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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은행 대출 비대면화 ‘톱’은 신한…KB·농협 ‘저조’

[단독] 은행 대출 비대면화 ‘톱’은 신한…KB·농협 ‘저조’

기사승인 2021. 12. 0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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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0조5218억원…1년새 2배 ↑
신한은행, 11조원 공급 '넘버원'
인뱅 카카오뱅크엔 크게 뒤처져
부진한 은행, 상품다각화 속도
"중저신용자까지 확대"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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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비대면 금융 활성화를 위해 수년 전부터 모바일 앱을 개편하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출시하는 등 디지털 금융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모바일 금융 핵심인 비대면 대출 실적은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모바일 신규 대출 규모가 가장 컸던 곳은 신한은행으로, 한 해 동안 11조원 규모의 모바일 대출을 공급했다. 규모가 작은 농협은행과 하나은행, 국민은행은 3조원대에 그쳤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지난해에만 16조원을 공급했다. 시중은행들이 모바일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그마저도 모바일 대출은 대부분 고신용자에게 쏠려 있다. 비대면 대출 특성상 신용도가 높고 안정적인 대출을 내주는 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은행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오프라인 대출에 비해 포트폴리오가 적어 대출 대상도 당분간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비해 적용받는 건전성 규제나 리스크 관리 기준도 까다로운 터라 비대면 영업을 밀어붙이기보단,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보수적 분위기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빅테크도 금융업에 뛰어드는 등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상황이라, 시중은행에는 비대면 금융강화가 생존을 위해 필수라고 평가한다. 더구나 시중은행이 비대면 금융 활성화로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만큼 대상 확대와 편의성 제고 등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은행권 모바일대출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5대 시중은행이 공급한 모바일 대출은 30조5218억원으로, 2019년(13조원) 대비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모바일 대출이란 신청부터 공급까지 모든 과정이 모바일을 통해 이뤄지는 대출을 뜻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의 일상화와 대출 수요 자체가 늘어나면서 성장폭은 컸으나, 아직 가계대출 전체에 비하면 규모가 매우 작다. 5대 은행들의 가계대출 잔액은 각각 100조원이 훌쩍 넘기 때문이다. 비대면 상품 특성상 고신용자들의 소액 대출 수요가 많다 보니 금액 자체가 크게 늘지는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모바일 대출로 16조원을 공급한 것에 비하면 아직 시중은행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시중은행 사이에서도 실적 차이가 크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10조9596억원의 비대면 대출을 공급했고, 우리은행도 8조6618억원을 공급했다. 반면 하나은행(3조8734억원), 국민은행(3조6176억), 농협은행(3조4095억원)은 각각 두 은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전체 가계대출 규모가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공급액 자체는 작을 수 있지만 비대면 대출 비중 자체는 높은 편”이라며 “원큐 신용대출, 비대면 아파트론 등 다양한 상품을 마련하면서 비대면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도 당장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오프라인 영업망이 탄탄하기 때문에, 아직 대출 비중이 오프라인에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리하게 온라인 영업을 추진하진 않을 것”이라며 “앱 출시 등으로 비대면 금융으로 고객 편의성을 높이면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도 지역 지점망 등이 많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오프라인 대출의 비중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 특성상 지역 금융이용자들이 꽤 많기 때문에,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을 통한 대출이 많다”며 “본격적으로 디지털화를 추진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탄탄한 영업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영업에 무리하게 드라이브를 걸기보다,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세력을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나 핀테크에 비하면 리스크관리 등에서 더 강화된 규제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영업을 확대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향후 비대면 대출에 대한 수요는 더 커질 전망이라,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들이 인터넷은행보다 이미 대출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돼 있고, 리스크관리 능력도 탁월하기 때문에 대출 공급 범위를 늘리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특히 아직 비대면 대출은 대부분 고신용자에게 집중돼있다. 모바일대출 대출 중 70~80%는 1등급~4등급 차주에게 제공됐다. 전문가들은 향후 비대면화가 더 진행된다면 금융 소외계층이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이 선제적으로 모바일 기반의 중·저신용자 자금 공급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시중은행들의 대출 판로가 비대면으로 확산하고, 오프라인 점포도 줄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비대면 대출 공급은 더 늘어날 수 있다”며 “문제는 비대면 대출 특성상 신용도가 높은 차주에 집중되는 현상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는 중·저신용자들의 소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터넷은행이 생기면서 비대면 대출이 늘어나면 더 다양한 신용도의 고객에게 다채롭게 공급이 돼야 하는데, 오히려 고신용자 대상 대출로 고착화될 수 있다”며 “시중은행도 중금리 대출 활성화하고, 비금융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포용금융을 실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정부에서도 관련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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