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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개문읍도’가 된 프로야구 ‘학폭’ 드래프트

[기자의눈] ‘개문읍도’가 된 프로야구 ‘학폭’ 드래프트

기사승인 2022. 09. 2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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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학교폭력(학폭) 논란이 다시 한 번 야구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2년 전 '학폭'(학교폭력) 논란으로 지명이 철회됐던 김유성(20·고려대)이 지난 15일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 베어스의 부름을 받으면서다.

두산은 2라운드 전체 19순위로 김유성을 뽑았다. 김유성은 고교 시절부터 특급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연고 팀인 NC 다이노스는 그를 1차 지명했다. 그런데 중학교 시절 학폭 이슈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NC는 여론을 살펴 지명을 철회했다. 김유성은 고려대학교로 발길을 돌렸고 기량을 더욱 발전시켰다.

올해 드래프트를 앞두고 몇몇 구단들은 뽑을 기회가 있더라도 김유성을 아예 외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았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두산은 꽤 높은 상위 픽으로 김유성의 이름을 호명했다. 그 후폭풍은 거세다. 당장 두산 팬들부터 들고 일어났다. 일부 팬들은 김유성 지명 철회 트럭 시위 및 서명운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법과 규정상 김유성의 두산 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실력보다 중요시해야 할 도덕성이나 여론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특히 김유성은 피해자 측과 합의하지 못했고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피해자 측 명예훼손은 무혐의로 최종 판결이 났다. 그를 보며 여론이 '말로만 반성한다'고 꼬집는 배경이다. 두산 구단도 학폭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팀의 이영하가 선린인터넷고 시절 학폭에 연루된 문제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태에서 다시 논란의 김유성을 지명했다.

우리는 공정과 정의를 가치로 내세운 시대에 살고 있다. 야구만 잘하면 다 용서가 되는 시대는 끝났다는 뜻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강조하는 '클린 베이스볼' 역시 이런 인식 변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가뜩이나 떨어진 인기에 신음하고 있는 프로야구 판인데 두산의 김유성 지명은 주위 상황을 깨닫지 못하고 방심해 스스로 화를 자초한다는 '개문읍도'의 우를 범한 게 아닌지 진지하게 되짚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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