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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실손 보험 청구 전산화, 곧바로 시작하라

[칼럼] 실손 보험 청구 전산화, 곧바로 시작하라

기사승인 2022. 08. 2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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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대기자
이경욱
올봄 어깨가 많이 아파 통증의학과를 찾았다. 스테로이드 약물 치료를 잇달아 받았다. 첫 번째 통증의학과에서는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두 번째 통증의학과에서는 제법 효과가 있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각 20만원 안팎의 치료비를 냈다. 약 처방도 받았기에 거의 50만원의 치료비를 지불했다. 이런 일에 대비해 가입한 실손 보험이 생각나서 청구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늑장을 부리다 겨우 보험사에 전화를 걸었다. 실손 보험료를 청구하려면 영수증을 스캔으로 떠서 파일로 보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것도 A4용지에 영수증을 부착한 뒤 날짜별로 분류해 달라고 했다. 팩스로 청구할 수도 있다는 안내도 받았다. 영수증이 규격화돼 있지 않은 탓에 들쭉날쭉한 영수증 뭉치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한숨부터 나왔다. 언제 크고 작은 영수증을 스캔 하나, 언제 풀을 발라 붙이나 고민하다 바쁜 일상 탓에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고는 수개월이 흘렀다. 문득 생각이 나서 스캔 파일이나 팩스 보내기가 어려운 형편이라고 했더니 날짜별, 치료 항목별로 영수증을 정리해 우편으로 보내달라는 답변을 들었다. 스캔을 안 해도 된다니 마음이 홀가분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두 통증의학과에서 치료비 신용카드 영수증만 받았기에 보험사 요청에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통원치료 증명서와 치료비 상세 명세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모두 집이나 직장에서 멀어 시간 내기가 어려웠다. 어렵사리 직접 찾아가 증명서와 명세서를 발급받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모바일로 등록했다.

자주 다녔던 통증의학과에서는 1000원의 수수료를 달라고 했다. 또 다른 곳은 3000원을 줬다. 왜 수수료가 차이가 있느냐고 물었지만 직원은 "병원마다 다르다"며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4개월쯤 지나 겨우 실손 보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이렇게 개인 사례를 상세하게 쓰는 이유는 실손 보험료 청구 소비자 대부분이 이런 과정을 거쳤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한 조사결과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 3월 기준 실손 보험 가입자는 3977만명으로, 실손 보험은 사실상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러도 무리가 없지만 실손 보험 가입자 절반은 청구하면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을 포기한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청구 과정이 복잡하고 서류 발급이 번거롭기 때문이다.

IT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의료 관련 전산화가 다 돼 있음에도 언제까지 이런 주먹구구식 보험료 청구로 보험금을 포기하게 할 것인지, A4 용지 몇 장을 주면서 왜 몇천원의 수수료를 받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업체 마음대로 수수료를 정하는 것도 납득이 안 된다. 엄청난 양의 제출 증명서와 명세서, 영수증은 도대체 어디에 쌓여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얼굴에 찰과상을 입어 국내 유명 피부과에서 한 달여 치료를 받았고 실손 보험을 청구하려고 했을 때에도 증명서와 명세서 제출을 요구받았다. 세 군데 의료업체 모두 대면을 통해 서류를 발급받아가야 한다고 했다.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휴대전화를 통한 업무도 자리 잡은 요즘 이런 식의 실손 보험 청구는 가입자를 난감하게 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09년 개선을 권고했지만 모두가 손을 놓고 있다. 소비자들은 왜 이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지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철 지난 영수증과 씨름하고 있다. 실손 보험 청구 전산화는 윤석열 정부의 공약 가운데 하나로 알고 있다. 정부가 반드시 개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앞장선다면, 이런 불편하고도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곧바로 개선될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IT 수준은 세계 최고다. 그런데도 이런 상황을 방치한다면 정부는 물론 의료계도 국민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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