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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가보훈부’ 시대가 온다

[칼럼] ‘국가보훈부’ 시대가 온다

기사승인 2023. 01. 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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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철 전 국가보훈처장
박유철 전 국가보훈처장
박유철 전 국가보훈처장
가벼운 퀴즈 하나로 이야기를 시작할까 한다. 현재 정부 조직은 총 46개 기관(18부 4처 18청 6위원회)으로 이뤄졌는데 각 기관을 사람의 신체에 비유한다면 국가보훈처는 무엇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까? 부처 가운데 국정 방향을 선도하는 두뇌 역할을 맡는 기관도 있을 테고, 국민의 눈과 귀의 역할을 대변하거나 손과 발에 해당하는 곳도 있을 것이다. 감히 나는 국가보훈처가 정부 조직의 심장이라고 말하고 싶다. 정부 정책의 근간이자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곳이 바로 국가보훈처이기 때문이다. 최근 보훈처의 국가보훈부 승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소식을 접하고 나는 모처럼 설레는 마음과 함께 매우 기뻤다. 내가 국가보훈처의 역할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25대 보훈처장 재직 시절(2004~2007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당시 국가보훈처는 '장관급' 대우를 받는 '처(處)'로 독자적인 업무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국무위원이 아니라서 국무회의 참여가 제한적이고, 장관 중심의 회의체에서 큰 소리를 내기가 어려웠다. 특히 국가보훈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부처에서 관리하는 기관들이 있었는데 관할 조정이 녹록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각 부처의 장은 소관 기관을 다른 부처에 넘겨주는 일에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관계부처 장관과 총리를 간곡하게 설득한 끝에 당시 문체부 산하 독립기념관과 국방부 산하 국립대전현충원, 전국에 있는 호국원을 보훈처 관할로 바꾸었다. 이후 독립기념관과 대전현충원은 국가보훈의 성지로 자리매김해 애국심과 보훈정신을 국민에게 전하는 중요한 역할과 소임을 다하고 있다.

국가보훈부 승격은 행정조직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 이상으로 그 나라의 철학과 정신을 반영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을 최고로 대우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보훈 강화는 국가에 대한 헌신을 존중하는 문화를 통해 국민 통합과 강한 안보에 기여한다. 미국·캐나다·호주 등 주요 선진국이 보훈 부서를 '부'로 운영하는 이유이다. 국가보훈부가 되면 보상금 등 보훈예산 편성이나 다른 부처 및 지자체와 업무 협조를 추진함에 있어서도 탄력을 얻을 수 있다. 또 국가보훈부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부서권과 부령 발령권을 갖게 되는데 이는 보훈대상자의 권익 향상과 목소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대변할 수 있음을 뜻한다.

우리나라 보훈의 역사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서부터 시작된다. 백 년이 훌쩍 지난 일이지만, 선인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그저 과거로 치부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보훈의 가치는 독립·호국·민주의 역사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그 역할이 커져야만 한다. 일제강점과 전쟁, 독재라는 암흑의 시대를 이겨내고 평범한 이들의 숭고한 용기와 헌신으로 자유와 번영을 일구어낸 애국의 역사는 미래 후손에게 길이 물려줄 위대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보훈부 승격은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고무적이라 하겠다. 나아가 국제적으로 6·25 참전국들과의 보훈외교를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부처의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더 많은 역할과 과제가 뒤따를 것이다.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상과 예우를 강화하고, 국가를 위한 희생과 공헌이 제대로 존중받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통해 국민의 일상 속에서 보훈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념, 세대 간의 높아지는 사회갈등을 완화하고 국민통합을 이끄는 보훈의 역할을 기대해본다. 심장이 제대로 뛰어야 건강한 정부, 튼튼한 국가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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