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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혐오 표현’의 규제에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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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욱 기자

승인 : 2022. 04. 21. 09:26

차별을 사회적으로 부추기기…대상 모호해 섣부른 규제는 위험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11조)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10명 중 8명(82%)은 한국에서 차별이 ‘심각’(매우 심각 19.9%·약간 심각 62.1%) 하다고 느낀다(국가인권원회 2020년 차별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 더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면서 특정 지역, 특정 국가 출신에 대한 편견과 따돌림 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실정이다.

인류는 과거부터 성별, 인종, 계급 등에 의하여 사람을 구분해 온 ‘차별의 역사’였다. 그러면서도 인류는 차별을 반성하고 악습을 철폐하며 성장해왔다. 다만, 역사적으로 차별의 대상이 된 집단을 열등한 존재, 무가치한 사람, 위험하거나 오염된 집단으로 낙인찍었던 흔적 때문인지, 언어와 무의식적인 사고 속에도 여전히 차별을 기반으로 한 ‘혐오 표현’(hate speech)이 남아 있는 것이다.

이를 인류의 본성이자, 자유로운 표현의 한 축이라 주장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혐오 표현은 차별을 사회적으로 드러내고 부추기는 행위임이 명백하다. 혐오 표현은 그 뿌리가 역사적 혹은 사회구조적인 차별에 있기 때문에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나 집단에 대한 기존의 차별을 재확인하고 강화함으로써 그들의 인권을 침해한다.

이에, 영국 ‘평등법’이나 스웨덴 ‘차별금지법’처럼 일부 국가들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예방하고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차별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포괄적이고 실효성 있는 차별금지법을 두어 처벌 또는 금전손해배상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혐오 표현이 형법상 명예훼손죄 또는 모욕죄 등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적절한 구제수단이 미비해 피해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평등에 관한 법률안’ , ‘차별금지법안’ 등이 제안되며 최근까지 관련 법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급격한 양극화 현상 속에서 출신국가·민족, 성별, 장애, 나이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이 속출하고 있고, 급속도로 발전한 인터넷, 유튜브, 커뮤니티 등에서 사회문제를 부각하며 혐오 표현이 확산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의하면, 직전 1년 동안 온·오프라인에서 혐오표현을 보거나 들은 경험이 있는 비율은 70.3%에 달하는데, 2019년 64.2%에 비하여 2년새 무려 6.1%P나 증가한 수치였다. 이 때문에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법의 도입을 통하여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를 논하여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혐오 표현들은 특정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 대상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처럼, 혐오표현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한 현실에서 섣부른 규제는 오히려 언론 활동 및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곽상도 전 의원, 이광재·김은혜 의원 등 전·현직 국회의원과 박병석 국회의장은 2020년 6월부터 2021년 3월까지 페이스북과 기자회견, 상임위원회, 논평 등에서 ‘외눈박이 대통령’, ‘(정책 수단이) 절름발이가 된다’, ‘꿀 먹은 벙어리’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활동가 등으로부터 장애인차별구제 청구소송을 당한 바 있다.

차별·혐오 표현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법에서 금지하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섣불리 법안을 만들어 규제를 늘리기 전에, 나부터 올바른 인식을 가져야 할 때다.

최유진 변호사/ 법무법인(유한)서울센트럴·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위원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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