 골프선수가 많은 것 또한 숱한 고난의 역사와 인고의 세월을 묵묵히 감내해온 한국적인 모성 유전인자와 바느질을 통해 승화된 섬세한 예술성이 골프의 감정조절과 숏게임의 경쟁력으로 발현된 건 아닐까.
한국의 대표 지성(知性)인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오늘날 세계를 휩쓰는 한류(韓流)에 이어 다음 100년 문화의 힘은 막사발과 막춤 같은 우리 고유의 ‘막문화’에서 생명력과 독창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고 보면 조선시대 막사발이 일본에 가서 국보가 되었고, 싸이와 BTS의 막춤이 지구촌을 강타했다. 막걸리도 좋고 막국수도 좋다. 다만 ‘막문화’의 세계화를 해치는 것은 정치인의 막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