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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지율과 ‘답게’ 정신

[칼럼] 지지율과 ‘답게’ 정신

기사승인 2022. 07. 2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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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대기자
이경욱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후배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요즘 잠자리가 편치 못해요. 직원들이 저를 어떻게 평가할지 생각할 때마다 밤잠을 설칩니다." 임원이나 간부보다는 평직원들의 생각에 더 많이 신경이 쓰인다는 하소연이었다. 엄살이 좀 섞여 있겠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간단히 말해 사내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는 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가 의외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30%대에 머물러 있는 긍정평가는 20%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윤 대통령은 하락세 초기 지지율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말을 했지만, 좀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자 초조해 하는 듯하다.

과거 정부 청와대 수석을 지낸 한 인사는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일이 의외로 쉬울 수 있다고 말했다. '~답게' 정신만 잘 살리면 된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대통령 부인은 '대통령 부인답게', 비서들은 '비서답게' 직무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지지율은 증권사 CEO의 말처럼 여론이다. 모든 조직의 최정점(崔頂點) 리더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치인에게 지지율 하락은 뼈아픈 현실이다. 차기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밤잠을 앗아간다. 야당의 정치적 공세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다.

대통령은 여론이라는 무거운 평가 앞에서 늘 홀로 서 있다. 비서진이나 정부 관료들로부터는 들을 수 없는 냉혹한 지적을 받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아픔을 느낄 것이다. 여론조사업체에 따라 판단 기준이나 조사 대상자의 선정 등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대세는 크게 틀리지 않는다.

취임 이후 기대 밖으로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지지율을 끌어올려 국민의 칭송을 받는 최정점 리더로 자리 잡으려면 그 수석의 말처럼 '답게'의 정신을 바탕으로 국정 운영에 매진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Door Stepping)은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이를 둘러싸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대통령의 생각을 매일 듣는다는 것은 유권자인 국민으로서는 진정 행복한 일이다. 다만 파인튜닝(미세조정)이 필요하다. 횟수를 줄이고 국정상황 변화를 면밀히 점검해 분명하고 명쾌하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국민은 과거의 해묵은 사례보다는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방안이나 복지 확충, 재정 안정, 국가의 백년대계 등을 육성으로 듣기 원한다. 그러려면 국정현안 모든 것을 꿰고 있어야 한다. '스타 장관' '스타 비서'를 내세우더라도 통치권자 자신 역시 갖가지 현안을 제대로 파악해야 옳다. 비상식적 인사를 철저히 배격하고 인재를 폭넓게 등용해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답게 일하는 것이다. 대통령 취임 후 수개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차분히 복기(復棋)해 보면 금방 답을 얻을 수 있다. 국민은 의외로 냉정하기에 주도면밀함이 필요하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들 역시 비서답게 일하면 된다. 고위직 비서들은 대부분 공직이나 민간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들이다. 해당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가들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에게 진언을 아끼지 않아야 비서답게 일하는 것이다. 여론을 정확히 파악해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은 오롯이 비서들의 몫으로 남는다.

지지율은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연연해해서도 곤란하다. 지금의 지지율이 당혹스러울 정도라고 생각한다면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리더십은 뼈를 깎는 고통을 참아내고 '답게'의 정신을 실천하는 데 무진 애를 써야 한다. "답게의 정신만 제대로 지킨다면 지지율은 의외로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이라는 그 수석의 예측은 과연 언제쯤 현실화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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