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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사전] 김병진의 ‘hy’…요구르트 명가에서 유통전문기업으로

[CEO사전] 김병진의 ‘hy’…요구르트 명가에서 유통전문기업으로

기사승인 2022. 07. 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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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
국내 유산균 시장 1위기업 에치와이(hy)가 이제는 유통전문기업 1위를 노린다. hy는 1969년 창립 이후 52년 만인 지난해 ‘한국야루르트’에서 사명을 바꿨다. 발효유 등 식품에 집중했던 기존 사업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유통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사명 변경 후 hy는 자사 핵심역량인 ‘냉장배송 네트워크’에 물류 기능을 추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아직 초기단계지만 hy는 이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50년 배송 노하우를 기반으로한 안정적인 물류서비스를 화주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같은 사명 변경과 사업다각화는 유통전문기업으로 도약하려는 김병진 hy 대표이사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김 대표는 30여년 전 hy 사원으로 입사해 대표이사까지 오른 입지전적(立志傳的)인 인물로, 업계에서도 ‘hy맨’으로 불린다.

◇‘빅데이터’ 활용하는 유통전문기업, hy
hy는 전국 1만1000여명의 프레시매니저가 수집한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분석해 오프라인 서비스를 활성화시킨다는 계획이다. 3일 hy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초 기존 경영분석팀을 데이터센터로 탈바꿈시켰다.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급변하는 경영 환경 발맞춰 보다 전문적인 조직으로 팀을 운영하기 위해서다.

역할과 책임(R&R·Role&Responsibility)이 늘어나면서, 내부 구성원도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경영기획부문에서 근무한 만큼 ‘빅데이터를 경영부서에서 다루는 게 필요하다고 봤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hy 데이터센터는 크게 △빅데이터 관리 △데이터 거버넌스 총괄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 개발 등을 추진한다. hy 관계자는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이와 접목한 적절한 전략들을 도출할 것”이라며 “마케팅이나 영업 등 경영 전반 의사결정에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의 기초 데이터는 프레시 매니저의 유통망이다. hy는 지난 2014년 220ℓ 대용량 냉장고와 이동형 포스(POS)가 부착된 탑승형 전동카트 ‘코코’를 전 프레시 매니저에게 보급했다. 프레시 매니저는 이동형 포스를 통해 고객과 제품관리부터 결제, 배송경로 확인 등을 할 수 있다.

hy는 데이터센터 분석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규정 완화 이후 고객 대면 결제 횟수, 프레시 매니저당 발생 거래액 등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hy 데이터센터 분석에 따르면 거리두기가 대폭 완화된 4월 중순 이후 2주간 고객 대면 결제 횟수는 60만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3% 늘었다. 해당 채널의 대면 거래액 역시 늘었다. 이 기간 거래액은 83억 원으로, 프레시 매니저 1명당 76만 원을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기대비 18.9% 늘어난 수치로 1회 구매 시 더 많이 구입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유산균 시장 1위 ‘윌’…누적 10억만개 목전 ‘쿠퍼스’
프레시 매니저를 통해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단연 유산균 음료 ‘윌’이다. 코로나19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지기 이전부터, hy는 유산균 음료 ‘윌’을 내세워 이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왔다. 2000년 첫 선을 보인 ‘윌’은 5년간 연구 끝에 탄생한 한국형 유산균 발효유다. hy는 2년전 ‘윌’ 출시 20주년을 기념해 특허 유산균 ‘HP7’의 함유량을 기존 10배에서 20배로 늘린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HP7’은 hy 중앙연구소에서 분리한 식물 유래 유산균으로서, 800여 종의 유산균 중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과 결속력이 높아 최종 선별한 유산균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효자 상품은 ‘쿠퍼스’다. 이중제형(알약+액상이 든 제품)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쿠퍼스’는 누적 판매고 10억만개를 목전에 두고 있다. hy에 따르면 2004년 9월 출시된 쿠퍼스 2종의 누적 판매량은 9억3000만개에 달한다. 7년9개월간 매달 1000만개씩 판매된 셈이다. 이 기세를 몰아간다면 쿠퍼스는 올해 안에 누적 판매량 10억만개를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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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 음료 브랜드 ‘얼려먹는 야쿠르트’ 제품 이미지. hy는 이 제품의 누적 판매량(올해 5월)이 3400만개를 돌파했다고 3일 밝혔다. /=출처=hy

◇수익 안정화 VS 정체된 실적…사명 바꾸고, 달라질까?
hy의 2년간 매출 성장률은 2.6%, 3.1%로, 코로나19로 호재를 누린 다른 식품기업에 비해 소폭 증가한 수준이다. hy 매출은 2019년 1조357억원에서 2020년 1억631억원, 지난해 1억96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11억원에서 1019억원, 1001억원으로 집계됐다. hy는 수익 대부분을 프레시 매니저를 통해 거둔다는 점에서 매우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가진 편이지만, 동시에 급성장이 어렵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이는 김 대표가 50여년 사용한 사명이 아닌 ‘hy’를 새 사명으로 택한 이유기도 하다. 김 대표는 유통전문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하며 2020년 ‘hy’로 사명을 바꿨다. ‘요구르트 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수년전부터 체질개선을 고민했던 hy는 다양한 신사업에 손을 뻗고 있다. 이들은 현재 엔이(NE)능률, 비락, 도시락리잔, 제이레저 등 국내외에서 8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일찍이 건강기능식품에 눈을 뜬 만큼, 미래 건강사업에도 주목하고 있다. 의료기기제조판매업 ‘큐렉소’와 건기식 판매업 ‘메디컬그룹나무’에 각 181억, 696억을 투자한 바 있다. hy 측은 두 기업에 대해 일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30년 넘게 hy에 몸 담은 ‘야쿠르트맨’ 김병진
hy가 현재 가장 주력하는 분야는 프레시 매니저와 자사 온라인몰 ‘프레딧’을 연계한 기업간거래(B2B) 사업 ‘프레딧 배송 서비스’다. 이는 현재 hy 수장인 김 대표의 작품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프레딧 배송 서비스를 hy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자체 배송 시스템이 없는 업체를 대상으로 물류 배송을 대행해주는 것이다. hy는 내부적으로 B2B 영업 전담팀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화주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프레딧 서비스의 배송 영역은 신선 식품 외에 면도기, 신용카드까지 확대됐다. 김 대표는 자사 온라인몰 ‘프레딧’ 회원수가 100만명에 달하고, 수십년간 쌓아온 배송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김 대표는 1991년 7월 hy에 입사했다. 이달 기준 만 31년째다. 그는 사원에서 시작해 2005년 경영지원팀장, 2012년 상무이사에 올랐다. 2015년 전무이사, 2017년 부사장 및 대표로 재임하며 ‘오랫동안 근무하며 hy를 성장시킨 인물 중 한 명’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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