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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민주국가 중심의 세계 공급망의 재편

[이효성 칼럼] 민주국가 중심의 세계 공급망의 재편

기사승인 2022. 07. 2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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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저간에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권력과 공산당 독제체제를 강화했고, 과거 약속을 깨고 홍콩 보안법을 제정해 홍콩의 독립성을 보장한 일국양제를 버리고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탄압했다. 중국은 코로나 발병의 진원지 규명을 요청한 호주에 거친 언사와 경제 보복으로 맞섰고, 코로나에 대한 지나친 봉쇄정책으로 자신의 제조업에 큰 타격을 입혔을 뿐만 아니라 세계 공급망에도 큰 곤란을 초래했다.

이런 중국을 나토는 2021년 정상 선언에서 "규칙에 기초한 국제 질서에 대한 체제적 도전"으로 규정했다. 게다가 서구에서 가장 친중국 성향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정계에서 은퇴하고 새로 취임한 슐츠 총리는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자 중국은 고립감에서 러시아와의 연대를 강화했다. 그런데 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여 세계 경제를 어려움에 빠뜨리자 중국은 더욱더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눈 밖에 나게 되었다.

미국을 위시한 나토 참여국들의 눈에 시진핑의 중국은 푸틴의 러시아와 함께 규칙에 기초한 국제 질서와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악당으로 인식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세계 질서는 자연스럽게 미국과 유럽 등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 중국과 러시아의 권위주의 국가의 대결 체제로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신냉전적 사태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미국에는 매우 유리한 상황의 전개이기도 하다.

이처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팬데믹 봉쇄정책으로 세계 경제와 물류의 수급은 더 어려워지게 되었다. 그러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하고 자유민주주의 진영 중심으로 보다 더 안전한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인도 태평양 경제 협의체(IPEF·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라는 구상이 힘을 얻게 되었다. 이 구상은 2021년 10월 동아시아 정상 회의에서 미국에 의해 제안되었다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러의 밀착 속에 2022년 5월 23일 일본 도쿄에서 일차적으로 미국, 한국, 일본, 인도, 호주, 뉴질랜드, 주요 아세안 국가 등 13개국의 참여로 발족하게 된 것이다.

IPEF가 본격화하면 세계 공장으로서 중국의 역할이 약화하고, 중국의 산업 특히 첨단산업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그래서 중국의 《환구시보》는 IPEF의 진정한 목표는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것이라며 글로벌 무역사상 지정학적 분할에 초점이 맞춰진 협력 틀이 성공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경제적 번영 도모가 아니라 지역 국가들을 결속해 중국과 디커플링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하며 그럴 경우에 중국은 보복에 나설 것임을 암시했다. 그러나 IPEF 참여국들이 공동으로 대응하면, 실제 보복은 실행하기도 어렵고 실행해도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IPEF의 운영은 한국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고 한국이 그 가장 큰 수혜자이자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소형 원자로 등과 같은 첨단산업을 포함하여 한국의 제조업에서의 역량이 안전하고 새로운 공급망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필살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이 IPEF 출범에 앞서 한국을 먼저 방문했다. 물론 재선을 위해 삼성이나 현대 등으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도 있었겠지만 한국은 그 제조업 역량으로 IPEF의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할 나라여서 그 참여가 그만큼 중요하다.

이와 함께 미국은 한국, 대만, 일본을 참여시켜 '칩(chip)4동맹'으로 불리는 반도체 동맹도 결성하려고 한국의 참여를 요청했다. 반도체의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요청을 우리는 거절하기 어렵다. 거절하면 우리의 반도체 산업이 미국의 제재로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 게다가 우리가 참여하지 않으면 일본이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른다. 그런데 IPEF도 칩4동맹도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맞선 탓이지만, 중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을 전제하기에 중국의 반발이 심해서 중국에의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큰 도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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