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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피 못 잡는 반도체, 불확실성 커진다…투자 앞둔 이재용·최태원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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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22. 07. 19. 18:22

D램 단가 하락에 투자계획 '흔들'
SK하이닉스, 청주 공장증설 보류
삼성전자, 반도체 지원법 예의주시
"산업 생태계·지역경제 악영향 우려"
삼성·SK 반도체 투자계획
어디로 얼마나 번질지 모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예고된 대규모 반도체 투자 계획을 흔들고 있다. D램 단가가 떨어지자 SK하이닉스는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자는 취지로 공장 증설 보류를 결정했고 삼성전자는 미국의 칩 설계 회사들의 반대 속 강행되는 미 반도체 지원법 통과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 업계에선 두 반도체 거인의 투자 계획 선회가 관련 산업 생태계, 나아가 지역 경제에 줄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일례로 SK하이닉스 협력사는 2020년 기준 2900개를 넘어선다.

1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이사회가 4조3000억원 규모 청주 D램 공장 신규 팹 투자 계획을 보류한 지난달 29일은, 미국 경제 소비자들의 단기전망 지수가 10년 만에 최저치로 급락하면서 미국 경제 비관론이 확산하던 때다. '미국은 이미 경기침체에 빠져 있다'는 캐시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CEO의 충격 발언이 토픽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당초 2022년 이후 용인 클러스터 4개 팹에 120조원 투자하면서 이천과 청주, 용인의 3각 축으로 반도체 사업을 키워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투자 보류로 줄줄이 투자 일정이 늦춰질지 관심사다. 더디게 진행 중인 SK 용인 클러스터 착공식은 당초 14일로 알려졌지만 이마저도 미뤄졌다. 일각에선 용지 수용과 일부 규제 등 아직 해소되지 않은 문제가 남은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 회장은 지난 14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당연히 투자계획은 바뀔 가능성이 있다. 원재룟값이 너무 올라 기존대로 투자하기엔 계획이 잘 맞지 않는다"며 전략 선회를 시사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2021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협력사 숫자는 2902개로, 이들로부터 SK하이닉스가 구매한 금액은 2020년 한 해에만 21조2342억원에 달한다. 이번 투자 보류로 협력사 및 지역경제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관건은 반도체 수요다. 글로벌 경기 위축이 심화하면서 D램 가격이 꾸준히 하락세에 있다는 게 문제다. 반도체업계는 수요에 따라 공장 가동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급격한 단가 하락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SK 청주공장 증설 보류 역시 같은 맥락의 투자 속도 조절로 업계는 이해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관심은 170억 달러 규모 초대형 투자를 앞두고 있는 테일러시를 향해 있다. 반도체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미국 '반도체산업 육성법안'에 대한 법안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미국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약 65조원) 규모의 보조금과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내용으로, 반도체 시설 투자에 25% 세금공제 등이 골자다.

삼성은 미국 테일러시에 세계 최초로 양산에 들어가는 3나노 공법 반도체 생산거점을 만들 계획이다. 기존보다 전력은 45% 덜 먹으면서 성능은 23% 올라가고 면적은 16% 줄어드는 그야말로 혁신적 반도체다. 불량률을 최소화해 수율만 맞춘다면 퀄컴·애플·엔비디아 등 고객을 줄줄이 확보하며 대만 TSMC를 넘어설 최대 무기가 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때마침 '삼성 부당합병 의혹'으로 매주 법정을 드나들어야 하는 이재용 부회장이 오는 22일을 끝으로 약 2주간의 휴정기를 가지면서 테일러 공장 착공식에 참석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핵심 투자가 이뤄지는 미 현지에서 오너 리더십을 보여 줄 것이란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일본을 찾아 소재 부품 공급망을 점검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급격히 회복되는 한일 간 경제협력을 위해서다. 지난 정권 때 일본이 제한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는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포토레지스트 등 일부 품목에 대해 더 엄격한 서류 절차를 거치게 하면서 공급망 불안을 야기해 왔다.

김형준 서울대 명예교수이자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SK하이닉스의 청주공장 보류는 경기가 나빠지고 있으니 메모리 수요를 더 주시하다 신중히 투자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면서 "지금 경기는 고물가 인플레이션에 소비까지 위축되는 '퍼펙트 스톰' 상황 아니냐"고 했다.

김 교수는 "삼성전자는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안 추이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며 "다행히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희박하지만, 만약 보조금을 못 받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투자가 축소되거나 보류를 고려할 수도 있어 보인다"면서 "새로 시작한 3나노 공정의 반도체 주문을 퀄컴 등 고객사로부터 얼마나 수주할 수 있느냐가 또 하나의 변수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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