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이 활동했던 시기에는 우리나라에 추상미술이 유행하고 있었다. 박수근은 미국에서 들어온 추상화를 공부하면서도 실제로 그림을 그릴 때는 자신의 화풍을 꿋꿋하게 고수했다.
그의 그림은 물감을 여러 겹 쌓아 올려서 거칠거칠한 질감을 만들어 내고, 형태를 아주 단순하게 표현하고, 색을 아껴 가면서 그린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그림들은 우리나라의 옛 흙벽, 분청사기, 창호지, 그리고 화강석으로 만든 불상 등을 떠올리게 했다.
비평가들은 박수근을 ‘서양의 유화를 한국적으로 잘 해석한 화가’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이 반도화랑을 통해 그의 작품을 구매했다. 1965년 박수근이 타계하고 1970년대 말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한 뒤에야 박수근의 그림은 비로소 국내에서도 인기리에 거래되고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게 됐다.
‘노변의 행상’은 실리아 짐머맨이라는 미국인이 소장했던 것이다. 짐머맨은 무역회사 직원인 남편과 함께 1954년부터 2년 반 가량 한국에 체류하며 미술가들과 친분을 쌓았고, 반도화랑이 설립될 때 중추적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