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영 중시 분위기 반영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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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이정애 음료 사업부장(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여성이 수장직에 오른 건 LG그룹 전 계열사를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다.
1963년생으로 이화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신임 대표는 1986년 LG생활건강에 공채로 입사했다. 생활용품 사업부장과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 등을 역임하며, 현장과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이 신임 대표의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업계 안팎에서는 이 신임 대표가 취임 후 첫 임직원 인사에서 '소통'을 강조한 만큼, 조직 구조를 보다 유연하게 바꿔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도 보고 있다.
이번 인사에 대한 회사 내부 분위기 또한 좋다. 오랜 기간 회사에 근무한 만큼 내부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데다, 이 신임 대표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이 회사의 경영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CJ그룹도 내부 출신인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이사를 깜짝 발탁했다. 이 대표는 1977년생으로 그룹 내 최연소 CEO이자 올리브영 최초의 여성 CEO다. 2006년 입사해 15년 이상 MD(상품기획자)로 일하며 올리브영의 상품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안팎에선 CJ그룹의 인사를 두고 개인의 역량만 뛰어나면 '성별과 나이'에 관계 없이 적극적으로 중용하겠다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경영기조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중기비전 발표 당시 "역량과 의지만 있다면 나이나 연차, 직급과 관계없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세이도코리아도 최근 양근혜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새롭게 임명했다. 시세이도 코리아가 1997년 설립된 이래 최초의 여성 리더다.
양 신임 대표는 존슨앤드존슨, 로레알, 클라란스, 더바디샵, 쿠팡 등 뷰티 및 소비재 분야에서 20년 이상 근무했다. 특히 이전 직장인 쿠팡에서는 쿠팡 최초로 럭셔리 뷰티 브랜드 입점을 성공시키는 등 다양한 조직을 진두지휘하며 마케팅과 유통, 영업, 이커머스 등에서 실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에서는 뷰티업계에 특히 여성 수장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먼저 뷰티 시장의 주 소비층이 '여성'인 만큼, 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아우를 수 있는 여성 특유의 섬세한 리더십과 포용력을 갖춘 소통 능력이 기업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이유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여성을 선임을 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올해 8월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은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할 수 없게 됐다"며 "물론 불이행에 따른 처별규정은 없지만, ESG 지배구조(G) 지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제적 대응에 나서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