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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왜 나를 응우옌이라 부르나요”

[기자의눈] “왜 나를 응우옌이라 부르나요”

기사승인 2022. 12. 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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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아이가 학교에 다녀오더니 엄마는 왜 응우옌이냐 그러더라고요. 제 성은 응우옌이 아닌데도요. 무슨 말인가 하고 인터넷을 찾아봤다가 또 상처만 받았어요."

잠깐 한국을 찾은 김에 만난 마이씨는 오랜만에 만난 기자를 보자마자 "응우옌이란 말을 아느냐" 물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더 이해하고 싶어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를 찾아보다 충격을 받았다던 베트남 한국어과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은지 채 며칠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베트남에서도, 한국에서도 낯이 뜨거워진 기자에게 한국에서 15년 넘게 거주한 마이씨는 "예전엔 이런 표현도 없었고 인터넷에서나마 조금 그랬는데 이젠 현실로도 다가왔다"고 했다.

한국에선 '김 선생님' '정 기자'처럼 성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베트남에서는 이름으로만 부른다. 오는 4~6일 한국을 찾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도 '푹 주석'으로 부르지 '응우옌 주석'이라고 하진 않는다.

이 같은 표현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 사이트 게시물을 관리하는 '알바(아르바이트)'를 베트남인이 맡는다고 알려지며 유저들이 알바를 응우옌이라 조롱한데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알바를 조선족이라 부르며 욕하던 것이 이젠 베트남으로 옮겨간 듯한 모양새다.

최근 1~2년 사이 응우옌은 곳곳에서 베트남인들을 조롱하는 말로 자리잡았다. 때로는 동남아시아 사람 전체에 대한 멸칭으로도 쓰이고, 동남아에 대한 무지로 베트남과 태국조차 구분하지 못해 응우옌과 똠얌꿍이 혼재돼 쓰이는 촌극까지 벌어진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다낭 바잉미 사건 당시 잘못된 언론 보도와 조회수를 노린 유튜버들의 가짜뉴스로 커진 베트남에 대한 반감과 함께 갈등과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온라인에서 혐오와 함께 사용되던 이런 표현은 이제 오프라인, 아이들의 입과 우리 일상으로까지 옮겨오며 혐오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애정으로, 한국과 인연이 닿아 우리 사회 안팎으로 접점이 있는 베트남인들도 '현실로도 다가온' 이 같은 혐오를 모를 리 없다.

한국과 베트남은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이한다. 베트남전쟁으로 1975년 단교됐다가 1992년, 17년만에 다시 이어진 양국은 이제 외교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다. 서로에게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파트너가 됐고 특히 베트남에게 우리는 중국·러시아·인도에 이어 최고 수준의 대외협력 관계를 맺는 나라가 된다.

외교관계 (재)수립 이후 30년, 현재 한국에는 20만명의 베트남인이, 베트남엔 15만명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양국 간 이해를 높이고 우의를 쌓을 수 있는 유리한 조건에서 우리는 되려 혐오와 차별을 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앞으로의 30년을 부끄럽지 않게 나아가기 위해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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